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사명과 현실에 맞는 놀이 선택
남북한 동질성 회복하는 문화로 정착

문화나 전통의 개념들은 가장 상식적이고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만 생각하고 지나쳐 버린다. 역사가 오랜 민족들은 우선 찬란한 문화재를 내세우고 있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한민족도 수많은 문화재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흔히 문화재라 하면 남대문이나 다보탑과 같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유형문화재를 손꼽는다. 그러나 문화재는 유형무형문화재와 천연기념물 등 3가지를 말한다. 유형문화재 즉 남대문을 만드는 기술, 나무를 조각하고 기와를 굽고 돌을 다루는 등 봉지 않는 무형문화재와 멸종되어 가는 동식물들을 보호하는 천연기념물이다.
 유형문화재는 어느 나라에서나 보존하고 있지만 무형문화재를 국가에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나라는 이 지상에서 일본자유중국한국 등 세나라 뿐이다. 1961년에 일본이 먼저 중요 무형문화재를 보호하고 있으며, 자유중국이 1963년, 우리 나라는 1964년 12월 24일부터 지정 보호하기 시작했다. 이는 무형문화재의 실상이 가장 무모하고 열악한 상태에 처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마치 교통안전표시 푯말을 써 붙인 곳일수록 사고가 많이 나는 곳이다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원불교에서 어린이 민속잔치를 열고 전통문화를 외치는 데에 바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 민속놀이가 차츰 사라져 가고 있고, 전통 문화와 사상이 우리 정서에 맞게 재창출되지 않고 있다는 실정을 대변해 주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나라에 무형문화재가 많이 있고 인간문화재가 몇 백명이 된다는 것은 결코 자랑할 일도 아니며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왜 민속놀이를 개최해야 하는가? 이는 한국 사람이 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놀이문화를 선택한 것은 그 무엇보다 더 잘 선택한 일이다. 우리는 놀이라 하면 비생산적인 것을 연상하기 쉬울 정도로 많은 혼동을 가져온다. 일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놀이가 필요치 않다. 놀이는 쉬기 위해서, 다시 해야 할 일을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전통놀이 또한 소비적인 것을 지양해야 하고 재미가 없지만 그 속에 전통적인 진리가 살아 숨쉴 수 있도록 해야한다. 각박하고 이기주의적인 세상에 샘물이 되고 마음으로 기댈 수 있는 놀이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그 놀이를 주관지도하는 이들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시키느냐에 따라 놀이 속에 숨어있는 참뜻을 되살릴 수 있는 것이다. 놀이를 선별하는 작업과 오늘날 재현할 수 없는 놀이들은 책자와 팜플렛으로 만들어 사회 교육차원으로까지 활용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민속놀이를 5월 5일 하루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 세시풍속 때마다 했던 놀이를 찾아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설과 대보름, 단오, 유도, 칠석, 한가위, 상달, 동지 등에서 항상 행해왔던 놀이를 찾아내는 작업을 토착종교인 원불교에서 끝없는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 오히려 한국적인 종교로서 다른 일들에 한눈을 팔아 왔지 않았는가 자성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 나라의 최대 현안 하나가 남북문제의 해결이다. 통일을 이루려면 우선 먼저 남북간 상호교류가 되어야한다. 교류에는 상품과 기술이전에 예술과 문화교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볼 때 원불교에서 통일에 대한 준비작업으로 민속놀이 문화를 선택했다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남북간 민속놀이를 비교해볼 때 90%정도가 같은 것들이다. 한 핏줄 한민족으로서 동질성을 회복하고 다른 이념을 녹이는데 가장 빠른 길이 바로 놀이문화를 통하는 것이다.
 이제 원불교에서 행하는 민속놀이도 오늘날 우리민족의 사명과 현실에 걸맞은 놀이를 선택해야 한다. 또한 국제화시대에 발맞춰 놀이마당에 다른 나라의 우수한 놀이를 한마당쯤 소개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민속놀이는 고인 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처럼 하는 것이다. 즉 옛날을 회상하면서 예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시점에서 되살려 새롭게 조명해 나가는 것이다. 놀이의 참뜻을 음미하고, 재창조하고, 선양하여 원불교의 놀이문화가 이 시대 분단의 아픔을 해결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찾아 나서는데 선구적 역할을 했으면 한다. 다양한 민속놀이를 점검하고 수집, 발굴하면서 더 나아가 삼천리 방방곡곡에 놀이 문화의 수원지가 되도록 더 한층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리 박주명기자
사진>19일, 문화부에서 주관한 심우성씨의 한국 전통놀이 문화에 대한 강의 모습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