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무리를 하는 뜻

요즈음 겨울 날씨는 흐렸다 맑았다, 맑았다 흐렸다, 때로는 눈발을 보이다가 때로는 찬비가 추적이는 등 잦아지는 變奏속에 이제 산과 들에는 歲寒이 깊어가는  주름살이 완연하고, 우리네 世間의 한복판 거리와 골목 주변에는 이 한해가 저물어가는 발자국 소리 분주하고 스산한 정경을 느낀다.
올 겨울도 예사처럼 춥고 병들고 어지럽고 떨리고 아픈 이 겨울의 혹심한 시련 저절로 탓하고 좌절하는 이는 없는가. 겨울의 겨울다운 풍도와 風格은 그대로가 숙살만물 하여 다시 이 우주의 거대하고 거룩한 침묵의 품안으로 그 어느 한 가지도 남음 없이 갈무리하여, 저 허허벌판에 일체를 다다 떨어버린 裸木으로 홀로 세워 생각하는 자기 자신을 오로지 돌이키게 하는 그것이다.
이렇듯 갈무리 하는 뜻으로 우주를 바라보고 자기 자신과 인생, 역사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헤아리며 살아가게 하는 것 그것은 무엇인가. 우주가 자기 스스로의 우주를 갈무리하는 이 시기와 더불어 우리들이 살아가는 인간 세계의 역사를 갈무리하는 일은 또한 전체 생명의 공동체로서의 동일 질서의 律動으로 돌아와 너무나도 당연할 깨달음인 것을 안다.
이 갈무리의 의미를 바르게 새기고 교단적인 사명을 더욱 바른 뜻으로 일깨워야 하는 이 마당에서 이번에 우리 청운회 전국연합회가 이룩한 「보은동산」의 의미는 원불교 정신개벽의 꿈과 이상, 그 역사의식과 세계정신을 보이지 않은 구석으로부터 한 단면으로나마 구체적으로 실체화하는 신선한 사랑의 經綸으로 차원 높은 현실감각을 부각하는 데서 흐뭇한 마음을 안게 된다.
이 보은동산은 아직은 첫 불발이며 平地造山의 새 役事이지만, 진정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원불교인으로서, 나는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잠시 머물러 생각하게 하고 우리들이 다함께 진리의 공동체 또는 생명의 공동체 그리고 역사의 공동체로서의 자아실현을 통하여 우리가 우주적 전체의 공동 질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저마다 확인하고 報恩하고 報本하고 奉公하는 계기를 발견하게 된다.
보은동산은 그가 발족하면서 「보은과 자비의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하여 원불교 청운회연합회의 행동윤리강령을 실천하고 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함으로써 복지사회건설에 이바지한다.」고 밝히고, 이러한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무의탁 노인사업, 부랑인 선도 사업, 정실질환자 요양사업, 음성나환자 정착사업, 특수 장애자 보호사업, 사회복지법인 삼동회 후원사업, 그 밖의 사업수행에 따른 부대사업을 하겠다고 규정했다.
물론 이와 같은 사실은 청운회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교단을 교단 3대 사업의 하나로 해방직후로부터 오늘날에까지 이끌어왔고 사회사업은 으레 종교단체와 종교자선인의 부대사업처럼 되어왔다.
사회가 있는 곳에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사회문제와 함께 사회사업이 따르게 마련이라는 형식논리보다는 오늘날 자선이라는 일종의 施與행위가 사랑과 사랑의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가지고 못 가진 한이나 불만에서 건네는 기계적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서글픈 현상이다.
그래서 우리들의 일은 갈무리의 뜻으로 개벽의 새 시대, 생명작업을 일으키는 것이며, 통합과 통일, 평등 평화도 그 궁극적 갈무리가 되는 보은과 봉공의 우주적 전일체계로서의 주제정신을 먼저 앞장세우고 다만 그렇게 우리가 우리일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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