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학생은 중학교 3개년 전 과정을 수료하였으므로 이 증서를 드립니다.' 졸업장의 내용은 간단하다. 그러나 이 한 장의 증서를 받기 위한 3년의 세월은 간단하지 않았다. 10대의 3년은 인생설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삶의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비좁은 기숙사 로비와 계단에 옹기종기 모여 인생의 큰 발걸음을 내딛는 지평선중학교 졸업식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대안중학교인 이 학교는 체험과 사고를 통해 배워서 알게 되고 알아서 실천하는 자력을 키우는 학교를 표방하고 있다. 그래서 중학교 3학년, 아직 앳된 모습이 남아있는 졸업반 학생 38명은 졸업식프로젝트를 자력으로 수행한다. 졸업전야 공연, 식전 공연, 졸업영상 그리고 오늘 졸업식. 졸업영상은 성장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 하다. 체험학습, 지리산 등반, 연탄 봉사, 금강산 여행, 제주도 도보여행 등 3년 동안의 세월이 담겨있다.

졸업식은 재학생들의 학부모까지 참석하여 토요일과 일요일 1박2일(지난해 12월26∼27일)로 진행됐다. 일요일 오전 8시30분에 시작한 졸업식은 11시30분에야 끝이 났다. 38명의 졸업생 하나 하나가 학부형과 함께 등단하여 감상담을 발표하고 졸업장을 받는다. 감상담을 하는 시간은 감동의 눈물로 이어졌다.

"우리 아이가 3년 동안 육신의 키가 20㎝ 가량 컸는데 마음의 키는 얼마나 자랐는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자식은 씩씩하게 인사하는데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참 어렸었는데 많이 컸다. 고맙다"며 꼭 껴안고 울먹이는 아버지. "일반 학교가 이런 모습으로 운영되어진다면 정말 좋겠다." "처음 지평선중학교에 진학시킬 때 주변에서 모두 말렸는데, 휴가 온 아이를 보고 주변에서 그 학교에 갈 수 있는 방법을 물어올 때 이렇게 변해준 아이와 이렇게 키워준 학교가 정말 고맙다." "퇴근 시간이 퇴근 시간이 아니고 휴일이 휴일이 아니게 보낸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린다." 모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말이다.

"7년 째 졸업식이라 눈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지난 3년을 생각하니 또다시 눈물이 가득 고인다. 특히 부모님의 뒷받침이 없이 졸업하는 몇몇 학생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교장 정상현 교무는 회고한다.

대안학교가 특성화학교만을 지향하지 않고 학교 부적응학생들을 껴안고 갈 때 이런 감동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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