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여인 가운데

그토록 아름다운 이시여

오직 당신만을 사모하라

세상 떠난 사내를 슬퍼하다가

나이 열다섯에

만인의 여인으로 나선 이시여

그토록 어진 이시여

당신의 입 열리자마자

흐르는 물이 시가 되고

보름달이 노래하는 밤 지새워

그토록 확 트인 이시여

달이 가다가

당신의 눈빛 없이는 가지 못하고

구름이 가다가

당신의 그리움 없이는

어디로 향하지 못하였나니

그토록 하염없는 이시여

어찌 밤하늘 가득히 별들일지라도

당신의 그윽한 노래소리 듣지 않고는

이밤의 서리서리 사랑을 다할 수 없었나니

그토록 오래인 이시여

어른님 화담 서경덕

당신과의 나이 차 많아도

그 늙은 몸에

당신의 애틋한 뜻 바쳐

시를 익히고

철리를 나누었으니

그토록 깊디깊은 이시여

저 건너 천마산 지족선사

차라리 무애였거늘

당신과의 동짓달 긴 밤 보내어

새삼 생부처 되게 하였으니

그토록 넓은 이시여

박연폭포 끊임없는 물줄기로

당신의 넋 씻어온 세월

오늘 받들어 기리는 정성으로

길이길이 만공산하시오라

만대의 임 황진이님이시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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