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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감상
감각감상
  • 원불교신문
  • 승인 1994.08.26
  • 호수 7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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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의료봉사
황승연
환자의 손을 꼭 잡아주는 애정필요
우리들의 작은 역할에 보람과 기쁨 가져

나병은 낫는다.
 녹동에서 배를 타고 약 5분 정도 가면 소록도의 정박장 비석에 쓰여진 글이다. 옛날에는 신의 저주로 여겨졌던 나병, 지금은 인식이 많이 나아졌지만 다른 어떤 전염병보다도 더 꺼려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예과 1학년 때 봉황에서 소록도로 의료봉사활동을 간다는 말을 듣고 역시 종교동아리라 뭔가 다르긴 다르구나. 하지만 나는 어떻게 핑계를 대서 안 갈 수는 없을까?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1년이 지난 지금은 나병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고 그동안 선배님들이 아무 탈 없이 갔다왔다는 이야기를 믿고서 8월 2일부터 6일까지의 봉사활동을 따라가게 되었다.
 피를 닦을 때는 피가 묻지 않도록 조심하거라는 선배님의 말씀대로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첫날을 시작했다. 손가락이 없는 사람은 부지기수이고 눈동자가 이상한 사람, 입이 비뚤어진 사람, 코가 문드러진 사람, 상상하지 못했던 고통받는 모습들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이상한 냄새가 나서 처음에는 옆에서 부촉해 드리는 것도 두렵고 조심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일에 빠져들수록 이런 생각이 점점 없어져 갔다. 그분들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며 한 동포라는 것을 마음 속으로 확인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3일날 저녁 수요법회 때는 특별한 분을 모시어 설교를 듣게 되었다. 벨기에 태생이시나 한국에서 장애자들을 위해 봉사해오신 지정현 신부님을 모시게 된 것이었다. 신부님께서는 그 날 장애자의 심리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는데 내 인생의 커다란 가르침이 되었다. 병이 나고 불구가 되면 그때부터 비인간으로 취급당하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서 그들에게는 치료보다도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해주고 애정을 주는 것이 더욱더 필요하다는 말씀이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극한 상황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이에게는 하느님의 말씀, 부처님의 말씀, 의사의 사무적인 말보다 환자의 손을 꼭 잡아주는 애정과 그냥 곁에 있어주는 의지처가 더 필요하다는 말, 그리고 아무리 뇌성마비 환자라도 자립심을 키워 주기 위해 속 깊은 아픔을 감내하면서도 도와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가 장차 어떤 한의사가 되어야 할 것인가 하는 물음의 해답이 잡히는 것 같았다.
 여기 소록도에 계시는 환자 분들도 나병이라는 이류로 격리 당한 사람들이지만 희망을 가지고 사실 수 있도록 해 드려야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그래서 다음 날부터 는 자신감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었다. 비록 솜씨 없는 말주변이지만 여러 가지 대화를 해 드렸다. 그러나 환자 분들이 많을 때나 내가 피로 할 때는 별로 얘기를 못해 드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물어 볼 말도 많았는데 그때는 왜 못했을까? 정말 후회가 된다.
 일제시대 때부터 들어와 계시는 분들도 있는가 하면 85년도에 들어오셨다는 분도 계셨는데 재작년에 왔던 형들을 기억하시고 반가워서 힘껏 포옹해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2년이나 지났는데도 기억하시는 걸 보니 얼마나 적적하셨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형누나들이 침을 놓고 뜸을 뜨는 것을 옆에서 도와주면서 이렇게 며칠 한다고 해서 이 분들이 얼마나 괜찮아지실까 하고 생각하니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도 침맞고 많이 좋아지셨다는 말씀을 들을 때마다 우리들의 작은 역할에 대한 보람과 기쁨이 있었다.
 어떤 환자 분은 죽기 전에 침 한번 맞아보고 싶다고 하셔서 본4 운영이 형이 왕진을 다녀오기도 했다. 여태까지 양방 치료를 받아도 병이 낫지 않으니 혹시 한방 치료를 받으면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기셨나 보다. 내가 옛날 의신이란 불리었던 편작화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래서 모든 환자를 고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은 아니다는 생각이 든다. 치료도 치료지만 병을 예방하고 환자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돌아가는 길에나병은 낫는다라는 글귀를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소록도에서 봉사하시는 분들, 환자 분들 모두 힘내세요. 내년에 꼭 다시 오겠습니다.
 <원광대 한의예과>
사진>원광대 한의과대학 원불교 동아리인 봉황에서 소록도 나혼자 들을 진료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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