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적 생명 역사의 용광로

법인71주년을 맞이한다. 법인은 원불교의 한복판을 관류하는 대 생명 정신이다. 법인의 대 생명, 법인의 대 정신을 통하지 않고는 가히 원불교의 정맥과 실체에는 부딪칠 수가 없다. 법인은 이른바 법계의 공인을 뜻하는 상징적 징표로서만 유전되는 것이 아니다. 저 지나간 71년 전 8월 20일 이날 이후로 대종사를 비롯한 우리회상 최초의 선진들은 이 천지와 이 세상으로 한몸 한마음이 되어버리고 이 진리와 이 역사 앞에 온통 끊임없이 다 바쳐버린 채 마침내 어느 한 티끌로도 돌아오지 않았다. 여기에 원불교가 스스로 하는 뜻이 있고 근본이 있다.
 어느덧 반세기를 넘어 칠십 유여 성상의 연륜을 굴리어온 오늘날의 교단사 교화의 역사 속에서 이 법인의 뿌리는 과연 얼마만큼 정착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물론 이와 같은 법인의 정신은 원불교 교단에만 한정된 독단일 수는 없다. 그것은 이 우주법계에 사무쳐있는 진리의 생명이자 역사적 정의로서의 보편적인 세계정신이다. 우리는 일찍이 이 밖에도 어느 신이나 우주 세계의 법칙이 어떤 것이고 또 종교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다분히 인위적이며 사변적인 기능과 술수에는 익숙하지 못한 채 거기에 집착하고 휘말려 사로잡혀 있을 겨를이 없었다.
 우리는 이미 저절로 어우러져 있었다. 이 세상과 함께 일체 생령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절정을 이룬 전인적인 각성의 몸부림이 마침내는 하늘을 돌이키는 절대적인 감동으로 울리어 퍼졌다. 이렇듯이 법인은 가령 어느 한 집단이 만들어낸 사건이 아니다. 마땅히 그것은 우주사적인 순환으로부터 이루어낸 역사의 필연으로서 그 울림은 빛과 소리와 형상으로 작용하지 않고 보다 깊고 보다 넓은 한량이 없는 정신과 생명의 흐름으로 언제나 새롭게 내면화되어 가는 용광로로서의 큰 기틀을 지었다.
 지금 우리는 저 지난날 법인의 발자취를 따라서 여기에서 서성거리는 것이 아니다. 이 진리적 생명으로서의 법인의 용광로로 돌아와 끊임없이 거듭나고 거듭나는 새 생명운동이 그 언제 그 어디에서나 눈부시게 벌어져야 한다. 우리의 법인은 과거의 되풀이를 늘 반복해야 되는 악순환을 스스로 자각하고 단절하며 이제 이 역사적인 절대의 현실로서의 그 중심이 되는 의식과 생활이 한결같이 열리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면 안 된다.
 우리는 흔히 이와 같은 법인의 의식화나 역사적 절대 현실로서의 활성화 문제에 이르러 항상 기도라고 하는 대 명제와 일치하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기도의 주체적 생명은 기도 그 자체로써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것이 그 전체가 아닐뿐더러 목적도 아니며 더구나 만능의 위력으로써 독점할 수도 없다. 우리의 법인기도는 이 진리의 법인을 체득하고 성취하기 위한 자동적인 몸부림이었다.
 더구나 그 안에는 이 하늘땅과 사람 일체 생령 그리고 천지신명을 한결같이 이대 생명으로 꿰뚫어나가는 원력과 언제 어디서나 억조 창생 그 전체 생명을 위하는 길이라면 살신성인으로 오로지 바쳐주겠다는 결단이 자리잡고 있다. 이것은 우리기도가 지니는 특징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 진리와 생명 역사의 공동체를 이루기 위하여 더불어 다함께 서원하고 결의하는 실천적 자각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의 기도는 법인성사로부터 그 시원을 이루며 그대로 정신 개벽의 용광로가 되어 끊임없이 타오르면서 가위 끊일 사이가 없다 할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법인정신 법인기도는 마땅히 우리가 일상 수용하는 언어가 되고 의식이 되고 정의의 지침 행동이 되고 실천적 법인 실천적 기도가 되어야 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근래에 와서 법인성사 법인기도는 교계에 확산되어 가고 더욱 조용히 심화되어 가는 참신한 기운을 접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계제에서 올 법인절을 전후한 원불교청년들의 법인기도회향은 교단사적인 깊은 뜻을 시현 해 주면서 일대장관을 펼쳐주고 있다.
 71년전 30대의 대종사를 비롯한 구인선진과 오늘날, 원불교청년의 만남은 결코 우연이며 예삿일 수가 없다. 그들은 여기에 내일을 살아나가는 진리의 새 생명으로 역사의 필연으로 그리고 역사의 절대현실로서 개벽의 관문 앞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확연히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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