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의 교단적 대응'

 

참 석 자

박정원 교도(호적명 종주, 원광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성시종 교무(교정원 기획실장)
정성길 교무(서울교구 신촌교당 보좌교무)
한지성 교도(호적명 지현, 원불교여성회장, 광운대학교 국문과 교수)
사회‥송인걸 편집국장
정리‥나상호 기자

 


사회‥오랜만에 특집좌담을 마련하였습니다. 교정원과 교당 교무 그리고 재가교도로서 남녀 교도 한 사람씩 네분을 초청했습니다. 바쁘신 가운데에도 이렇게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좌담이 허심탄회하게 이루어져서 교단과 사회에 유익한 말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IMF시대를 당해서 교화현장의 실정은 어떤지 정 교무님께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교도님 중에 실직자는 없으신지요. 신문에 보면, 타종교의 경우 IMF의 한파로 인해 헌금이 줄고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고도 하는데요.

정성길 교무‥신촌교당은 전국 교당 중에 평균적인 교당은 아닙니다. 교도님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사회에서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출석교도가 100여명이라면 그중 3~4인 정도의 실직자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표면적으로 나타난 출석수보다는 출석을 안하려는 분위기가 더 염려됩니다. 전과는 현격하게 달라진 직장 여건 때문에 종교생활은 뒷전으로 밀리게 되었지요. 실직된 분들도 부담없이 교도생활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배려하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헌공금등에는 그렇게 큰 영향은 없어 보입니다.

사회‥신문지상에 보면 타종교는 정신적 안정등을 얻기 위해 성년 남자들이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던데요.

정성길 교무‥우리 교당은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교당이 생활권 속에 있으면서도 교당의 문을 활짝 개방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지요. 우리가 변화시켜야 할 구조적인 결함이라 봅니다.

사회‥박 교수님이 다니시는 남중교당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박정원 교도‥남중교당 역시 평균적인 교당은 아닙니다. 저희는 출석교도는 작년말보다 20~30명 정도가 늘었습니다. 유지성금은 줄었지만 교당 자체 육영장학 성금은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어찌됐든 IMF체제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굴레이자 넘어서야 할 과제입니다. 이것이 긍정적으로 보면 채찍이요, 역사적 선물입니다. 이 기회에 우리 교단도 교법의 본래 정신에 바탕해서 새롭게 정비해 가야 할 것입니다.

사회‥교단도 나름대로는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IMF지원에 합의했던 이튿날인 작년 12월4일에는 교정원장님이 「국가의 경제적 난국에 즈음하여」라는 담화를 발표했고 총부도 예산을 10% 긴축했으며, 교구 교당에 12개 협조 및 지시사항을 내린 바 있습니다.

재가 4단체 연명으로 「바루자 살리자」운동 호소문을 알렸고 「나라살리기 금모으기 운동」과 「은혜의 헌혈운동」을 벌인 바 있습니다. 최근에 영산성지, 수계농원에서는 실직자를 위한 영농프로그램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교화정책 면에서는 IMF시대에 상응한 정책이 아직 다소 미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기성 종단에 비해 대응하는 속도도 늦은 감이 있구요. 교정원에 근무하는 성 실장님이 한 말씀해 주시지요.

