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대산 종법사
너와 나는 모두 부처님 남음없이 바쳐주는 것
자력과 타력 두 가지가 조화되는 궁극적 실체
세계가 하나되는 뜻 공동체의 이상

「레오날드 스위들러」미국 필라델피아 템플대학 교수는 일찍이 우리 원불교에 대하여 대체적으로 알고 있었다. 템플대 대학원(박사과정)에 재학중인 김복인 교무에게서 수시로 원불교 이야기를 듣게된 기연에서였다. 원불교의 교리나 교단사에 정통하는 지식을 가진것은 물론 아니고 원불교의새 종교로서의 방향이 진리적이며 매우 개방적이라는데에 호의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스위들러 박사는 자신이 종교학자로서 또는 세계적 범종교간의 상호 이해와 대화의 광장을 벌이는 운동(에큐메칼)을 이끌고 있는 입장에서 원불교 교단을 한번 방문했으면 했는데 이번에 크리스찬 아카데미의 초청을 받고 한국에 와서 이렇게 대산종법사를 뵙게된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 원불교의 최고지도자인 종법사님을 만나뵙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이와같은 스위들러 박사의 정중한 첫인사에 대산종법사는 『이렇게 우연히 만나뵙게 되니 더욱 반갑습니다』고 답례, 이어 원불교와 종교일반의 관심사에 대하여 환담했다. 원평교당 응접실에서 있은 환담은 진지하고 유익한 가운데 대산종법사는 스위들러 박사에게 「徐大德」이라는 원불교 법명을 수여하고 세계적 범종교간의 상호이해 대화 협조운동은 오늘날 우리 모든 종교의 공동과제로서 세계 모든 종교는 종교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여기에 혼연히 동참하여 온 인류의 한결같은 궁극적 이상인 세계평화를 이룩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대상종법사와 스위들러 박사 대담의 자리에는 법무실 시자와 서영호(서울 상남교회) 목사가 배석 통역을 맡아 주었다.
― 교조님에 대해서 생생한 기억이 있으실텐데 직접 말씀듣고 싶습니다.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유시로부터 20여년의 구도고행 끝에 우주자연의 진리를 대각하셨습니다. 그때 대종사는 26세의 청년이셨습니다. 대각자인 청년대종사는 이 시대의 대세를 꿰뚫어 보시고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외치셨습니다. 이것은 대종사께서 대각을 통해본 세계구원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는 것입니다. 정신과 물질은 대립하고 분열되고 어디에 편중되어서도 안됩니다. 그것은 근원적인 동일체성의 한결같은 흐름으로서 끊임없어 열어나가야 합니다. 물질의 노예생활에서 풀려나서 정신의 자주성을 회복하는 길이 곧 개벽입니다. 동양의 정신문명도 서양의 물질문명도 스스로 한판의 돌이킴으로써 위대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시대적 양심의 자각을 저버릴 수 없습니다. 소태산 대종사는 자신이 체험한 진리에 비추어서 대각과 구원의 상징을 「일원상」으로 표현, 알려주셨습니다. 일원상은 만유의 체성 만법의 근원이며 불생불멸 인과보응의 이치가 서로 바탕하여 한 두렷한 기틀을 짓는 자리, 일체가 이 마음으로부터 이루어지는 자리, 전지전능, 무극, 태극 그리고 법신불이라 불리우는 자리가 곧 여깁니다.
한 말로 말하자면 일원상은 세계가 하나되는 뜻, 공동체의 이상입니다. 우리는 진리의 공동체라는 사실, 우리는 생명의 공동체라는 사실, 우리는 역사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하여 대종사는 대각을 성취하셨고 구원을 편 시 시대의 성자라는 것입니다.
― 그러면 교조님께서는 그 하나되는 뜻, 공동체의 이상을 이 세상에서 어떻게 펴왔습니까. 그냥 명상중에 많은 사람이 찾아 왔는가, 아니면 직접 세상에 직접 나가셔서 가르치고 지도하셨는가요.
『대종사는 새 시대 실천종교의 대선구자십니다. 대종사는 이념이나 행동 그 일면에도 차중하지 아니하고 그 언제 그 어디서나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중도행 진리행으로써 일관하신 것이지요. 대종사는 대각을 성취하신 후에 눈길을 돌리기 어려운 간척사업에 착안 대종사께서 사는 가난한 어촌 마을 버려진 갯벌땅의 바다를 막는 방언공사에 착수, 여기에서 최초 9인의 혈심 제자를 얻게 되었으며 새 시대 산 종교의 참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어둔 시대 고난의 그림자가 중첩되는 어려운 상황속에서 일체생령을 위한 기도가 끊임없이 올려지고 있는 가운데 여기에서 비로소 봉공과 희생을 통하여 새 생명으로 거듭나는 진리성 공도체 의식과 협동의 원리를 실제 이 몸으로 체득하게 된 것이지요 「영육쌍전 이사병행 처처불상 사사불공 무시선 무처선」은 대종사께서 밝혀주시고 직접 구현해주신 진리적 실천종교의 행도지표입니다.』
― 종법사님께서는 인생의 목적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불보살의 지극한 원이 성불제중이다 혹은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다 하지 않습니까. 불보살이라는 것은 무시이래 일체 생령의 원력으로써 가름하는 그 총체적 인격의 표현입니다. 부처가 누구이고 중생이 누굽니까. 우리들이 다 누구입니까. 불보살의 서원은 곧 우리들의 본래적인 소망입니다. 우리들이 항상 우리되게 하는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언제나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 성불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전통불교에서 말하는 열반에 이르는 길입니까.
