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진
처음 열린 어린이 민속큰잔치의 반응
물질적 지원과 경전번역 갈망되는 터전

이렇게 수업을 해 가던 중 6월 11일 제1회 모스크바 민속큰잔치를 원불교 원광한국학교 주관으로 열었다.
 놀이 마당은 총 15개로 이루어졌다. 마당기 만들기부터 모든 것을 1주일도 안 되는 시간동안 준비하느라 12시를 넘기는 때가 많았다. 특히 교무님께서는 놀이 마당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시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고생을 많이 하셨다. 그곳에서는 못을 한 개 사려고 해도 그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매우 힘이 들었다. 물품을 준비하는데는 교도님들의 도움이 컸다.
 마당 진행자는 주말 한국학교 교사를 중심으로 한 유학생들이 맡아 주었다.
 이번 행사는 주로 원광한국학교 학생들을 주축으로 이루어졌으며 외부에 크게 알리지 않고 치러졌음에도 400여명의 고려인과 러시아 인들이 참석을 하고 여러 내빈들이 자리를 함께 하였다.
 놀이 마당이 15개 장소에서 실시되어 누구나 어느 곳에서나 놀이를 하며 즐길 수 있게 하였으며, 놀이를 잘하는 사람에게는 상품권을 주어서 더욱더 기쁘고 즐겁게 하였다. 특히 널뛰기투호제기차기팔씨름줄 씨름 등은 단연 인기가 높았다. 놀이마당이 끝나면서 돼지씨름줄넘기제기차기 등 세 종목은 왕 뽑기도 실시하였다.
 놀이마당을 닫고 함께 하는 마당을 열어 전체를 두편으로 나누어 줄다리기를 실시하여 하나 됨을 느끼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줄다리기로 돋아 오른 흥을 아이들이 치는 풍물에 맞춰 신나게 푸는 시간도 가졌다. 닫는 마당에선 행운권 추첨이 있었다. 담요와 전기 밥솥 등이 상품으로 나왔는데 열기가 대단했다.
 이 큰잔치는 러시아내 고려인들 사이에서 원불교의 역할이 무엇이고 원불교의 위치는 무엇인가라는 해답을 제시해 준 행사였다.
 이 행사 이후 6일간 한국여름학교가 계속되고 17일에 여름학교 종업식 및 학습 발표회를 가졌다. 평일에 치러진 관계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지는 못했으나, 여러 학부모님들께서 이 행사를 지켜보았다. 각 반별로 연극과 노래 등을 발표하여 그동안 배운 것을 정리하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 천지 반에선 토끼와 거북이와 하얀 나라 등의 율동 곡을 선보였고, 부모반 에선 11명이 참석한 연설과 일곱 난쟁이와 백설공주를, 동포 반은 연극 토끼와 거북이 그리고 입정의 노래를, 법률 반에선 바보온달과 평강공주를 선보였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서 태권도 시범이 있었고 탈춤 한마당, 모스크바 동남풍의 풍물 공연이 있었다. 그동안 많은 연습을 거치면서 우리의 지도가 없이 그들 스스로의 힘에 의해서 이루어진 공연이어서 더욱 많은 갈채를 받았다. 종업식에선 그동안 결석 없이 수업에 꾸준히 참석한 아이들과 좋은 습관 기르기 등에 대한 시상이 있었고, 백상원한은숙 교무님과 네명의 실습교무 그리고 윤경선 교우 등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선물증정과 소개가 있었으며 엄 교장님에 대한 백상원 교무님의 감사패 전달과 답례가 있었다.
 그렇게 3주에 걸쳐 여름 한국학교와 민속 큰 잔치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고 행하고 마치면서 느껴진 점을 몇 가지로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스크바의 교화 상황은 매우 전망이 밝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폐쇄된 속에서 살아가면서 가치관의 기준을 이루던 공산주의라는 그 이념이 무너지면서 그 공백을 메울 것을 찾게 된 것이다. 더욱이 물질과 돈 중심으로 바꾸어진 가치관의 변화는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여기에서 원불교의 정신개벽의 사상이 필요하다. 현재 러시아에서 고려인들을 가장 많이 동원하고 깊이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이 바로 원불교이다. 어떻게든 교화의 장소가 마련되고 그래서 정기적으로 법회가 이루어진다면 훨씬 빠르게 러시아 교회가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둘째, 앞에서도 조금 언급하였으나 지원 문제다. 러시아 내에서는 외국인이 무엇을 하여 경제적으로 자립한다는 게 거의 가망이 없다고 한다. 따라서 필요한 모든 것은 한국이나 미국으로부터 지원이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두분 교무님께선 어디에 가서든 무엇을 준다면 절대 사양하지 않는다고 하신다. 하나라도 아쉬운 게 러시아의 생활이기 때문이다. 또 어디에서 무엇이 온다고 하면 가슴을 설레면서 기다리고 찾으러 간다는 표현도 어려운 그곳의 상황을 잘 설명해 주는 말이다.
 이에 덧붙여 경전의 번역 문제를 들 수 있겠다. 경전의 번역이 되지 못하면 조그마한 원불교 안내 팜플렛이라도 작성된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경전의 번역은 매우 큰 일로서 만전을 기해야 하지만 전 교단 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미쳐질 교화의 성장 등의 파급효과를 생각해 볼 때 매우 급박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름 학교의 종업식이 끝나고 학부모님이(두 딸이 공부를 하였고, 사할린으로부터 온) 백교무님을 찾아 와서 어렵고 힘들 때에 이렇게 찾아와서 공부도 가르쳐주고 기둥이 되어주니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는 모습에서 완전한 믿음이 건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교도님들께서도 조금씩 신심이 나고 주인이 되어 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교무님의 말씀에 부정을 하는 경우는 볼 수가 없었다. 늘 다(긍정의 러시아어)만이 있을 따름이었다.
<훈련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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