성시종 교무‥비단 IMF 문제뿐 아니라, 대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우리가 발빠르게 대응한 편은 아니었지요. 그래도 전에 비해서는 잘 대응하는 편입니다. 작년 12월3일 구제금융이 선언되던 날, 교정원장님과 교정원 몇몇 부장들이 특별담화 준비를 위해 함께 밤을 지샜습니다. 교정원장님이 특별담화를 하기 10일전 쯤, 종법사님은 총부예회에서 「국가경제를 살리자」는 제하의 특별법문에서 『이제 오만을 버리고 겸허해야 된다. 무지를 살펴야 한다. 소아주의를 버리고 회사나 국가를 위해서 함께 동참해야 한다』고 밝히신 바 있습니다. 원기83년 교정원 예산도 10%줄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총부 난방비도 작년보다 반으로 줄었습니다. 교구나 교당, 기관 등의 신규사업이나 규모가 큰 행사는 신중을 기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사회‥우리에게 참신한 아이템이 있다면 적은 규모라도 앞장서서 했으면 합니다. 정 교무님은 사회개벽교무단에도 소속해서 활동하는데 사회운동에 동참하는 입장에서 교단의 정책입안 등에 대한 코멘트를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성길 교무‥교당 교무로서 총부의 지시사항이나 법문들이 전보다는 발빠르게 대응한다는데는 공감합니다. 문제는 그런 것들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힘을 모아가는데는 서툴다는 것입니다. 교화·교육기관 등 모든 분야에 소리없이 스며들어서 보이지 않는 힘으로 승화시키는데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가능하면 교무훈련, 교당의 단장중앙훈련 등 효율적인 교육체제에까지 이어져야 하겠지요. 이제 이벤트성 행사로 그쳐서는 안됩니다. 「바루자 살리자」운동은 잘 잡았다고 봅니다. 우리의 삶 전체가 근원으로 돌아가서 이소성대, 자립경제, 근검절약 등이 중요한 경제원칙으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사회‥원불교에서 지난 1월에 시작한 「바루자 살리자」운동은 한지성 회장님께서 창안, 발의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즈음 가톨릭에서도 「경제 제일주의에서 인본주의로」란 주제를 정하고 경제난국 극복의 주체인 우리의 「정신개혁과 생활태도」 개선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새날 새삶운동」을 생활운동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운동이 바로 우리의 「정신바루기운동」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지요. 이제 「바루자 살리자」 운동은 전교도 운동으로서 지속적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 방법에 대해 한 회장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한지성 교도‥제가 말씀드리면 그렇게 해주시겠어요(다함께 웃음). 「바루자 살리자」운동은 작년 가을경에 구상했습니다. 천주교나 개신교 등은 운동구호가 정해지면 곧 확산되는 것을 여러차례 보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전국적인 여성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우리의 정신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구호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YMCA에서 내건 「아나바다」 표어는 저의 관심을 더 촉발시켰고, 결국 고심 끝에 원불교정신을 담은 「바루자 살리자」 표어를 만들었습니다. 마침 교정원장님께서 서울에서 개최된 「외채상환 금모으기 범국민운동」 발대식에 참석차 오셨을 때 보여드렸더니 교단적인 운동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셔서 용기를 얻게 되었고 결국 교단적인 표어가 됐습니다.

IMF시대는 우리의 굴레이자, 우리를 변혁시킬 역사적 선물

이 위기를 잘 활용하면 복된 나라로 재도약 할 수 있는 기회

그런데, 표어를 내놓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것을 교도들이 공감해 주고 교단적으로도 이 운동이 확산되도록 밀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나바다」라는 표현도 우리가 못 쓸 것은 없지만, 아나바다란 살리기나 바루기의 일부이지 전체가 안 되니까 우리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교단의 각 단체에서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운동을 많이 벌여오고 있지만 「바루자 살리자」 운동의 일환으로써 표어가 쓰인 것은 「금모으기」 행사 이외에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일단 교단적인 표어로 채택된 다음에는 모든 운동은 그 표어 밑에 모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교단에서 공익성을 띠는 활동은 「은혜심기운동」이라 하는데 저는 다른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은혜심기운동은 IMF체제가 되기 전부터 있어 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IMF라는 시대에 참신성을 던져줄만한 표현은 못된다고 봅니다.

또한 재가단체들간에도 운동을 해가는데 활동영역에 한계를 그어 놓고 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령 한 단체에서 어떤 활동을 한다면 다른 단체에서는 그일을 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여겨 자생적으로 생겨나서 잘 활동하는 것도 막는 일 등입니다. 공익성이 있고 반응이 좋다면 밀어줘야 합니다. 또 환경운동은 공익부에서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경운동은 남녀뿐 아니라, 전 국민, 전 인류가 함께 해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생각의 폭을 넓혀서 교도활동으로 북돋아야 하고 큰 취지 아래 모아야 합니다.

