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선 기간 내내 내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는 아픔을 느꼈다. 이것은 무엇인가? 4번의 선방을 거치는 동안 몸이 힘들어서 고생한 기억은 있어도 마음이 고통스러운 적은 없었다. 작년 선방만 해도, 몸도 거의 가뿐했을 뿐더러 나날이 새로워지고 밝아지는 내 자신을 보며 얼마나 기쁨을 느꼈던가.

그러나 이번 선기간 내내 나는 정말 슬펐다. 선방 전반기에는 나날이 밝아져도 모자랄 판에 혼미함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정말로 밉고 초라해 보여서 슬펐고, 선방 후반기에는 이렇게 왜소하고 못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말씀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니!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싫어 끝없이 외면하고 돌아서며, 허영과 가식의 껍질로 스스로 나를 가두었던 고통의 시간들. 겉으로는 누구보다 사교적인 성격이었으되, 마음 안으로는 그 누구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았던 내 마음의 벽, 스스로 벽을 쌓아놓고 그 벽으로 인하여 상처받던 나날들.

또한, 이 벽을 깨기 위해 나는 어떻게 생각 하였던가? 그랬다. 마음 건전지를 충전해 가려고 입선했었다. 선기간 동안 열심히 좌선하고 수행하고, 그 약발로 1년 살아 보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음 건전지를 충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발전소를 세워가라 하신다. 내 마음속의 벽은 건전지가 떨어지면 다시 높아가지만, 일상수행의 요법으로 쉬임없이 내 자성의 혜광을 밝혀줄 마음 발전소. 이 선방으로 나의 모든 벽을 무너뜨리라는 조급증을 일깨우고, 활선의 장에서 빛을 발하게 될 마음 발전소.

그렇다. 발전소 하나 얻어간다. 꾸준히 수행정진 하겠다는 다짐으로 소중히 얻어간다. 선기간 동안의 아픔이, 하나의 껍질을 깨기 위한 산고의 과정이었다는 것도 이제 알겠다. 눈물이 흐르지만 그것은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다.

〈전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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