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중생의 역사적 과제

청아하고 따뜻한 햇살과 어머니의 품안같이 훈훈한 바람속에서 5월은 태어난다. 5월의 하늘과 5월의 대지, 그리고 만생령의 새싹이 바야흐로 천진한 머리를 들어 속삭이며 그 은밀하고 미묘한 숨결을 연다. 아직도 가는 봄 남은 봄이 아쉬운 것일까. 산과 들거리에는 쇠잔한 꽃잎이 간간이 지며 어디로인지 흩어지는 자취를 눈여겨 둘러 보기도 한다.
5월 5일은 음력으로 4월초파일, 서가모니 부처님께서 사바세계 인간으로 태어나신지 이천오백삼십일년이 되는 성탄절이다. 오늘날에사 부처님 모르는 중생과 백성이 어디 있으리오만은 부처님의 탄생과 부처님의 오심이야말로 무시광겁의 이 우주사를 통하여 그 언제 그 어디서나 끊임없이 새롭고 감동적인 일대사 인연으로서의 메시지와 생명의 율동을 스스로 지니게 한다.
그만큼 서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인간적이며 보편적인 진리와 중생과 세계 그 전체에 넘치는 사랑과 동체대비의 지극하고 영원한 화현으로 우리들과 함께 하고 계신다.
부처님은 곧 인간 자신이시기 때문이며 중생의 고뇌가 다름아닌 이 세계의 사실로 저마다 모두의 마음에 얽히고 설킨 복잡미묘한 관계적 삶임을 꿰뚫어 보시고 더욱 부처님께서는 전체를 위하여 생각하시고 걱정하시고 중생과 더불어 살으셨다.
부처님께서는 전륜성왕으로 장차 돌아오고야말 세습적이며 숙명적인 자기자신의 기계적 작동의 태반을 깨뜨려버리고 마침내 유성출가했다. 부처님께서는 인간을 노예화하고 중생을 초개시하는 신권적인 기존체제와 백성을 끊임없이 무명화 숙명화 마침내 무력화하는 전제강권주의에 대하여 그리고 중생의 비본질적인 탐욕에 대하여 죽음과 같이 고뇌하고 몸부림치는 고행을 통하여 마침내는 정각과 정행을 성취하고 그 바탕에서 「성취중생」이라는 인간해방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와같이 부처님의 출가와 그의 바른 깨달음은 그 자신의 인간혁명으로 이룩한 인간의 해탈중생 해방의 선각적인 최초의 상징이며 이것은 또한 어디까지나 자발적이며 자생적인 우주전체 생명의 총체적 원력으로 나타난 역사적 결단의 일대사실이었다.
부처님의 인간혁명으로 획득한 성취중생의 역사적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절대의 평등이며 절대의 동체성 그 사랑이다. 부처님께서 시현하신 「천상천하유아독존」은 어떠한 개인적인 자존이나 인간의 존엄성에만 국한하는 아집이 아님은 물론 중생으로 하여금 그 어느 사물 그 어떤 존재에게나 절대평등의 우주적 진리성과 생명의 가치, 역사적 공동체 의식에 대한 참되고 바른 인식이 투철한 자각으로 언제나 샘솟는 것이라야 한다. 따라서 이에 앞장서고 상응하고 화동하는 정신은 동체대비의 사랑인것은 말할것도 없다.
오늘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부처님의 정신에 비추어 역사의 흐름과 현실, 그 방향을 제대로 조명하고 지침하는 지혜와 용기가 무척이나 아쉽기만 하는 처지다. 세기말적인 비인간화의 풍조, 동물적인 탐욕, 그 탐욕적 이데올리기와 집단이기주의의 구조적 폭력 ㆍ 행패가 빚어낸 정치권력주의 독점 ㆍ 독재주의 물량주의 퇴폐향락적 반도덕적 문화주의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동서를 갈라 세우고 남북을 분단하는 강대세력은 인위적인 작위를 통하여 갈등과 분열 전쟁의 불씨를 조장하고 있다. 그러나 부처님의 인간혁명, 중생해방의 역사적 과업은 이미 끝난것이 아니라 지금도 영원히 끊임이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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