또 하나 은혜심기운동본부에 대한 것인데 교단에서 은혜심기운동본부를 설치했으면 자체의 지속적인 운동이 있어야지요. 교도들이 조금씩 아이디어를 내서 출발한 이벤트성 행사를 다 모아서 바깥에 내놓으려하는 것은 아쉽습니다. 한겨레신문에서 벌인 북한동포에게 쌀보내기운동등에 참여하는 것도 「원불교 은혜심기운동」의 일환으로 지속적으로 참여한다면 우리의 목적사업도 하면서 돈들이지 않고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운동구호를 내놓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조직적인 연대와 훈련이 필요한데 그것이 안된 것이 우리 단체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봅니다.

정성길 교무‥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런 활동이 교도단체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연대가 잘되면 좋지요. 또한 그런 단체를 모아서 교단적인 기구로 하고 각각 역할 분담을 선명히 해서 하나의 결집된 힘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회운동을 하는데 있어서 넘어야 할 과제가 있는데 그 첫째는 교법으로서 이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이 예비교역자 교육과정에서부터 길러줘야 합니다. 결국 교법이란 개인·가정·사회·국가에 도움이 되게 하자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사람들의 역량을 결집하는 차원높은 지도력이 요구됩니다. 사회운동의 발전원동력은 바로 일반 대중의 힘입니다. 출가보다 일반교도님들에게서 나오는 힘이라야 그 힘이 제대로 발휘됩니다. 출가가 아니면 안된다는 의식은 사회운동의 지속성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가 인재를 줄기차게 육성하고 지원하는데 너무 소홀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우리의 역량이 적긴 하지만 그간 재가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운동을 일으킨 적이 없진 않습니다. 또 대학생활동등을 통해서도 많은 지도자들을 길러 왔는데 거의 다 놓쳤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어떤식으로든지 보상을 받아야 보람을 느낍니다. 그런 분들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지원하는 풍토가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의 삶 전체가 근원으로 돌아가 이소성대,

자립경제 등이 경제원칙으로 받아들여져야

박정원 교도‥우리 교단에서는 논의는 무성한데 실천은 미흡한 편입니다. 저는 이번 IMF시대의 도래를 산업화과정에서 빚어졌던 구조적 적폐가 드러난 것으로 보고, 이를 다 씻어내는 사회학습과정으로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교단에는 정 교무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면이 있습니다. 이제는 교화가 안된다고 말로만 할것이 아니라 뭔가 한몫을 담당해서 직접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교도들의 인적자원이 산재되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조직화해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종법사님께서 강조하시는 재가주체 교화를 펴갈 수 있도록 나갔으면 싶습니다. 또한 「바루자 살리자」 사회운동을 펼치면서 개인들의 마음가짐과 생활방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 방법의 일환으로 「정전 마음공부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마음공부를 통해 우리들의 삶의 질을 높여가야 합니다.

성시종‥교단적으로 보면 그동안 저희들 내부역량이나 하는 것들에 비해 거품이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정서는 교당의 체제나 흐름이 정신적으로 어른의 지도를 받으며 해왔습니다. 다분히 타율적이었지요. 그것이 출가중심으로 일을 하게 한 풍토가 되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것을 부정적으로만 볼일도 아닙니다. 다만 변화를 시켜야 할 시기에 변화시키지 못하고 지금까지 지내왔던 것이 문제이죠. 이제는 변화하기 싫어도 해야만 합니다. 어찌 보면 재가들의 자율적인 역량과 선택에 의해서 어느 패턴으로든지 갈수 있도록 놓아 두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습니다. 은혜심기운동도 소태산 대종사 탄백기념때 시작해서 상당기간 원불교를 대사회적으로 이미지화하는데 기여해왔습니다. 앞으로 각 단체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해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총부에서도 정책 방향을 그렇게 잡아가고 교구자치화등을 통해 자연적으로 재가중심으로 해갈 것입니다.

