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야기<12>
삶의 인정과 근면의
민속학적 의례와 의 교훈
농사누에치기장 담그기

 조선시대 을 주제로 한 가사 작품으로는 농부가전원사시가농촌가권농가등을 들 수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다.
 이는 일년 열 두 달의 농가의 할 일과 세시풍속을 달거리형식으로 나누어 읊은 노래로서,  하매  비최거다로 시작하는데, 머릿 노래를 포함하여 모두 13장에 달하는 장편가사 이다. 종래에는 광해군 때 의 작이라 알려져 왔으나, 최근 헌종 때의 (다산 정약용 선생의 둘째 아들)의 소작으로 밝혀졌다.
 이 노래는 조선의 사회 풍속 연구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데 한국의 세시풍속은 정월에서 섣달까지 매월 들어있다. 그 중 정월보름만 보아도, 쥐불놀이부럼 깨물기이명주 마시기약밥 또는 오곡밥더위팔기달맞이달집태우기반보기지신밟기대추나무 시집보내기 등의 풍속과 민속놀이로 편싸움줄다리기답교놀이소싸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풍속이 있었다.
 여기서는 4월에 해당하는 삼월령을 살펴보기로 한다
 은 이라  절기로다.
 이 하여 만물이 화창하니
 는 난만하고 새소리 각색이라
 의 쌍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의 범나비는 분분히 날고기니
 미물도 하여 홈이 사랑 흡다.
 여기에는 세시풍속을 중심으로 한 민속학적인 신앙의례로 한식날의 성모가 있는 정도다. 그 대신 무엇보다도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는 달이라서 농가 중심의 영농 면이 두드려진다.
 힘든 가래질에서부터 물 꼬치기논두렁 밟기못자리 설치로 대표되는 논농사를 위시하여 밭농사와 부업과 가사 일까지 열거된다. 밭농사로는 포전과 산전을 나누어 서속과 를 나누어 심고, 깻모와 근래에 자취를 감춰 가는 삼 농사를 가르친다. 그리고 누에치기와 나무 접붙이기, 그리고 장 담그기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기록된다. 이 노래는 다음과 같이 끝맺는다.
 에 비가 개니, 살진  캐오리다 / 삽주두릅 고사리며 고비도랏 어아리를 / 일분은 엮어 달고 이분은 무쳐 먹세 / 낙화를 쓸고 안자 병술로 즐길 적에 / 산채의 준비함이 가 이 뿐이라
 다소 교훈성이 강조된 면이 있으나, 생활의 정황을 잘 묘사하였다. 현하 문질 문명과 산업사회의 황폐함 속에서 선인들의 삶의 진솔한 뿌리를 더듬으며 훈훈한 인정과 부지런한 삶, 그리고 유유자적한 풍류 적 면모를 살피는 것도 값진 일일 것이다.

<시인전주교대교수전주교당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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