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현송 교무·기획실장
(논설위원)
교단에 살면서 인사발령을 받고 임지에서 살다가 중도하차 하는 경우가 있다. 요즈음은 여러 가지 이유로 휴무하거나 대기자가 되어 특별한 임지를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역자가 부족해서 아우성치는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실에 직면해서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그동안은 장애를 그 당사자 개인의 문제로 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각종 재활훈련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제는 장애를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사회 환경에 따라서 장애를 전혀 느끼지 않고도 살 수 있는가 하면 20%만, 아님 80%를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외국에 살다가 일시 귀국한 중증장애인교수의 말에 의하면 미국에 있는 동안 자신이 장애인임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살다가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아! 나는 장애인이구나"하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는 말이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있다.

현재 우리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
각 기관이나 교당의 현장에서는 총부에 대해 불신하고 있고 때로는 피해의식이 만연해 있다.

그러나 막상 총부에 살다보면 총부에 사는 사람들 나름대로 애로가 있다. 그리고 총부를 다녀간 사람들은 그 고충을 잘 알고 이해해 줄 것 같지만 막상 현장에 나가면 총부를 향해 볼멘소리를 더 많이 하기도 한다.

5,6급지의 어려운 교당은 교당대로, 특급지나 1,2급지에 사는 교무는 또 그 나름대로의 애로가 많다고 한다.

매년 정기인사가 시행되고 나면 가슴앓이를 하게 되는 교무나 교도도 많아진다. 이런 속에서 모두가 다 힘들다고 한다. 그러면서 상대에 대해 잘 인정하지도 않는다. 늘 완벽을 추구하는 종교인들에게는 완벽하지 않은 인간에 대해 칭찬하거나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무심코 한 행동에 다른 사람이 아파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적다.

인사철이 되면 모두가 평가대상이 된다. 그 사람은 무엇을 잘하고, 어떤 강점이 있고, 어떤 일을 맡겼을 때 소신껏 잘 할 수 있을 것인지를 칭찬하기 보다 부족한 10%를 말하기 쉽다.

그 사람의 삶의 과정 속에 일시적으로 나타났던 다소 미흡하거나 부족했던 모습의 부정적인 말들을 전함으로써 새로 만나게 될 인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다. 어떤 환경과 누구하고는 잘 지내는데 또 다른 환경과 사람하고는 힘들어하는 차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럴 때 당사자가 문제 전무출신이기보다는 그 사람사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에 적합한 인사배치나 환경조성이 미흡했던 점은 없었나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톡톡 튀고 유능한 사람들이 자발적 선택을 할 수 있고 마음껏 역량발휘 할 수 있는 교단의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큰 그릇 속에는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모든 구성원이 각각의 역량들을 다 활용해서 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자.

장애를 전혀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사회환경, 교단의 문화가 중요한 이유를 새삼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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