한지성‥광주전남교구 여성회에서는 원불교 이름을 내걸고 한 재활용 장터에서 천원짜리를 팔아서 4백70만원을 모았다고 합니다. 연인원 4천7백명이 참여했으니 대단한 일을 했지요. 이렇게 조직적으로 연대가 잘되는 곳에서는 잘 되는 것입니다.

또 하나 어려운 점은 지방에 오면 원불교 여성회가 여협에 가입하려고 합니다. 중앙에서는 여협을 관변단체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지방의 유지들이 여협에 가입하고 있어서 고충이 있겠지요. 그래서 부득이 하더라도 전략적으로 참여해야한다고 입장을 전했습니다.

사회운동 지속위해 조직적인 연대와 훈련 필요

「바루자 살리자 운동」에 전 교도들이 공감하고 동참해야

이제 원불교여성회도 창립 1, 2주년 행사에 모두 정무2장관이 참석하면서 중앙에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수준에 도달했으니 이제 각 교구여성회도 서울여성회와 연결을 지으면서 당당하게 활동해야 합니다. 이렇게 여성회가 대사회적으로 활동하게 하려면 교단적으로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사실 저만 해도 인생 마지막 10년의 정열을 여기에 쏟고있는데 이 정열이 헛되지 않게 보상이 되어주는 방향으로 나가면 상승작용을 해서 할 수 있지만 여기서 힘을 덜어 내신다면 결국 또 하나 재가단체의 힘을 빼는 것이고 그것은 교단적으로도 큰 손실입니다. 교무님들과 재가단체들과의 연대는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봅니다.

교화도 수행도 사회운동도
우리 고유의 정체성을 갖고 해야

정성길‥90년대 이후에 한국사회의 변화를 보면, 자기 정체성 확인을 위한 관심들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등 국학관계도 우리를 되찾자는 운동들이지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이제는 우리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고 교화도 수행도 사회운동도 우리 교법대로 원론에 충실하게 해나가야 합니다. 결국 일원주의란 그런 것을 바로 안을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사상적인 기반이 되지요.

그리고 현재 교무 1인당 교도수가 몇 명인가를 보면 교화생산성이 낮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화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모두가 교법에 충실할 때 힘을 발휘하리라고 봅니다. 우리다운 사회운동도 자신있게 내세우고 적지만 줄기차게 이뤄질 때 우리의 보이지 않는 힘들이 형성될 것입니다. 그 일환으로 마음대조공부가 검증되어가는 효율적인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시도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새로운 모델을 탄생시키는 분위기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리고 제도나 의례 등을 보면 교도들을 상당히 수동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무기력해져서 적극성과 창조성이 무뎌집니다. 다양한 소그룹을 통해서 고쳐나가는 비전이 상당히 필요합니다. 최소한 10년을 잡고 종합적인 장단기 계획속에서 추진해 가는 우리의 비전과 지도력이 필요합니다.

사회‥박 교수님은 청년회와 청운회 등에서 활동하셨고 원광대학교 교수로서 총부 가까이 계시기에 누구보다 교단을 바르게 인식하고 있다고 봅니다. 원광대학도 원광의료원에 이어 구조조정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교단도 행정조직과 교화조직 등에서 상당한 구조조정이 요청되고 있습다. 그런 면에서 한 말씀 해주십시오.

박정원‥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간 우리 조직은 연공서열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것은 종교가에서 강합니다. 연조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오히려 과거의 경험들이 미래사회를 헤쳐가는데 걸림돌이 되는 면이 강합니다.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저희 대학과 병원에서 경영혁신을 위해 도입하는 팀제에는 자력양성과 지자본위, 단조직 정신을 기본으로 하여 이를 구체화한 수단입니다. 교단도 교화를 중심으로 인재활용에 상당한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열심히 뛰어야 할 30,40대층들이 온실속에서 지시받고 살아가는 이런 풍토에서는 조직이 활력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구조조정에 앞서 개인의 사고방식에도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당대가 아니라 후대를 위해서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교법정신에 맞추어 정신 육신 물질로 공을 위해서 봉사하겠다는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경쟁력이나 진가가 드러날 것입니다.