『성불은 위없는 참 사람의 모습이지요. 그리고 총체적인 삶의 그 실체를 뜻합니다. 그것은 나지도 죽지도 않는 늘 살아있는 생명의 실상입니다. 열반의 의의를 다만 灰身滅智라는 식으로 잘못알면 안되겠지요』
― 원불교에도 기독교나 이슬람교와 같이 종교의 대상으로서 인격성를 지닌 신을 인정하십니까? 아미타불에게 복을 빌면 실제로 응해준다는 등의 신관을 어떻게 보십니까.
『세상에는 자력 타력의 종교가 있는데 원불교에서는 자타력을 진리적으로 정당하게 수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自他力正行三昧」라 하기도 합니다. 나는 금년 신년사에서 「진리와 스승 회상 사은 그리고 자기가 오로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밝힌바도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에서 보면 초월적 측면과 내재적 측면에서 신을 이해하는데 자타력이라는 것도 그 두가지가 조화되는 하나의 궁극적 실체라는 말씀이시지요.
『말하자면 자력과 타력이 있긴 있는데 자력이 주가 되고 타력이 종이 되는 경우 타력이 주가 되고 자력이 종이 되는 경우 등이 다르지요. 물론 자타력은 한 가지 진리의 생명체로서 수용해야지요』
― 저도 자타력 두 측면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처님과 불공 대해서도 한 말씀 해주시지요.
『부처님은 2천5백여년전에 나신 사가모니불 그 부처님 한분만이 부처님이라는 뜻은 아니지요. 우리 모두가 다 부처님이지요. 산하대지와 초목 금수미물 곤충에 이르기까지 부처의 화현 아닌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서로가 모두다 부처님이니 그 언제 그 어디서나 그 누구를 만나고 어느 사물을 접하든 다 부처님으로 응대하고 부처님으로 공경하자는 것입니다. 불공은 부처님에게 무엇을 바라고 얻자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부처님께 모든 것을 남음없이 바치는 것입니다 그 바치는 마음은 다만 진실되고 정성된 것이라야 합니다. 그런데 이 부처님의 뜻을 국민학생 정도로는 서가세존 한 분만 부처님으로 알 것이요, 중고등학생 정도에서는 깨달은 이는 다 부처님이라고 할 것이며 대학생의 수준에서는 일체가 다 부처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아직 그렇게 안되고 있지만 인성이 밝아질 수록 이 뜻은 더욱 향상될 것으로 압니다. 한국 사람도 미국 사람도 세계 그 어느나라 사람이든 다 부처님입니다. 지금 여기 앉아 계시는 스위들러 교수님 서목사님도 다 부처님이십니다』
― 우리 모두 다함께 부처님이라는 말씀, 저희도 그렇게 느끼고 있고 생각하고 있습니다.『그래서 일반적으로 유교에서는 무극자리 태극자리를 높이 보고 있고 예수교에서는 전지전능한 자리를 숭앙하게 되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만일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서가세존 한분에게로만 돌린다면 부처님 자리는 그만큼 좁아질 것이고 또 전지전능한 예수님만이 독생자라면 예수님에 대한 위대함도 줄어들 것입니다. 물론 그런뜻도 아니고 그래서도 안되겠지요. 천상천하유아독존이 우리들에게도 저마다 독존하지 아니한 바가 없고 부처님에게도 독존하지 아니한바가 없기 때문에 서가세존 부처님이라고 해서 더 높은 것도 아니고 우리들이라고 해서 더 낮은 것도 아닙니다. 독존 독생의 진경은 만세멸도가 되더라고 그 자리는 항상 「獨露」한다, 홀로 드러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생불멸이다 진리는 하나라는 참 뜻이 여기서 오는 것이지요.』
― 「獨露」는 개개인을 말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원불교만의 어떤 秘藏입니까.
『전체를 말하는 것입니다. 독단이 아니라 진리성입니다』
― 제가 생각하기에는 예수그리스도를 하느님의 유일한 독생자라고 한 것은 예수님 자신이 한 이야기보다는 r를 따르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 자신은 「항상 공경하고 겸손해라, 나는 낮다, 나를 따를 때에는 나를 낮추고 겸양하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압니다.
『진리적으로 바르게 받아들이고 참 뜻으로 해석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 요 며칠전에 저희들은 저희 대학측에서 주최하여 세계종교인 대회를 열었었습니다. 일본에서 오신 분들과 기독교 불교의 대화를 위해서 회의를 가졌지요. 앞으로도 종교간의 대화나 상호 이해와 협조를 위한 기구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법사님께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인류가 미증유의 정신적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이때에 종교인들의 대화는 언제나 바람직한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 교단에서도 근래 세계종교 연합을 주창하고 있는 계제입니다. 종교연합의 취지는 그동안 일본이나 태국 최근에는 뉴델리등 국제종교회의에서 우리교단 대표를 통하여 알리고 제가한 바도 있습니다. 또 종교UR과 아울러 공동시잔 문제, 심전계발문제 등은 「루이치 도세나」(교황청 한국주재 대사) 신부를 통해서 교황청에 제의한 바도 있고 최근에는 바티간에서 우리 교서를 연구한다고 요청하기에 증정했지요. 아시아 종교인 대회도 86년에 서울에서 열기로 합의했는데 우리의 종교연합 제의는 여기서도 하기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때 초청하면 오실 수 있겠습니까』
― 올 기회만 있으면 올 용의는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이야기가 참고가 되실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은 여론의 세상이니까 이런 좋은 아이디어를 영문화시켜 일반 책자로든지 해서 여론화 시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뉴스매체를 통해서 하면 86년 아시아 종교인대회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교황청하고의 관계에 대해서는 제가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종법사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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