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화해와 宋정산의 건국론」 주제, 서울 학술대회 성황
탄백기념 한국원불교학회 주최, 중도주의 통일론 재조명

<사진>정산종사 탄생 백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남북화해와 송정산의 건국론」이란 주제의 학술대회가 서울 한국프레스센타에서 성대히 열렸다.

「남북화해와 송정산의 건국론」을 주제로 한국원불교학회(회장 金三龍) '97추계학술대회가 지난달 27일 오후 1시30분 서울 한국프레스센타 국제회의장에서 성대히 열렸다.

정산종사탄생백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정산종사가 해방직후 시국을 관찰하고 집필한 『건국론』을 현대적 의미로 재조명하는 자리였다. 정산종사는 건국론에서 정파갈등과 좌우대립, 미.소 양국의 대립구도 속에서 통일국가건설의 방략으로 「중도주의」를 주창했었다.

학회장 金三龍박사(법명 正勇, 정산종사 탄백기념사업회장)는 「송정산의 생애와 사상」이란 기조강연에서 『정산종사는 늘 시대의 부름에 동참하여 민중의 신산한 삶을 위무하는 자상한 지도자였다』며 『신생종교의 지도자로서 역사 앞에 나설 수 있었던 정산종사의 저변에 깔린 삶의 지향성, 가치, 생각의 밑바탕을 추적하는 일은 스승님의 탄생 백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매우 시의 적절한 주제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金회장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민족적 과제인 남북 통일의 문제를 정산종사의 가르침에 의지하여 다시 한 방법을 찾아보는 기연을 갖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원광대 박영학(법명 원현)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연구발표에는 서울대 백낙청 교수가 「통일사상으로서의 건국론」를, 원광대 김용욱 교수가 「송정산의 중도주의와 건국.통일론」을, 일본 소오카대 정기래 교수가 「송정산의 건국론과 평화사상」을, 미국 브래들리대 황인관 교수가 「중립화 통일과 건국론」을 주제로 발표했다.

白樂晴교수는 『종교 지도자로서 건국에 관한 경륜을 펼친 것 자체도 특이한 일이지만, 8.15후 불과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만큼 구체적인 논의를 제시한 예도 드물다』며 『건국론은 72년 7.4남북공동선언의 핵심이자 통일논의에서 중요한 논거가 되는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사상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 강령만은 공동표준으로 해야 한다」고 못박음으로써 7.4공동선언에서 명시하지 않고 넘어간 중요한 원칙까지도 제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白교수는 『건국사업에서 「정신으로써 근본을 삼아야 한다」는 송정산의 주장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통일작업은 민중의 정신적 각성에서 출발하고 그들의 깨달음을 더욱 확장하는 민간운동이 주도하지 않고서는 아무래도 건국다운 건국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새로이 하자는 것이다』며 『정산의 중도주의는 계급철폐를 주장하는 혁명적 변화를 배제하고, 어떠한 제한마저 반대하는 고전적 자유주의나 신보수주의와도 크게 입장을 달리한다』고 해석했다.

金容郁교수는 정산종사의 사상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되어지는 송정산의 사회신분적 조건과 구도자로서의 지적 편력, 현실참여 지향적 역사의식등을 논거한 후 『송정산의 법어와 저술을 통해서 볼 때 그는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중도주의 입장에 서서 일제하에서는 반제국주의자로서, 해방후에는 자유민주주의자로서 역사가 그에게 부여한 역할을 다했다』며 『그가 「정치와 종교는 같은 마음(政敎同心)」을 가지고 서로 표리가 되어 치교병진으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기약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한 소위 「治敎 병진론」은 종교지도자로서는 참으로 유별난 것』이라 평가했다.

또한 金교수는 『송정산이 국운편에서 밝힌 「도덕은 정치의 체이며 정치는 도덕의 용」이라는 논리는 원불교의 정치와 종교의 불가분성 및 그 참여성을 엿볼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정산은 원불교의 이러한 원초적인 참여지향성을 중도주의라는 대명제로서 풀어내려 하고 있다』며 『정산종사가 건국론에서 밝힌 중도주의는 진보적 자유민주주의 내지 복지를 강조하는 사회민주주의이며, 북의 극단적 개인숭배에 기초한 「주체사상」을 극복하는 한편 남한내의 극단적 보수논리를 탕평하고 견제할 수 있는 이념』이라고 평했다.

鄭麒來교수는 『정산의 평화사상은 유 불 선 3교의 전통 속에서 존재하고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정치와 종교의 관계에 있어서 「도덕을 근본한 선정 덕치」를 주창하고 있다』며 『해방직후 비참한 민중들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나온 건국론은 추상적인 사상이 아니고 현실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한 문제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다』고 밝혔다.

黃仁寬교수는 남북통일의 접근법으로 주변 4국을 초청하여 그들로 하여금 통일이 될 때까지 남북의 영토와 독립을 보장받아 가면서 남북 사이에 타협과 합의된 것을 실행해 나가는 「중립화 통일론」을 제시하며 『송정산이 건국론에서 밝힌 중도사상은 중립화 통일론을 뒷받침해주는 평화통일 이념이며, 통일후 이 땅과 동북아 지역의 영원한 평화정착을 위해서도 불가결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고려대 강만길 교수는 건국론을 정산종사의 정치적 중도주의, 경제적 중도주의, 세계관적 중도주의로 나누어 분석하고 『종교지도자로서 당시의 시대 상황를 이렇게 폭넓게 이해하고 있음도 놀랍지만, 다양한 식견을 가진 것 또한 경이로운 일』이라며 『시대를 앞서가는 송정산의 사상은 연구해 볼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평했다.

또한 연세대 최평길교수는 『정산종사의 건국론을 바탕으로 원불교가 북한과 함께 하는 활동(action) 프로그램을 만들어 줄 것과 국가의 산업과 사회를 재건해 주는데 앞장설 것』을 당부했다.

이밖에 부산대 정대화 교수와 원광대 이우정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정산종사 시자를 지낸 이공전 종사, 조정근 교정원장, 송천은 원광대 총장, 송순봉 원불교대학원대학교 총장을 비롯 5백여명이 참석하여 정산종사의 사상을 재조명하고 남북통일의 방안을 모색하는데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시간적 제약으로 충분한 발표와 활발한 토론이 되지 못한 점에 다수의 참석자들이 아쉬움을 나타내며, 차후 학술대회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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