우리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효과있게 하려면
정확한 현실 인식 위에서 해야

한지성‥박 교수님께서 원론적인 면에서는 아무도 토를 달 수 없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오늘 주제가 「IMF시대의 교단적 대응」이 아닙니까? 제가 오늘 전주에 와서 보니까 지방이라선지 IMF의 체감 정도가 낮은 것 같아요. 저는 여성회장으로서 실감을 많이 합니다. 회원들 중에서도 생활여건이 엄청나게 바뀐 사람이 많고 갑자기 활동을 못하게 되는 사람도 있구요. 어려운 시절이 오니 여자들이 가장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직장에서도 여성이 정리해고의 우선순위입니다.

사회운동의 발전원동력은 바로 일반 대중의 힘

교도들에게서 나오는 힘이라야 그 힘이 제대로 발휘

재가 인재를 줄기차게 육성하고 지원하는 길 터야

이제 단체를 이끌어가고 있는 입장에서 말씀드립니다. IMF시대에 종교인으로서 우리가 실직자들을 위해 하는 활동도 시류에 휩쓸려 일회성으로 하는 일보다는 우리 힘에 맞고 또 지속적으로 할 일을 찾아서 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교단의 축적된 힘은 어떤 계기가 있을 때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제가 처음 여성회를 만들 때, 등에는 「원」자를 붙이고 개인의 설계가 교단의 일이 되는 그런 신명나는 일터가 되어야 된다고 그랬는데 현실적으로는 고용창출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하는 부분이 더 필요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도 여성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이 생각을 내기 시작하면 여기에 힘을 합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효과있게 하려면 정확한 현실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 일이니 하자」는 등 감상적 차원에서 시작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생겼던
정신적 빈곤은 본래자리로 돌아가야

성시종‥IMF를 당해서 우리의 경제생활수준이 10년 전으로 돌아갔다면 물질적 풍요 속에서 생겼던 정신적 빈곤은 본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그 후퇴의 의미도 종교인으로서 접근 자체를 달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실직자들의 고용창출을 만들어내는 일은 사실 종교영역에서 하기에는 정보나 자본면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저희들의 대처능력이 늦다고 하는데 사실 다른 종단들이 하는 활동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실속이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일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이 중요하긴 합니다. 그러나 어차피 우리가 근본적으로 하는 것은 정신운동을 하는 것이니 그런 방향으로 환기시켜 나가야하겠지요. 그렇지 않고 효율성이나 경제논리로만 잡아내면 우리도 마찬가지 논리에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박정원‥요즈음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그동안 우리사회에 문화지체가 심했거든요. 저는 원불교의 행복론을 대종경 요훈품 20장에서 찾는데 이제는 현재생활에서 안분하며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교화의 촛점도 현실을 긍정하면서 길을 열어가는 방향으로 맞춰가야 할 것입니다.

바루기운동이 선행되지 않고는
건강한 미래 기대하기 어려워

한지성‥성 실장님이나 박 교수님 말씀에 개인적으로는 동감하면서도 사회운동으로서는 통할 수가 없는 이야기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루자 살리자」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지금 정치가나 기업인 등 누구 탓이냐를 따지는데 결국 이런 것들은 진즉에 바루어져야 할 것들이 바루어지지 못하고 당연하게 내려오다가 어느날 무너진 것입니다. 따라서 바루기운동이 선행되지 않고는 앞으로 풍요가 현실적으로 오기도 어렵거니와 설사 온다해도 건강한 생활을 하기 어렵습니다.

정성길‥동감입니다. IMF시대가 경제적인 문제로부터 촉발되긴 했지만 그 문제에 그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크게 보면 타율이긴 하지만 우리 삶 전체에 일대 변혁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종교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한지성‥종법사님께서는 이번 기회를 은혜라고 표현을 하셨지요.

