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을 떠나며
김명달행
정당한 육신의 고를 즐기며
오늘보다 덜 부끄런 내일을 가꾸리라

동래수양원에서 실시하는 제36회 동선에 참석했다. 결제식에서 무아봉공 정신으로 제주도 교화에 뿌리를 내리고 반생을 불태우고 정년 퇴임하신 홍타원 법사님을 두 번째 모시고 구구 절절하신 말씀을 받들었다.
 이번 선 주제는 불석신명으로 법력정진하자는 것이었다.
 매일 아침 다섯시 좌선으로 시작하여 정전공부염불기도 등 여섯 가지씩 과정이 짜여있는데 좌선 후에는 임남열원장님께서 변산구곡로 석립청수성 무무역무무 비비역비비를 낭독하시는데 우리들에게 성리에 눈뜨라는 채찍질이라 생각하며 받들었다. 또 대종경 수행품과 인도품 그리고 정산종사 법어중 무본편을 낭독해주셨는데 우리들의 가슴에 꽉 와 닿는 법문들이었다.
 마친 후에는 요가나 건강 체조를 한후 자유시간인데 금정산 금강공원에 올라 새소리 물소리 들으면서 시 한수 읊으면 그 순간 모든 백팔번뇌가 다 사라지곤 했다.
 내려오면 꿀맛 같은 공양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시간에는 선이 끝난 후 주로 선 공부를 돕는 법문을 받드는데 홍타원님의 휴휴암좌선문에 대한 해석이었다. 선이란 자기 마음 가운데 일체탐욕을 버리고 허덕거리는 마음을 쉬게 하며 성리에 바탕한 것이라야 된다고 하셨으며 마음자리 밝히라고 사람 몸 받았는데 진리법신불을 모시고 사는 우리는 이러한 진리 속에서 얼마나 기쁘게 살고 있으며 부처님 섬기고 죽어서 천도 받는 것 보다 살아서 천도하자 하셨다.
 미흡한 내 소견으로도 휴휴암좌선문은 마음자리 밝히는 경인 동시에 내 마음 지키는 경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시간마다 선후에는 청산유수같이 쏟아져 나오는 법문과 의미 진 진한 비유 담을 듣고 나니 산이 높다고 다 명산이 아니며 세월이 흘렀다고 다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신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적인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 가운데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약하신 몸으로 지공 무사한 정신으로 살고계시는 원장님과 열심히 노력하시는 교무님을 가까이서 모시고 오박육일간의 합숙생활을 하면서 삼학의 공부법으로 성리가 묻어 나오는 듯 정당한 육신의 고를 이기면서 공부하는 우리선원생들이 무척 대견스러웠다. 그러나 나는 이번에 건강이 좋지 못해 만사에 결례되었음을 죄송스럽게 생각하면서 시각 청각이 다 여의치 못해 얼마나 더 참석할 수 있을지 늘 마음 졸였다. 합숙하는 동안 법 토론도 하고 덕담도 나누면서 웃고 즐기던 합숙생활은 참으로 뜻있고 보람된 나날이었다. 내 생애에 아름다운 추억의 한 페이지를 또 장식하게 되었다.
 자아에 대한 올바른 생각, 생명에 대한 존엄성, 높이 바라볼 수 있는 인격을 완성하기 이해 여생이나마 나를 비우고 모모가 마음이 청결하게 살자고 맹세했으며 새부처님 대종사님의 제도의 물에 들게된 은혜를 다시 기뻐하며 일원가족 못됨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내일은 오늘보다 덜 부끄러운 삶 될 것과 요즈음처럼 가치관이 혼란하고 판단기준이 뒤죽박죽 하는 세상에서 고통받는 곳에 은혜 베풀고 은혜에 감사할 줄 아는 삶이 될 것이며 진리관종교간인생관을 확립시킬 줄 아는 삶이 도어야 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어머니로서의 챔피언은 없다고 한다. 우리 전 교도들은 한 걸음 물러서면서 서로가 서로의 자리를 인정해주는 삶이 되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사람은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보다 얼마나 가치 있게 살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언젠가는 반드시 맞이하게 될 죽음이라는 엄숙한 명제 앞에 순종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평가는 관 뚜껑을 덮은 후에 하라는 말이 있다.
 저녁 노을 지는 해가 아무리 찬란하다 해도 매양 서글퍼지기만 하듯이 우리 인생의 황혼 길이 어찌 서글프지 않겠는가.
 그러나 부처님의 진리를 체득한 우리들은 진리보따리 수양보따리 복 보따리까지 챙겨 두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기쁘게 떠날 수 있는 생사일여의 해탈하는 공부를 해서 이생에서 성불하여 떠나가는 일일 것이다.
<교도거제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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