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종법사 취임
손정윤
스승님의 대도정법을
후세에 길이 전해가자

소태산 대종사의 발인식을 끝내고 교단 중진 간부들이 모여 후계종법사 선정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박장식이 의견을 말하였다.
 일제 당국은 대종사님 열반 후에 종권 다툼이 일어나 회상이 자멸할 것을 믿고 있으며 또 그렇게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대일수록 우리는 더욱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겠습니다. 평소 대종사님께서 늘 말씀하신 바를 유언으로 생각하고, 또 우리 대중들이 대종사님의 분화신으로 믿고 따르고 있는 정산선생을 후계 종법사로 모시는 것이 당연한 줄로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정산선생을 종법사로 모시고 일치 단결하여 회상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곧 대종사님께 보은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참석한 교단간부들이 찬동하여 정산종사를 후계 종법사로 추대하게 되었습니다.
 6월 8일 종법사 취임식 전에서 정산종사는 대종사 성령 전에 하였다.
 소자는 일찍이 종부주를 모시고 이 공부와 사업에 착수하온 이래 항시 태산같은 믿음으로써 모든 일을 오로지 종부주께 의뢰해 오옵다가 이제 돌연히 천붕지통을 당하오니 마치 어린양이 목자를 잃은 것 같사와 창황망조함을 금하기 어렵사오나, 종부주께서 그동안 소자들에게 주신 그 정신은 뚜렷이 저의 뇌수에 남아있어 영겁을 지내도록 변하지 아니하기로 맹세하옵나이다. 이제 소자같이 불민한 것으로 후계의 대임을 당하게 되옴은 실로 송구함이 있사오나 오직 평소의 가르침에 따라 전긍리박의 태도로써 종부주의 정신을 체득 실현하기에 노력하겠사오니, 안으로 동지들의 협력이 있고 위로 종부주 성령의 감응하심이 있으시기를 지심복망 하옵나이다
 정산종사는 이어서 대중들에게 취임사를 밝혔다.
 내가 오늘까지 이 자리에 오르리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 본 바가 없었다. 고거의 불교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보통 조사도 나오고 드러난 조사도 나오면서 수 천년을 내려오는데 불상을 모시고 내려왔다. 그러나 우리회상은 대종사님께서 내어놓으신 법이 있고, 또 대종사님 법하에서 직접 훈련받은 많은 동지가 있으니, 대종사님의 법을 전하기로 온갖 정성을 다한다면 대체에 어긋나지 아니하리라는 마음에서 용기를 갖고 이 자리에 임하게 되었다. 우리 모두 대종사님의 대도 정법을 후세에 길이 전하기로 서원하고 일심 합력하자.
 정산종사 취임 후 일본은 연합군과의 전투에서 패전의 빛이 날로 짙어갔다. 일본경찰은 소태산 대종사 열반 후에도 불법연구회가 더욱 일사불란하게 단결해 가는 것을 보고 탄압과 수탈을 갈수록 심하게 하였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정산종사는 제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었다. 원기 29년(1944) 10월 어느 날, 옛글 한 귀를 소개하면서 국운과 교운의 장래를 밝게 전망한 것이다.
    기.
 계산에 안개 개면 숲이 울창하고 산이 높을 것이요 / 경수에 바람 잔다 해도 잔물결은 남아 있다. / 봄철 지난다고 해서 꽃다운 것 다 진다고 하지 마라 / 아름다운 이상향에 연밥 다는 철이 있으리라.
 정산종사는 당시의 어려운 시국을 짙은 안개가 차차 밝게 개기 직전으로 비유한 것이다. 비록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게 낀 것 같아도 곧 밝은 해가 솟아나고 안개가 개면 숲이 울창하고 산이 높이 솟은 아름다운 경치, 거기는 무릉도원 곧 이상향이 전개되리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운은 세계의 정신적 지도 국이 될 것이요, 새회상은 이 세계에 지상낙원을 건설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전망한 것이다.
 815해방을 한 달쯤 앞두고 부산과 일본 하관 사이에 미국 잠수함이 연락선을 격침한다든가 또는 부산을 향하여 미군이 함포 사격을 한다는 등의 소문이 총부에 까지 들여왔다. 이때 총부에서는 부산지방의 교무들을 총부로 데리고 와야 한다든가, 또는 순직하는 일이 있다 할지라도 그대로 교당을 지키게 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분분하였다.
 이에 정산종사는 내가 직접 부산에 가서 실정을 보아서 취사해야겠다며 부산으로 갔다. 이때 정산종사는 초량교당 법당에  라 써 붙이고 시국의 안정을 염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8월 15일로 총부로 올라오다가 기차 안에서 조국 광복의 기쁜 소식을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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