길고도 먼 히말라야

출발을 하면서 눈사태는 경사 45도에서 많이 나는거야, 새벽 해뜨기전에 눈사태 지역만 통과하면 이번일은 성공이 된다는 김포공항에서 함탁영(82 한국마카루 등반대장) 선배의 충고를 들으면서 공항을 빠져나왔다.
공중사를 잠시 휴무한다는 죄책감은 김포공항을 뜰 때 양어깨에 맨 카메라 만큼이나 부담스러웠다. 사실은 20여년 산을 다닌 한 산쟁이의 하얀산꿈 풀이에 지나지 않는 것을.
싼 비행기를 고르다가 며칠 늦은 THAI 항공기를 탔다. 대만에 30분 쉬고 홍콩에 도착하여 산 선배집인  114호에 있는 두남백화점 곽영호사장 집에서 여장을 풀고 친구이며 같은 불자인 한국불교 향항홍법원 지도법사로 있는 정각스님을 만나 숱한 안부와 많은 법담을 하였으며 마침 포항 용연사 주지인 임준재 스님께서 성지순례를 마치고 온길에 들렀다고 반가워했다.
임준재 스님의 말대로 원불교 불자들도 불교성지 순례의 길도 텄으면 좋겠다. 산악왕국 네팔과 연결해서 사성지를 연결하면 아주 좋고 값도 싼 좋은 코스가 될 것 같다.
제1성지인 룸비니 동산(탄생지)과 제2성지인 바라나시(초전법륜지)와 제3성지인 부타가야(성도)와 제4성지인 쿠시나가르(열반지)만을 보려고 네팔국에서 5일정도 잡아서 17인승 R,N.A,C비행기로 히말라야 산군 전체를 2시간 정도 걸려 보고(경비 5만원) 네팔의 사원과 시내풍정을 구경하면 될 것이고 다음에 4성지를 순례하면 될 것 같다. 입국비자도 필요없다. 국내에서 여권만 가지면 비자가 필요없는 나라인 홍콩, 태국, 싱가폴, 네팔등을 얼마든지 갈 수 있고 일본도 경유비자로 한 20일정도는 무난하다. 그냥 여권하나로 네팔 공항에서 7일간의 입국비자 신청용지에 기입하면 되고(입국세 7천원) 입국해서 네팔관광성(관광성이라야 사무실 3개정도)에 가서 연기 신청하면 3개월 정도는 체류허가를 받아 여행할 수 있다. 해외여행은 돈 많고 영어 잘하는 특정인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산쟁이가 얼마나 돈이 있겠는가. 산 선배님들이 경영하는 여행사에 싼 비행기 골라서 항공료 30% 할인하고 호텔대신 지하철이나 차내에서 잠자고 길체서 파는 빵이나 라면정도로 하고 밥 생각나면 가지고 간 반찬캔 하나와 쌀로 버너와 코펠로 밥해 먹으면 그만이지 홍콩 같은 곳에서 면세품 정량대로 구입해서 네팔에 가서 팔면 홍콩 체류비용은 떨어지고 입국할 때 중고장비 배낭에다 한 짐 지고 오면 실지 비용은 적은 액수다.
등반을 하다
룩크라(2900m)에서 남체바잘의 마을까지는 소배낭 하나로 뛰다시피하여 반나절에 도착하여 파상노루부 셀파집에서 잠잤다. 포타(짐꾼)들은 이곳까지는 이틀간의 거리가 되지만 파상노루부와 허영호와 나는 체력시험겸 빠르게 올라온 것이다.
다음날은 방부채에서 점심을 하고 딩부채까지 줄달음을 쳤다. 해발 4700m인 이곳 딩부채에 짐을 내려놓고 보니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기 시작했다. 말만 듣던 고소병이 나타난 것이다.
보통 원정대는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20일 걸려 이곳까지 오는 곳이므로 산을 넘고 또 넘고하여 미리 고소병 예방과 안련을 하면서 오더라도 많은 사람이 고소증세가 나타나지만 우리는 셀파 1명 쿡겸 포타 1명을 동반한 4명이 해발 1600m인 카트만두에서 정찰비행기로 룩크라까지와서 이곳 딩부채인 해발 4700m까지 왔으니 무려 3100m를 3일만에 올라온 것이니 하루에 천미터씩을 오른 셈이다.
밤에 머리가 아프고 몸이 떨렸다. 준비해온 아스피린 두 알을 먹었더니 새벽에 침낭을 적실정도의 땀을 흘렸다.
고도 순응을 무시해 버린 이유에서 온 자연의 벌이었다. 새벽에 몸은 개운했으나 머리는 여전히 아프고 밤새 코술과 눈물이 나와서 얼굴에 말라 붙었지만 씻을 물이 없다. 하품이 심한 까닭은 산소가 절반이나 없어진 까닭이다. 고소증세가 심한 사람은 폐부종(폐에 물이 나오는 병) 뇌부종(뇌에 물이 나오는 병)에 걸려 소리없이 죽어간다고 한다.
밤새 고통이 심하다가 새벽에 코피가 터졌고 건조한 고산의 날씨 관계로 입술이 말라 찢어져서 피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1차 공격인 동계 아일랜드봉(6400m)은 하루 연기 하기로하고 500m 아래인 곳까지 후퇴하여 하루를 고소증세에 적응하였다.
하루를 쉬고나니 언제 아팠느냐는 식으로 말끔히 나아서 다시 그 이상까지 올라도 그때부터는 고소증세가 없었다.
일찍 고소증세가 오는자가 고산등반에 유리하다는 충고로 안심하고 계속 등반을 하였다. 아일랜드봉과 칼라포타봉을 모두 등반하고 86년 충북 산악연맹 원정허가인 로체살 정찰등반(8600m)을 시도하였다.
동계 6000m급도 매우 힘이 들었다.
칼날같은 설능을 양다리 사이에 넣고 사람마다 줄로 꽁꽁매고 조심성 있게 한발 한발 걸어가면 호흡이 가슴에 닿아 정지된다.<교무  교정원 재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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