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 종법사 신년법문

해가 바뀌고, 새해에 접어든 지도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 신정절 경축과 신년하례대법회, 그리고 원기 72년 신년시무식으로 이어진 새해맞이의 예행절차를 다 치르고 중앙총부를 비롯한 교구 교당 기관 ― 우리 전 교단은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살림살이의 일손을 잡았다.
의례 해가 바뀌게 되면 기대가 있고 걱정도 따라서 없을 수가 없다. 금년 역시 예외는 아닌 듯하여 불확실성과 가능성을 가늠하는 낙관 비관의 엇갈림이 교차하고 설레기 마련이어서 이 시대와 이 교단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보다 절실한 자각의 자세와 철저한 긴장의 몸가짐이 요청된다.
우기 교단에 있어서는 무엇이 기대되는 것이고 또 과연 그 무엇이 우려되는 것인가? 우리들은 저마다 원불교인으로서 오늘날을 살아가면서 무엇이 낙관이고 무엇이 비관인가 하는 스스로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그리고 바르게 남음 없이 회광반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우리 원불교인에 있어서는 궁극적으로 자기들의 기대나 걱정, 낙관, 비관 등의 세속적 인 엇갈림 속에서가 아니라, 진정 이 세상의 전체 소망과 모든 고뇌와 가능성, 불확실성 등 온갖 분별성과 집착性을 모조리 다 수렴하고 속속들이 넘어서서 진리와 더불어 다 같이 하나가 되는 길이 기대 이상으로 충족되어야 하고 하나로 살지 못하는 분열과 단절의 아픔이 못내 마지 못하는 우리들의 걱정이다.
대산 종법사께서는 신년법문을 통하여 교단과 국가와 인류에게 「하나로 살자!」는 주제를 제창하시고 종족의 울을 넘어서고 국가의 울을 넘어서고 종파의 울을 넘어서서 우리들 모두가 서로 한 부모 한 형제인 것을 확인하며 은혜와 사랑으로 하나 되는 길을 밝혀 주셨다. 「세계가 하나 되는 시대」는 금세기를 살아가고 넘어서는 이 역사의 주제일 뿐 아니라, 일체 중생과 세계 인류의 무시광겁에 걸친 일대원력인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하나로 살자는 주제는 원불교신앙의 궁극적 목표 그 자체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더욱 새삼스러울 리는 없지만, 결국 이 하나 되는 이 뜻과 생명이 원불교의 정신개벽의 역사와 더불어 어떻게 얼마만큼 자라왔느냐 하는 것은 우리들 자신에게 항상 새로운 문제의식을 제기해 주는 것이다. 이렇듯 하나 되는 뜻은 그대로 원불교신앙의 생명력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것은 또한 전 우주와 전 생명으로 하나 되는 전일체계의 공동 질서로서 바로 은혜와 사랑의 공동체 ― 우리가 여기를 벗어나서는 살지 못하는 그 절실한 동기를 깨달아야 한다.
우리들은 과연 전 우주와 전체 생명과 더불어 우주적 전일체계로서의 공동 질서 속에서 그 얼마나 떳떳하고 당당한가? 법신불 일원상의 진리신앙의 주체는 반드시 여기 이 중심에 이르러 자신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서는 일체 다른 모든 신앙의 자세가 그러하다.
「원만구족」과 「지공무사」의 신앙적인 본질은 극서 자체가 어떠한 도그마적인 이데올로기적인 구조나 논리가 아니라 진리와 생명과 역사의 공동체로서의 생명이며 은혜와 사랑 그것이어야 하며 우리의 신앙 자기의 신앙이 주관이나 객관이라는 한계가 울을 극복하고 넘어서서 세계가 하나 되는 새 시대 개벽이 그 총체적인 주체로서 보은하고 봉공하고 헌신하고 있는 우리들의 자생적인 상생의 마음과 능력으로서 나타나야 한다. 도그마와 이데올로기적 선천불열시대의 잔재를 털어버리고 그 언제 그 어디서나 함께 살아가는 통일적 일원공동체의 그 하나 되는 은혜와 사랑을 끊임없이 베풀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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