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을 재촉하는 상두소리

로마 교황청은 9월27일 교황 요한 바오로2세의 주재로 특별 추기경 회의를 열고 지난 19세기 우리나라에서 순교한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1백3명을 성인의 반열에 올리고, 그 서성 절차를 최종적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1맥3위의 순교자 가운데에는 우리나라의 카톨릭 신자 93명과 우리나라에서 순교한 10명의 프랑스 신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교황청 관계자는 아울러 시성식이 관례적으로는 「바디칸시티」에서 행해져야 하지만,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맞아 내년 초에 교황이 한국을 공식 방문하여 거행하게 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이 일은 한국 천주교의 일대 축복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 카톨릭 사상 불멸의 大聖事이며 전 종교계의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원평 교당에서 靜養중인 대산 종법사는 29일 오전 로마  황청의 한국 천주교 순교자 1백3위에 대한 시성확정 보도에 접하시고 「금번 한국 천주교 순교자 1백3위에 대한 시성 결정은 카톨릭의 성사일 뿐만 아니라 전체 종교계의 경사로 생각하며 나와 전 원불교 교도는 이 기쁨을 카톨릭과 함께 한다」는 내용의 축하메시지를 한국 천주교 김수환 추기경 앞으로 보냈다. 한국 천주교 순교자 시성 결정은 참으로 기쁘고 밝은 소식이며 이 반가운 성사의 축복을 전 종교인의 축복으로 맞아들여 이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도표로 삼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자면 지난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거금 1백여 년래의 이 나라 이 겨레가 살아 온 이른바 역사의 발자취라는 것은 문자 그대로 기구하고 험난한 형극의 길이었고 가파르고 숨막히는 죽음의 계곡이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카톨릭의 역사는 어느 카톨릭 교인이 말한 것처럼 「가장 불가사의하고 믿기 어려운 수난사」라 할 만큼 혹심을 극한 것이었다. 조선조 순조 헌종 대원군 시대로 이어지는 천주교 수난사를 더듬어보면 1791년 「신해사옥」이라는 옥사로부터 그 끔직스러운 비극의 싹은 트이기 시작한다. 이 옥사에서 두 사람의 희생자를 내게 되고 이어 10년 뒤인 1801년의 「신유사옥」에서는 3백여 명이 죽음 앞에서 항거했다. 이 옥사에는 이승훈 丁苦鍾과 같은 당대의 선각적 지식인이 포함되어 있었고 1839년 「기해사옥」이라 불리는 옥사에서 참형을 당한 천주교도는 70여명인데 그중 과반수는 부녀자였다고 하며 이밖에도 가혹한 고문 끝에 주고 재판 없이 처형된 순교자만도 60여명을 헤아린다 하였다. 이어 1846년의 「병오사옥」과 대원군 집권하의 1866년 소위 「병인사옥」에서는 전국에 걸쳐 8천여 명의 신도가 처참한 학살을 당했다니 여기 이르러 다시 무슨 할 말인들 더 있겠는가. 한국 카톨릭 2백년사는 이제 위와 같은 위없는 희생과 순교의 핏자국을 그 탄탄한 바탕으로 다져서 백삼위 시성의 상징으로 불멸의 기념비를 세워 여기 세계 정신사를 불 밝혀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셈이다.
대종사께서는 1919년 봄 영광에서 제자들과 더불어 간석지 개간 방언공사를 거의 마무리 지시고 때마침 전국방방곡곡에서 밀물처럼 밀려온 3 ㆍ 1독립만세 소리를 들으셨다. 이윽고 대종사는 제자들을 향하여 엄숙히 이르셨다. 『저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아느냐. 저 소리가 바로 개벽을 재촉하는 상두소리다. 때가 급하다. 어서 방언일 마치고 기도하자-』 이들 수많은 희생자 순교자들은 다 한결같이 세기말적 無明의 劫風이 몰고 온 敎條주의 專制주의 폐쇄주의의 불의와 불평등에 항거하여 진리와 정의 평등의 새롭고 영원한 인류이상을 생명으로 증거하고 구현하기 위하여 스스로 몸부림치며 헌신한 역사의 선학자로서 암흑의 낡은 시대를 葬送하고 세계가 하나 되고, 일체생령이 한 권속 되는 개벽의 새 시대 그 눈부신 재단 앞에 바쳐버린 것이다. 저 새 역사의 선구자들이 외쳐준 「개벽을 재촉하는 상두소리」는 어제의 되풀이가 아니라 영원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우렁찬 목소리로 그 하나 되는 뜻, 이 사랑 이 생명이 넘치는 진리의 말씀으로 저 태양과 같이 이 누리에 울려 퍼져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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