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현장을 가다
기쁘게 창생위해 죽사오리다
맨손으로 찍은 지장이 혈인으로
지금도 살아 숨쉬는 사무여한 정신

종교의 생명은 법이요 정신이다. 원불교의 생명은 소태산 대종사님과 구인선진들께서 교단 초창기 저축조합 방언공사 혈인기도를 통해 실천해 보이신 창립정신이다. 이 창립정신이 맥맥히 계승되면 교단의 정신적 생명이 살아 생동하는 것이요, 창립정신이 퇴색되면 정신의 생명이 꺼지는 것이다.
종교는 주세성자가 개창한 정법회상이라 하더라도 그 역사가 오래되면 자칫 그 교조의 성자정신이 퇴색되기 쉽다. 원불교 교단의 역사가 해를 거듭하여 72년의 짧지않은 연륜을 쌓았다. 종교의 참 생명은 외형의 발전에 있지 않는만큼 창립정신이 맥맥히 계승되고 있는가, 퇴색되어 변질되고 있는가를 항상 면밀히 점검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원불교는 지금 교단 창립 제 2대를 마감하고 제 3대를 시작해야 할 중대한 시점에 놓여 있다. 금년도 법인절을 맞아 재가 출가 전교도가 구인선진들께서 몸소 실천해 보이신 무아봉공 일심합력의 창립정신을 자각하여야 교단의 발전이 현 수준에 그치지 않고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 힘차게 뻗어나가리라 믿는다.
창립정신의 계승
이에 법인절을 앞두고 창립정신의 원천지인 법인현장의 생동하는 모습과 정기를 전하기 위해 영산성지를 찾았다.
매년 한 두 차례 방문하는 영산성지이건만 찾을 때마다 새로움을 느끼고 벅찬 희망과 용기를 얻어올 수 있는 것은 은생지요 법생지이기 때문이리라.
새부처님 소태산 대종사께서 탄생하시고 구도 ㆍ 대각하시어 구인선진을 비롯한 제자들을 모아 저축조합 방언공사 혈인기도등 창립의 성적을 나투신 영산성지의 모습은 해마다 새롭고 달로 새로워지고 있다.
구수산 산림은 해마다 푸르름을 더해가고 성지 진입로가 영산선원 앞까지 포장되어 버스가 하루에 10여차례 내왕하며 DDD 전화가 주민들의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성업봉찬 사업의 활발한 추진으로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옛 건물들이 새롭게 복원 ㆍ 수리되었으며 대각지와 삼밭재 마당바위등의 면모를 속속 갖추고 있다.
물론 겉으로 보이는 가시적 성지의 개발도 필요하지만 이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각자의 마음혁명과 창립정신의 계승이리라.
법인의 기쁨
원기 4년 8월 21일 백지혈인의 성사를 나툰 옥녀봉 아래 구간도실터를 찾아 합장하고 구인선진님을 그리며 법인성사 당시를 회고해 본다.
「구수산 굽이굽이 영기서리고 옥녀봉 구간도실 밤고요한데 법계에 사무치는 구인의 서원 기쁘게 창생위해 죽사오리다. 아홉분 한뜻으로 써올린 증서 죽어도 다시 여한 없사옵니다 마지막 일심으로 찍으 sqor지장 감응도 거룩할사 혈인의 자취. 그날의 그큰서원 그큰자취로 이회상 법계인증 받으셨나니 법인으로 뿌리박은 창립의 정신 법인으로 연원지은 무궁한 교운 아아 그날 백지혈인 나툰날 길이길이 기념하세 법인의 그날」허공 어디에선가 법인절 성가소리가 메아리 친다.
시정이 풍부했던 故 중산 정광훈 대봉도께서는 「혈인기도」란 제하에 법인의 기쁨을 이렇게 노래했다.
