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기 통일운동의 과제

 

 

윤 법 달

남북의 관계는 지난 50년동안 반목과 질시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는 점진적인 진보를 해 왔다.

특히 동서독이나 예멘의 통일이후 남북통일도 가능하리라는 희망과 자신감을 갖게 되었으며 작년에 민간통일운동단체들의 주도로 시작된 북한동포돕기운동은 전국적 대중운동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며 「3.1운동이래 최대 민족운동」이라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달성하기도 전에 IMF사태는 우리 통일운동의 환경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진보적이고 개혁적 성향이 뚜렷한 현 정권의 발족과 함께 시민적 자유와 비판공간이 확대되고, 4자회담의 시작됐으며, 비록 결렬되었지만 남북차관급회담이 거의 4년만에 성사되었고, 기업들의 대북사업도 크게 완화돼 50년만에 고향땅을 밟아볼 수 있는 금강산 유람선도 출항을 앞두고 있다. 이런 국면전환은 IMF사태 속에서 피어난 것이라 더욱 소중하다.

「독일식 통일이 불가능할 뿐더러 위험한 환상」이라는 것을 알았고 이로 인해 경제위기를 겪는 한국민들이 헛된 꿈에서 깨어나 좀더 합리적인 통일방안을 구성할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또한 북녘동포돕기운동이 잘사는 우리가 먹고남은 것을 좀 나눠준다기보다 오히려 그간의 삶을 참회하는 자기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북한의 반응이 시시각각 다르게 나타난다해도 정부는 정부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일방적 주도의 욕심을 버리고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실력으로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IMF가 아니더라도 동포애와 인도주의만을 내세운 운동이 항구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려웠을 터인데, 대다수 국민들이 저 살기도 바빠진 상태에서 북한동포를 돕자는 호소는 한층 힘들게 되었다.

하지만 남한의 사정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북쪽의 재난과는 비교가 안되는 만큼 동포사랑의 명분은 여전히 살아있다. 이제 북한동포돕기운동은 북쪽만을 바라보는 모금활동이 아니라 실업구제기금과 대북지원을 일정비율로 나누는등 남쪽의 경제살리기와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일부 국민의 거부반응을 피해가기 위한 전술적 문제가 아니라 남북의 사람들이 각기 처한 위치에서 북녘돕기와 남녘돕기를 지혜롭게 결합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가 쌀을 보내도 북은 무장간첩과 잠수함을 보내는 등 결국 북의 적화야욕의 희생물이 된다는 사실에 우리는 늘 놀라워하고 분노한다.

엄연한 분단현실에서 시작한 겨레의 화해운동, 지난 50년의 상처와 한국전쟁등으로 인한 아픔을 씻어내기에는 얼마나 많은 희생과 용기가 필요한 일인가.

분명 깨치고 나아갈 일이라면 현실을 직시하고 바로 앎을 통하여 성큼성큼 나아가야 할 것이다.

〈원불교청년회 남북한삶운동본부 상임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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