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정월 보름달은 일년중 첫 보름이라 매우 중요시하고 흔히 대보름이라 하다. 우리 나라의 세시풍속은 1년중에 190건 정도가 되는데, 이 중의 절반 가량이 정월에 있고, 정월의 절반 가량이 정월 14, 15일의 대보름에 관계되어 있다. 따라서 정월 대보름의 세시풍속은 일년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세시풍속에서는 신라의 팔월 보름 한가위 이후로 보름달의 비중이 매우 컸다. 농경생활을 기본으로 했던 우리 나라의 전통문화의 상징에서 보면, 달- 여신- 대지의 (음)사상 또는 풍요의 원리를 기본으로 하였다. 태양을 양이며 남성으로 인격화 한데 대하여 달을 음이며 여성으로 인격화했던 것이다. 따라서 달의 상징성은 여성출산력물식물들과 연결된다. 그리고 여신은 대지와 결합되고, 만물을 낳는 지모신으로서의 출산력을 갖게 된다. 세시풍속에서 그런 예를 찾아보면 동제와 줄다리기 같은 것이 그 전형이다.
 동제는 대개 정월 열나흘날 밤에 지내는데 온 마을 사람들이 질병과 재앙이 없이 농사가 잘 되고 고기가 잘 잡히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다. 건강과 풍요가 동제의 근본 뜻이었던 것이다. 동제는 지방에 따라 산신제, 성낭제, 용신제 등으로 나타난다. 또한 용신제의 경우에는 굿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동제는 세시풍속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종교적인(민속신앙) 측면에서 보면 마을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현재적 종교로서 정신적 불안을 해소시켜주고, 생활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다. 재앙고 질병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마을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뭉쳐주고 자주적 의지력을 키워주어 공동운명체라는 소속감을 확인 시켜준다. 따라서 동제는 단순한 세시풍속이 아니라 민속신앙의 종교적 기능고 전통문화의 역사적 정통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줄다리기의 경우에도 대부분이 정월대보름날의 행사였고, 이도 역시 농사의 풍요를 비는 것이었다. 현재까지도 전승되어 오는 경상남도 영산 지방의 줄다리기를 보면 암줄(서부, 여자편)과 수줄(동부, 남자편)로 나뉘어 암줄편인 여성 쪽이 이겨야 그 해에 풍년농사가 든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밖에도 정월 대보름날에는 새벽에 귀밝이술을 마시고 부럼을 깨물며, 약밥오곡밥묵은 나물을 먹는다. 더위팔기다리 밟기지신밟기기세 배 놀이쥐불놀이사자놀이오공대 탈놀이달집태우기 등의 각종 민속행사가 행해진다. 이와 같이 정월 대보름날의 민속행사는 우리민족의 민속신앙 내지 전통문화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와 같이 정월 대보름은 설날, 추석과 함께 우리민족의 3대 명절의 하나로 아직까지 전승되어 오고 있다. 한국인에게 있어서 농촌은 정다운 고향으로 인식되어 있다. 국제화 시대의 농산물개방 정책으로 인하여 우리의 농촌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신세대 또는 청소년 세대에게 정월 대보름의 민족적 정서를 심어주고 아울러 한국인의 고향 농촌을 가꾸고 살리기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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