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민족사상의 장벽 넘어서서
불상 앞에 향불 사르는 목사님

 자고로 인류의 지각이 열리던 날부터 온 인류는 세계 평화를 염원해 왔으며, 성현들도 때를 딸 출현하시어 정법과 무력으로 세도인심을 바로 잡으려 했으나 오늘날 우리 인류는 아직도 직접, 간접으로 전쟁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또한 고도로 발달된 물질의 세력을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만 선용할 수 있는 정신적인 지혜를 갖추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는 실정에 놓여있습니다.
 금세기에 들어와서 세계 역사상 유례 없는 제12차 대전을 겪었고 한반도에서 만도 3년의 전쟁으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으며, 전쟁의 파괴력이 대형화되고 초속화된 이때에 지난해에 걸프 전쟁 또한 강대국들의 최첨단 과학무기의 시험장이 된 것도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바입니다.
 오늘날 강대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총동원하면 인류를 몇 차례나 멸망시키고도 남는다고 합니다. 만약에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서 한줌의 재로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 인류가 존속하느냐 멸망하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공동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대종사님께서는 지금으로부터 77년 전 영광군 백수면 구수산 아흔 아홉 봉우리로 푹 둘러싸인 산촌에서 이미 내다보셨으니 참으로 대종사님은 새 부처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의 현 시국을 관찰하시고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하시며 물질의 세력을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 자유자재로 부려 쓸 줄 아는 지혜로운 정신의 세력을 길러내는 일이 가장 중대하고 시급한 일이라 지적하시고 여기에 새로운 종교의 문을 여는 동기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물질의 노예생활을 면치 못하는 파란고해의 일체 생령을 광대 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는데 전제되는 정신의 세력을 길러내기 위한 기본원리는 바로 우리의 교리 속에 담겨 있습니다.
 정전 일원상 장에서 일원은 우주만유의 본원이요, 제불제성의 심인이요, 일체중생의 본성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인류 평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열쇠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바로 우주만유가 하나의 진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주만유와 삼라만상이 하나의 진리로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현실세계는 수많은 장벽들로 서로 막혀있고 갈라져 있습니다. 이는 곧 종교의 장벽, 민족과 인종간의 대립, 사상과 이념의 갈등으로 이런 장벽들이 무너지고 울이 터져야만 비로소 인류평화가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우선 종교간의 울을 터야 합니다. 종교란 문자 그대로 마루 되는 가르침이기에 어느 집단에서보다도 서로 화목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종교는 사회를 위해 있어야 하고 이에 따른 성직자는 대중을 위해 있어야 합니다. 사실 신이나 부처는 인간을 위해 있어야 함에도 성직이 마치 신이나 부처를 위해 있는 것인 양 착각한다면 이는 큰 잘못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얼마 전에 부인이 가정을 불고하고 교회에만 다닌다고 하여 남편이 교회까지 찾아갔다가 홧김에 불을 질러 신도 수명의 사상자를 내었고, 10월 28일에 신의 재림이 있어 믿는 자만이 지옥의 이 땅을 벗어나 천상으로 휴거 된다 하여 한바탕 회오리바람을 일으킨 일도 있습니다. 망망대해의 물과 같은 성현의 법을 한갓 조롱박 속의 물로 만들어버린 어처구니없는 세상입니다.
 일원은 제불제성의 심인이라 하셨습니다. 진리를 깨달으신 성현의 마음자리는 바로 일원의 진리 그 자리입니다. 다만 시대적 지역적 배경에 따라 그 사용하는 자비방편이 달랐을 뿐입니다.
 성현의 마음에는 오직 자비와 사랑과 인의와 비폭력이 있을 뿐이며, 원망을 감사로, 분열을 화합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돌리자는 것인데 어찌 오늘날 목사가 불상 앞에 향불 사르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으며, 스님이 십자가에 목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일원은 일체중생의 본성이라 하셨습니다. 너도 부처 나도 부처, 일체중생의 본바탕이 바로 일원의 진리인데 높고 낮음, 크고 작음, 귀하고 천한 것이 어디 있을까요. 다만 지역 환경에 따라 여러 종족의 구분이 있고, 인종의 구분이 있어 진 것뿐입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하다고 인권선언을 한지도 수백 년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5게는 아직도 민족우월주의에 빠져 자국민의 권익을 위해 소수 민을 탄압하는 비윤리적인 행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콜럼부스의 신대륙발견과 함께 자행된 원주민 대량학살과 흑인노예제도, 나치 독일의 6백만 유태민족 학살, 소련과 중공의 소수민족 탄압, 일본의 35년 간의 한민족 압제 등이 있습니다. 인류는 분명 한 근원에 말미암은 형제들임을 하루속히 일깨워 주어야겠습니다.
 다음은 이념과 사상의 갈등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내 사상과 주장이 옳다는 생각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묵살하는 독단은 사라져야 합니다. 당리당론에 얽매여 시기하고 모함하던 지난날 우리의 역사, 동서 이념대립으로 우물안 개구리처럼 아집에 빠진 세계역사를 파헤치노라면, 서로 서로 특성을 이해해 주며 이념을 초월한 큰 세계주의 일원주의 사상이 절실해 집니다.
 그러나 세상은 대종사님의 전망의 말씀처럼 변해가고 있습니다. 소름끼치던 베를린 장벽도 무너졌습니다. 소련연방이 해체되었습니다.
 이처럼 세계의 역사가 화해의 분위기로 흐르고 있는데 아직도 이 땅의 절반은 사상대립으로 두동강난 채 이 지구촌의 마지막 이념의 분단국으로 남아 있는 것이 가슴아픕니다. 우리는 언제 저 휴전선을 넘어 백두산 천지연의 푸른 물을 마셔볼 것인지 마음 조이며 기다리는 시간이 더디기만 합니다.
 그러나 머지 않아 이 땅에도 6천만 한민족이 손에 손잡고 고향의 봄을, 아리랑을 목놓아 부를 날이 올 것이라 확신하면서 조국통일의 그 날을 위해 간절히 염원 올립니다.
 <교무교정원 공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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