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2-14 10:49 (금)
소록도 의료봉사
소록도 의료봉사
  • 임은영
  • 승인 1996.09.20
  • 호수 89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명의 소중함 느낀 봉사활동

 처음가는 의활(의료봉사활동)이라 설레이기도 했지만 장소가 소록도라는 것에 나는 더 큰 기대감에 휩싸여 있었다.
 소록도는 작은 사슴섬이라는 뜻이다. 전에는 소록도의 뜻도, 나병이 아니라 한센병이라고 부르는 것도 알지 못했고 단지 나환자들만 격리시켜 놓고 섬 대부분의 주민들이 나환자들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녹동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섬을 보고 깜짝 놀랐다. 육지에서 배로 채 5분도 안걸리는 거리. 배를 타고 가기 미안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소록도라는 섬이 있었다. 나환자들이 사는 곳이라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거라는 나의 생각이 빗나간 것이다.
 나의 놀라움은 의활 끝나는 날까지 계속 됐다. 소록도에 닿자마자 호기심에 휩싸여 주위를 돌아다 보았다. 나환자를 보고 싶은 마음에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온다. 순진한건지 멍청한건지 섬 전체에 나환자가 있을거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의료봉사활동 첫날 한의대생 23명과 간호과생 7명 교무님 4분과 함께 의활은 시작됐다.
 아침일찍 진료소로 향하면서 기대반 걱정반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영화에서 보는 나환자들은 모두 살이 썩어서 손도 없고 발도 없고 얼굴까지 붕대로 감은 채 눈만 내놓고 어두운 방에서 혼자 지내는 사람, 나의 머리속에 있는 나환자는 이런 모습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얼굴 찡그리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그 사람들 손을 잡을 수 있을까 내 자신에게 의심이 많이 갔었다.
 그런데 진료소에 도착해서 환자들을 보았을때 한숨이 나왔다. 괜히 알지도 못하면서 겁만 잔뜩 먹고 있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우리 옆집에 살고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들이었다.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를 그 영화 속의 주인공과 동일시하였으니 말이다.
 진료 첫날은 침구보조를 맡았다. 시술하시는 모든 교우님들 모두 한분 한분 정성껏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절로 진료에 빠져들게 되었다. 또 식사를 준비하는 교우들의 정성에 식사때마다 정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진료 둘째 날은 안내를 맡았다. 번호표를 달아드리고 부채도 부쳐드리고 수족이 불편하신 분들에게 손과 발이 되어주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나는 그분들에게 병을 고쳐드릴 능력은 없지만 그분들에게 자그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환자들의 평균나이가 70이 넘는 고령이어서 그냥 다니는 것도 힘들텐데 불편하신 몸으로, 그것도 새벽부터 우리들을 보기위해 오시는 걸 보고 너무 고마운 맘이 들었다. 나는 조금만 몸이 안좋으면 짜증내고 세상살기 싫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해버리는데 여기와서 할머니 할아버지 표정에 담긴 편안함과 따뜻함을 보고 내자신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나같으면 생명을 끊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고귀한 생명을 가진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 비록 많은 사람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사람들이지만 그 마음만은 그 어떤 사람보다도 따뜻하다는 걸 느끼고 돌아오게 되었다.
 앞으로 힘든 일이 생길때마다 소록도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하며 나 자신을 반성하며 살아갈 것이다.
임 은 영 교우 <원전회, 원보전 간호과 2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