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교당 무료진료를 마치고
환자들을 개선장군처럼 돌보며

 교무님, 비오는 날 여행은 참 좋네요사춘기를 지난지도 오래 되었건만 저렇게 들떠서 야단일까. 두 간호사의 주절거림이 끝이 없는 속에서도 나는 속으로 걱정이 많이 되었다. 농번기라 환자들이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영월 교당 교무님의 한숨이 귀에 맴돈다.
 영월에 버스가 닿자 교무님이 우산을 갖고 나와 기다리고 계셨다. 교당에 들어서니 손바닥만한 마당에 파릇파릇한 배추며 사우가 싱그러웠고 작은 꽃잎들이 빗속에서 웃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안방에 모셔진 법신불전에 4배를 올리고 교도님들과 합동인사를 했다. 초창교당은 교무님과 교도님들의 땀과 노력과 정성이 속속들이 배인는 곳. 문득 고흥교당 교도님들과의 지난 일들이 어제 일처럼 되살아나서 이곳 분위기가 낯설지 않고 한없이 정겹게 느껴졌다.
 무료진료 장소는 농협 건물의 3층을 빌렸는데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이 철저히 준비를 마쳤다. 교무님은 그래도 걱정이 대단했다.
 그날 새벽 4시 50분 세수를 하러 나갔다가 나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판자를 엮어서 겨우 만든 간이 세면실에서 교무님이 목욕재계를 하고 계셨다.
 더운물을 변변히 만들어 쓸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고, 5월이긴 하지만 첩첩산골 강원도의 날씨는 더구나 비온 뒤의 새벽의 날씨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오싹했다. 저런 정성이니 진리의 감응이 있겠구나. 나는 자신했다. 10시부터 진료가 시작이라 교당에서 9시에 간단한 기도가 있어 참석하라는 것 아무래도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 사양하고 간호사 두명을 재촉해서 농협으로 향했다. 벌써 환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간호사 두명은 미리 혈압을 재고 주요 증상은 예진을 해서 카드에 기록한 후 진료소에 넘기면 의사 두분은 진찰을 하시고 침과 부황, 기타 필요한 처치를 하셨다. 나는 교도님 몇 분과 약국을 담당했다. 영원교당의 모든 교도님들이 총동원됐고(모두라야 여남은 명이지만). 환자는 그야말로 왕이었다. 그래서, 들어오는 한분, 한 분을 개선장군이 귀향하는 것처럼 맞이했다. 접수를 마치고 의자에 앉을 수 있도록 까지 안내가 배려를 하고 무엇이 불편한지 알뜰히도 살폈다. 기다리는 동안 볼 수 있도록 원불교 안내책자, 대종경 만화9실시품, 인과품) 샘물 한 모금. 기타 책들을 준비하고 목마를까 요구르트로 오는 분들 모두에게 공손히 드렸다. 진료소 안은 은혜가 충만했다. 빨리 하려고 설치는 사람도 없고, 새치기도 없었다. 안내들이 그렇게 했고 주민들이 그렇게 믿어 주었다. 기뻐하는 주민들을 보며 오랜만이 일하는 보람을 느꼈다. 그 전날 빗속을 오고, 갑자스런 저온의 날씨 탓인지 그 날밤부터 은숙 간호사와 나는 편도선으로 목이 퉁퉁 부어 열이 올라 온몸이 쓰셔댔어도 그까짓 편도선쯤은 문제가 아니었다. 환자들에게 침의 효과는 빨라서 일어나 나가면서 몸이 좀 가뿐한데요. 원 이런 고마울 수가 우리가 합장으로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하면 얼떨결에 그들도 합장을 한다. 목엔 십자가가 대롱거려도.
 원정이라는 다섯 살 먹었다는 예쁘장한 여자아이는 내 가운 자락을 말아 올리며 곁을 떠나지 않는다. 몇 번이나 약을 엎을 뻔했어도 그게 하나도 성가시질 않는다. 옆에서 교무님 일하시는데 방해된다고 떠내도 눈치를 슬슬봐 가며 막무가내다. 정작 난 가운자락이 다 말려 올라간대도 걱정 없다. 안에 치마가 또 있으니까. 언니, 언니 이게 무어야 이게 뭔데끊임없이 말을 시키며 쫄쫄 따라 다니며 끝까지 언니란다. 주위에서 폭소가 일어났다. 마지막 약 배부는 교무님이 맡으셨다. 하시고 싶은 좋은 말씀은 그때 해드린다. 약과 함께 민간요법 책자를 드리니 이런 고마울 수가. 이런 고마울 수가몇 번이나 돌아보며 가시는 할머님들, 영월이 생긴 이후 무료진료는 처음이란다. 원불교가 뭐냐고, 사이비 종교냐고 유사종교냐고, 그 의문을 이제 한 살된 교도님들이 무어라고 하실까 궁금해하면서도 그 광경이 너무나 흐뭇했다 환자 접수는 3시에 마감을 하고 계속오시는 분은 1층 입구에서 교도님들이 정말 미안해하며 돌려보냈다. 정성껏 봐드리자니 자연 시간소모가 많았고 이미 접수된 분들이 많이 있었다. 당초 예정시간은 5시까지였으나 환자를 다 보고 나니 6시였다. 정릉에서 오신 교도 회장님께서 시종 흐뭇해하시며 금일봉을 희사 하시여 교무님은 백만장자가 도신 기분이란다. 아픈 아기를 집에다 두고 온 제천 장생한의원 내외분은 시간이 끝나자 저녁도 못 먹고 바로 제천으로 가셨다. 하루종일 아기가 엄마, 아빠를 찾으며 얼마나 보챘을꼬? 또 종로보화당 전 원장님, 군부대에서 오신 군위관님, 이리에서 간 우리 세사람 무엇 보다 이번 행사에 가장 애쓰신 영월 교당 교도님들. 우린 모두 한맘 한 몸이었지만 이외에도 감사해야 할 분들이 너무나 많았다.
 떠나오면서 기차역가지 나와서 무수히 감사하다고 합장하시는 교무님을 금열은숙 두 간호사는 잊지 못하겠단다. 서원과 정성으로 활활 불타오르는 김성희 교무님!
 영월 교당의 앞날에 지금의 고생과 노력으로 꽃필 날이 멀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교무교정원 공익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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