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고와 기도
구인선진 기도정성 오롯이 체받아
거듭나서 새 회상의 혈심 인물되고

동산선원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이리수양원엔 인제나 청아한 난초의 향기가 있고 사철을 아름다운 꽃들이 피고 진다. 꽃나무와 더불어 세우러가는 줄을 모르는 K원장은 좀처럼 집을 비우지 않는다. 어쩌다 부득이한 일로 단 몇일이라도 나갔다가 돌아와 보면 그렇게도 싱그럽던 화초들이 생기를 잃고 초췌하단다. 알뜰한 주인이 아닌 남의 무관심 아니면 부실한 홀대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총부 금강원 앞엔 유난히도 화초를 애지중지 하신 육타원 할머님의 서너평 남짓한 온실이 있었다. 그런데 인자하신 할머님 떠나시자 겨울이면 연탄난로에 불을 피운 온실도 그 진귀한 화분들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어쩌다 총부구내를 거니노라면 송진내 나는 작업복 차림에 너무도 열심히 정원수 손질에 몰입된 중산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때의 자신을 대종사님이 친히 심고 가꾸신 살아서 숨쉬는 푸르른 생명들을 재창조하는 입체화가라던 말씀이 생각난다.
풀 한포기 한 그루의 꽃나무를 하나의 거룩한 생명으로 가꾸기에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는 원예사이자 무명중생을 깨우쳐 낙원동산 건설하는 고달픔을 오히려 보람으로 삼는 불보살의 모습들이다. 이같이 물아일여 명경지수의 경지에 이르면 본래의 참 자아가 여래상으로 나타나고 우주와 인생의 실상이 손바닥 위에 구슬처럼 드러나는 것일까?
일찍이 학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던 청천벽력 같은 병고를 무서운 죽음의 사자가 아닌 하나의 위대한 결단의 계기로 받아들인 20대의 청년이 바로 각산님이다. 그는 이를 앞으로 천지를 바로잡을 힘을 기르는 천혜의 기회로 알았기에 급히 말고 쉬지않는 큰 공부 큰 사업에 뜻을 세운 남모를 그의 서원은 일월이 증명하고 신심은 사시가 증명하며 공덕은 천지가 증명하고 심법은 제불이 증명하는 공명정대하고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이후 우주에 충만한 불심으로 우렁찬 법고소리 울린 참으로 굵고 짧고 뜨겁게 살고 간 그의 마지막은 S대학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는 속에서도 병실을 찾아온 L법사에게 젊은 녀석이 이렇게 누워서 윗 어른의 인사를 받게 되어 죄송합니다하며 간호원 C양에게 우리 교단의 어른이시야. 인사 올리지라고 할만큼 극진하였다.
지난 해 10월31일 오후8시 본선원 법당에서 추계훈련중에 여러 교무님 앞에 선보인 연극 길의 공연은 이루말 할 수 없는 온갖 어려움과  산고를 간절한 일심합력 기도정성으로 이겨낸 실로 감격적인 것이었다. 연극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시작한 연극부의 모임은 다음과 같은 심고로 시작되었다.
거룩하신 법신불 사은이시여.
불제자.....등은 지도 교무님을 중심으로 굳게 단결하여 앞으로 본 선원의 자랑스런 전통을 수립하려는 신념과 사명감으로 여기에 모였사옵니다. 오늘 이 시간 저희들로 하여금 온전한 일심으로 워크샵에 임하여 더 한층 연극예술의 진수를 터득하고 마침내 이 작품의 감동적인 공연을 갖도록 일천 정성을 다 하겠나이다.
거룩하신 법신불 사은이시여!
저희 불제자들로 하여금 이 작품을 통하여 참신한 동산선원생으로서의 자신을 찾고 새부처님의 정법사도로 거듭나도록 호렴하여 주시옵소서. 일심으로 비옵나이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하여 알게 모르게 뒤에서 도와준 고마움 분들을 잊지 못하는 한편 인화단결 기도정성이야말로 만사 성공의 비밀임을 체험하였다.
오는 5월6일은 본선원 개원 30주년 기념일이다. 금년들어 차분한 새출발을 약속해온 우리는 선원교육의 증흥기를 맞이하려는 꿈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종법사님의 대버회를 본 선원에서 갖게된 데에는 무언가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심고와 기도는 우리마음에 간절히 새부처님을 모시고 마음에 심사와 심우를 두는 겸허한 생활이다. 구인선사의 법인기도의 심경으로 돌아가고 새회상 창립정신으로 거듭나서 무언가 좀더 새로운 생활을 펼쳐가는 것이다. 서로가 맡은바 일터에서 그 책임과 사명을 다하는 조용한 혈심인물로 살아가는데 있다고 생각한다.<교무  동산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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