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에 대한 사회인식

신룡교학회 제1차 연구발표회가 21, 22일 양일간에 걸쳐 이리교당에서 열렸다. 「원불교와 사회」주제로 열린 이번 연구발표는 한국민족주의 관점에서 본 원불교를 비롯하여 불법연구회 민중교육, 원불교와 복지사회 그리고 사회교육적인 관점에서 본 원불교 농민운동 등 ― 이렇듯 일련의 제목이 시사하듯이 참신한 사회의식 역사의식의 자각과 계발이라는 측면에서 또는 사회과학적 시각 ㆍ 조명 ㆍ 방법 등의 試圖로서 매우 뜻 있고 바람직한 향방을 제시해주고 있다.
「원불교와 사회」주제의 연구발표는 물론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새로운 방법, 탐구로 신 개발지를 보여주는 새삼스러운 의도일 수도 없으면서, 오늘날 우리 원불교가 어느덧 惰性화 되어가고 있는 자신의 비사회성과 개인적 합리주의의 구조적 함정을 스스로 발견하고 반성하고 자책하며 서로 일깨워주며 바로 서게 하는 데 경종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것이 언제나 소박한 우리네이 소망인 것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이러한 소망 속에는 동시에 우리 교단의 신진엘리트라 할 수 있고 또는 우리 교단의 밝은 미래상이라 할 수 있는 신룡교학회에 모인 여러 젊은 지성들에 대한 응분의 기대라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저버리지 못할 것이다.
원불교와 사회하면 이것은 분명히 이분법적인 발상인데도 아직까지는 구태여 낡은 개념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 나라고 하는 개인과 우리라고 하는 중생이 별개의 문제이고, 종교와 사회, 나아가서는 원불교와 사회가 聖과 俗의 분리법에서 다를 수박에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고정관념이 폐쇄적인 도그마로 도사리고 있는 한에서 그저 그런 것이라고 할런지 모른다.
그러나 원불교와 사회는 본래적으로 새삼스런 일치나 무슨 합일의 관계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동체대비의 공동체로서의 은혜와 사랑 그 자체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불교와 사회를 (혹은 종교와 사회를) 對自적인 관계가 아니라 聖俗과 또 다른 갖가지 이질적인 요소와 分別智로 갈라놓고 분열을 조작한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오늘날 그 어떤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무슨 개념이나 무슨 정의로 어떻게 규정하던 간에 사회는 어쩔 수 없이 공동체 일 수밖에 없고 공동체는 우주적인 생명 공동체이며 생명 공동체는 그대로가 전 생령의 인격체인 것이다. 바로 그것은 「일원상」으로서 전 우주 전 중생이 총체적으로 統合收藏 되어 있는 원리적 사실이 이것을 소소영령하게 증명하여 준다. 그래서 법신불 일원상은 근원적으로 사회적 사실이며 생명과 인격의 통합기능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 사실로 나타나는 기능에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상극, 분단, 분열, 갈등, 배타, 투쟁, 독점 등과 같은 정치적 조작에 의한 역기능이 독판을 치는 현상이지만 궁극적인 진리의 우주적 전체의 질서에서는 그런 것이 아니다. 역사와 사회는 어디까지나 생명 공동체의 자각과 은혜의 현장으로서 이며 전 우주와 전 중생의 통합적인 인격이며 균형이며 조화의 현상일 따름이다. 그것의 적절한 표상은 또한 원불교에서 「상생」과 「보은」으로 요약하고 있다.
사회는 물론 개인과 개인기리 모인 저마다 각기 다른 사상적 ㆍ 정치적 ㆍ 종교적 ㆍ  종족적 ㆍ  국가주의적 상반된 이해관계의 집합체가 아니라 서로가 無我의 공동체라는 사실이다. 오늘날 사회적 갈등과 逆流를 조장하는 원인은 정치독선주의의 조작에 연유한다는 것을 일깨우면서 공동체의 새로운 사회인식에 대한 자각이 절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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