「사무여한 사무여한 이 숭엄한 정신이여, 이 거룩한 생명이여 / 법과 진리를 위하여, 억조창생의 구제를 위하여, 전무후무의 대회상이 열리는 이 큰일, 우리가 먼저 제물로 하늘에 신성을 바치자 / 스승님 이 한분부에, 비장한 각오는 도리어 만면에 희색으로 번지고, 초개처럼 생명들을 던지셨습니다 / 아홉분 그어른들 마음과 마음, 일말의 날이 있으랴 사량이 있으랴, 최후를 장식하는 고천의 기도, 벅찬 순결과 그 정열은 화구에 불길처럼 터졌나니 / 하늘도 난감하시었기에 법계혈인 나투셨습니다 / 대종사님 가뿐 숨 내쉬우시며, 제군들은 이제 죽은 이름들을 버리고 새법명과 법호를 받으라, 새회상 창립에 주인들이로다. 오 이날이 기미 8월21일, 이 회상 법계인증 받으시던 날 / 아 영광하여라 우리 회상이여, 이 성스런 역사를 지녔기에, 이 거룩한 조상을 모셨기에 그리고 영원히 영원히 이어받을 교단의 얼, 살신성인 그 생명의 샘줄기 연원이여」(원광 49호 수록)
구인선진 그리며
후천개벽의 새 천지가 크게 열리는 즈음에 새주세불로 고해중생을 제도하고 병든 세상을 치료하시기 위해 사바세계에 탄강하신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께서 새회상 원불교를 펴시기 위해 최초의 표준제자로 내정하셨던 구인제자, 그 이름 거룩한 일산 이재철 ㆍ 이산 이순순 ㆍ 삼산 김기천 ㆍ 사산 오창건 ㆍ 오산 박세철 ㆍ 육산 박동국 ㆍ 칠산 유건 ㆍ 팔산 김광선 ㆍ 정산 송규 선진님.
원기 8년에 구간도실을 옮겨 지은 영산원에서 하루밤을 묵으며 구인선진님 한분 한분을 추모해 본다.
천성이 온순 정직 현량하여 누구를 대하나 항상 화기로웠고 외교가 아주 능하여 초기교단의 대외 간판역할을 담당했던 일산 대봉도님.
온유선량한 성품과 솔성의정직함으로 초기교단에서 인화의 표본이 된 이산 대호법님.
대종사님으로부터 최초로 견성인가를 받은 지덕겸비의 도인으로 철자집 심월송 교리송등 많은 시문을 남긴 삼산 종사님.
공중사라면 자신의 신명을 아끼지 않고 공금을 지극히 아끼는 무서운 공심가였던 사산 대봉도님.
남이 하기 어려운 일을 몸소 앞장서서 실행하면서도 조금도 장하다는 상이 없는 무상도인 오산 대봉도님.
대종사님의 친동생으로 대종사님을 대신하여 모친봉양과 시탕을 하여 회상창립에 큰 공을 세운 육산 대호법님.
대종사님의 외숙으로서 제자가 되어 독실한 신성을 바친 칠산 대호법님.
대종사님의 첫제자로 가장 허물이 없이 가까이 대하고 깊이 정이든 제자로 정신 ㆍ 육신 ㆍ 물질의 삼공덕을 완비했던 팔산 대봉도님.
소태산의 상수제자요 후계 종법사로 교법을 완정하시고 교단의 모든 기초를 다져주신 정산 종사님.
초창기 온갖 간난속에서 대도회상 창업과 중생구제를 위해 헐 먹고 헐 입으며 이 공부 이 사업에 오롯이 심신을 다 바치신 대종사님과 구인선진님이 남기신 업적과 정신은 영원히 빛나리라
우리의 각오
법인절을 맞아 우리 후진들은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의례적인 법인절 기념식을 갖고 몇차례 기도만 드리는 것으로 도리를 다했다고 안위할 수는 없다.
이번 법인절에는 우리 모두가 지난날의 일거수 일투족을 스스로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참회반성해서 큰 심적변화를 일으켜야 하리라.
전무출신은 「이 공부 이 사업을 위해서는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사무여한의 출가정신을 늘 반조하며 실천하는 뜻뜻한 삶이었는가, 아니면 본래 서원과는 달리 자신의 안일을 꾀하고 욕심을 채우기 위해 빙공영사하는 죄악의 길을 걸었는가 냉철히 돌아보아야 하겠으며 재가교도들도 원불교를 만나 향상하는 삶이 되었는가 아니면 별 진전이 없는 삶이었나를 반성해야겠다.
교단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도 대종사님과 구인선진님의 본의에 어느 정도 부합되는 정신과 공심으로 교정을 맡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법인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교당의 문턱이 높아지고 교무들이 귀족화되며 교단이 물량화되어 가고 있다는 재가교도들의 여론이 날로 비등해 가며, 교단 총화와 지도자들의 순일한 공심을 요구하는 후진들의 충정어린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이다.
영산성지에 솟아오르는 아침해를 바라보며 종교의 생명인 법의 혜명이 끊임이 없도록 삶 전체로 창립정신을 계승 ㆍ 실천하는 구인선진님의 알뜰한 후진들이 수없이 배출되기를 염원해 본다. <글 ㆍ 사진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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