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인간애

삼대력 갖추며 사중보은과 사요 실천으로 평등세계 건설할 것을 출가서원한지 10여년이 되었다.
내 생애를 교화에 바치고자 다짐하며 부산교당에서 근무하다 원기 68년에 다대교당에 부임하면서 「잘하지 못해도 절망하지 않고 잘해도 거만하지 않으며 뜨거운 인간애와 진실된 노력으로 내 소신껏 힘을 다하리라.」법신불전에 심고했다.
새벽 일찍 일어나 다대포 바다에서 생산되는 해산물을 받아 충무동 자갈치 시장에 팔아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교도 몇 분이 계신다. 그 중 70이 넘으신 할머니 한 분에게는 나이 40에 가깝도록 결혼도 하지 못한 채 10여 년 동안 병석에 누워 문 밖 출입을 못하다가 세상을 떠난 아들이 있었다.
아들이 군복무를 마치고 간경화증으로 병원치료를 했으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중도에 퇴원하여 집에서 소금기 없는 음식으로 생명을 유지하며 살았다.
나는 가정방문을 통해 복수가 차서 퉁퉁한 배를 안고 숨쉬기조차 힘겨운 한자를 보고 백방으로 치료의 방도를 강구하면서 마음의 안정과 쾌유를 비는 기도를 올렸다. 다행히 부산대의과대학 학장님의 배려로 치료한 결과 복수도 빠지고 상태가 좋아져 일요일이면 법당 뒷좌석에 앉아 법회를 보게 되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 후 병세가 악화되어 몇 달을 고생하다 아직 젊은 인생을 안방에서 마치게 되었다.
나는 죽음 앞둔 환자를 위안하며 기도와 눈물로써 환자와 아픔을 함께했다. 환자는 『내 생에는 교무님 같이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한 많은 생을 마쳤다.
어쩌면 할머니의 가난과 고생은 타고난 전생의 업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고달픈 인생의 업보를 진리신앙을 통해서 달게 받아 들이고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는 모습 속에서 신앙의 위대함을 발견하였다. 고통과 외로움에 몸부림치던 환자와의 대화를 통해서 인간의 고통을 나누고 인간의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었다.
나는 앞으로의 생을 가난하고 고통 받으며 외로운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물질과 기계문명 속에서 소박한 인간의 정을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
25일에 그 할머니를 비롯하여 다섯 분의 법호수여식을 가졌다. 모두 30여년을 한결 같이 이 공부 이 사업에 정성을 바치신 거룩한 분들로서 전생의 무서운 업보를 극복하고 꿋꿋한 진리신앙으로 일관하신 가난한 교도들의 법호수여식이었다. 나는 가난한 가운데 변함없는 신앙과 정성을 다한 분들이기에 이 법호수여식을 더욱 소중하고 거룩하게 추진했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환자의 영혼도 어머님의 법호수여식을 축하하며 기뻐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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