정성길‥예. 맞습니다. 우리가 이런 위기를 잘 활용하면 정말 복된 나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크게 봐서 국제사회로 제대로 편입되기 위해 우리의 경제구조개혁을 비롯해서 의식개혁에 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또한 우리가 정신의 지도국, 도덕의 부모국이 되기 위해서 대종사님이 가르치신 원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여러 면에서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문제는 그 피해가 그동안 성실하게 일해왔던 여성이나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데 종교가에서 그분들을 부여 안고 함께 갈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교화현장에 있다보니 우리의 한계가 있음을 절감합니다. 우리의 활동영역이 그렇게 넓은 것이 아니고 주어진 범위 내에서는 역시 우리가 경제를 도와줄 수 있는데도 한계가 있고요. 그래서 교당에서는 최근에 순교에 집중하고 있는데 효과가 큽니다. 교도님들은 교무님들이 그동안 자기들의 삶에 무관심했다가 어려운 때 찾아주고 세정을 들어주니 더 고마워하고 정신의 안정을 얻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종교가 가시적으로는 현실에 영향을 적게 끼치는 듯하지만 이런 정신에 충실하니까 분위기가 많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교단 구성원들이 「우리 교법이 최고다」라는 생각에 취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그동안 우리를 유지시키고 발전시키는데 가장 큰 장점이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는 그 좋은 법을 우리가 현실적으로 풀어 쓰지 못했다는데 있습니다. 재가 출가 전교도가 대종사님 가르침에 충실해야 합니다.

이제 뭔가 한 몫을 담당해서 직접적으로 해야

재가교도 단체활동, 자율적인 역량과 선택에 의해서 하게 해야

그리고 젊은 교단이 되어야 합니다. 저도 지금 한참 일할 나이인데 부직자라는 위치에 있어서 젊음에 비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좁습니다. 후배 교무들이 「대학원을 가겠다, 해외에 가겠다」 하는 경우를 보는데 그 연유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바로 현장에서 보람과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현실을 큰 위기로 느껴야 합니다.

또한 우리가 무의식 중에 「재가활용」 그러는데 이 말은 출가가 주체이고 재가는 활용대상이라는 표현입니다. 잠재된 생각이 변하지 않아서입니다.

또 교법도 어렵습니다. 불교에서는 반야심경을 한글로 바꿔 독송하는 등의 노력을 하거든요. 원기100년대까지는 시행착오도 거쳐보고 적극적으로 해보아야죠.

사회‥조선일보 2월27일자 사설에 「종교계도 IMF를 계기로 종교의 본래 모습을 반성하고 바른 종교상을 찾기 위해 대 각성운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보고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IMF시대에 각계 각층에서 긴축을 하고 하는데 교단에서는 30억원 이상의 성금을 들여서 원음방송을 개국해야 되고, 정산종사 탄생백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해야 할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양대사업을 재가출가가 합력해서 지혜롭게 성사시켜 가야할텐데 이에 대해 좋은 의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지방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정산탄백사업과 원음방송,
어렵기는 하지만 할 일은 해야

정성길‥지방에서 어렵기는 하지만 할 일은 해야한다는 분위기로 보여집니다. 다만, 행사가 행사에 그치지 않고 그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도록 기획을 잘 해야 할 것입니다. 양대사업에 가려져 있는데 예비교역자 교육문제나 통일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북한동포돕기 활동등에도 적지만 정성스럽게 동참해야 합니다. 그것은 민족종교의 책임이라고 봅니다.

박정원‥어렵다고 너무 위축될 일은 아닙니다. 이 시점에서 정말 해야 할일,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서 해야 할일, 교단에서 할일, 사회단체와 연대해서 할 일을 찾아서 규모에 맞게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한지성‥방송국 일이나 정산종사 탄백사업 일이나 목표치를 정하고 하기에는 어려운 시점입니다. 어려워진 지금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해야 합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우리가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바루기운동」입니다. 바루기운동을 통해서 전에 못했던 일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게 해야 하겠지요.

사회‥긴 시간 함께 해주신 네 분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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