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인간의 꿈 몸을 새처럼 날린다

▲ 서울 북촌 한옥 마을에서 그네뛰기를 하고 있는 어린이.

작가 '호이징거'는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이라는 책을 통해 인간은 근본적으로 놀이를 즐기고 놀이에 빠지는 것은 본성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네뛰기' 도 인간의 놀이 중 하나로 이 놀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끈과 끈을 고정시킬 수 있는 기둥이나 벽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놀이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오월 단오날에 여자들의 놀이로 정해져 있다. 〈춘향전〉의 이몽룡은 광한루에서'그네뛰기'를 하던 성춘향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춘향과 깊은 사랑에 빠지는데,'그네뛰기'가 없었다면 <춘향전>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네뛰기의 유래

그네뛰기는 어떻게 시작됐던 것일까? 여러 설이 있지만, 그 중 북방 유목민족 기원설이 가장 유력하다. 〈형초세시기〉에서는 중국이 변방의 융적(戎狄), 흉노와의 전쟁 후 그들의 습속과 문화 가운데 하나로 '그네뛰기'가 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의 그네뛰기는 지금과 달리 단순한 놀이가 아니어서 끈에 여러 가지 색 실을 달아 매우 화려했다고 한다.

그네뛰기는 온몸의 힘 특히 발의 구르는 힘이 세게 요구되는 전신운동이다. 우리의 가곡에서 '세모시 옥색치마가 창공을 나른다'라고 할 만큼 격렬하고 우주를 휘감는 듯 한 힘과 발랄함이 표현되는 놀이이다. 또한 자연 상태의 나무나 기둥에 줄을 매어 그네를 뛰는 것은 지상에서 숨을 쉬고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고 신기한 체험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윈난성 윈양지역에 사는 일부 하니족은 자신들의 달력으로 정월 초하루에 마을 앞 광장에 기둥을 고정시켜 놓고, 제사장 역할을 하는 마을 이장이 그네를 뛰며 하늘에 있는 신을 만나 한해 동안의 농사에 대한 감사와 새해 농사의 풍년, 마을의 안녕을 신에게 기원하는 제사 의식으로서의 그네뛰기를 행한다. 1998년 2월 필자가 조사할 당시까지만 해도 제사장을 제외한 그 누구도 마을 중앙에 있는 마당에서 그네뛰기를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네뛰기를 하는 마을 행사에 참가하면 정해진 순서에 따라서 그네뛰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제례의식으로서의 그네뛰기

중국 윈난성 하니족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네뛰기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고, 인간과 신,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던 원시 사회부터 종교나 제사 의식으로 행해졌으나,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며 종교적인 신앙성이나 주술성이 약화고 탈락되어 제의의 일부가 남아서 놀이로 전승되고 있다. 우리 민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줄다리기', '제기차기', '공 던지기' 등도 모두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그네뛰기

기둥이나 나무에 줄을 매달아서 지상 공간을 사용하는 그네뛰기를 북방민족의 습속이라고 보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남쪽 사람인 중국 윈난성의 하니족도 그네뛰기를 하고 있지만, 이 두 민족이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북방 민족이 따뜻한 곳을 찾아서 남쪽으로 갔거나 비슷한 생각을 지닌 인간이 비슷한 재료를 가진 곳에서 자연히 생겨났을 것이라는 추정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언제 '그네뛰기'가 들어왔을까? 〈고려사〉 '최충헌' 조, 〈열양세시기〉 '단오' 조, 〈경도잡지〉 '단오' 조 등을 보면 단오를 중심으로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네뛰기를 참여하는 등 성대하게 행사가 이루어졌다고 기록되어있다. 특히, 여자들이 놀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러한 기록을 미루어 보면 그네뛰기는 고려시대 이전부터 한반도 여러 지역에서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을 통하여 한반도에 들어왔는지 북방유목민이 직접 가지고 한반도에 들어 왔는지는 확인 할 수 없다. 다만, '그네'라는 우리말 고유어가 있고, 여러 기록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 유래가 오래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네'는 한자어로 추천( 韆)이라고 하는데, 최상수의 〈한국의 씨름과 그네의 연구〉, 최남선의 〈조선 상식〉 풍속편 추천( 韆)조에서 중국 사람들이 중국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변방 민속의 습속을 표현한 말의 추( )는 추(推)와 같은 뜻으로 밀어 끈다. 라는 의미이고, 천(韆)은 천(遷)과 같은 뜻인 밀어 올린다는 뜻으로 추천( 韆)의 합성어로 본다. 또한, 두 글자 모두 가죽 혁(革)자가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처음에는 북방 유목민족들이 가죽을 사용하여 끈을 만들던 당시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오래된 문헌이나 사투리에서 보이는 '그네'는 근데, 군데, 근듸, 군듸, 군의, 그리, 구리, 글위, 그리 등으로 표현되는데 모두 첫소리에 그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것은 끈, 승(繩)의 우리말 표기로 보고 그네는 끈의 놀이라고 해석했다.

이웃에서의 '그네'

이웃한 일본은 '그네'를 '브란코'라 하고, 그 어원을 포루투칼의 '바란코'에서 찾고 있다. 또한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규슈지방은 '이사윳상코', 아오모리는 '유루게 유리다코', 동북 관동 중부지역은 '돈즈키돈카네', 나가노지역은 '브란도키', 구마모토지역은 '브라산코', 고지켄에서는 '브라린코'라고 불린다. 일본에서도 이렇게 다양하게 불리우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그네'와 비슷한 말은 찾아보기 힘들다.

날개가 없는 인간은 새처럼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늘 땅을 밟고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인간의 날지 못하는 한계를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그네'이다. 그네 위에 오른 인간은 온몸에 힘을 주고 발이 놓인 '밑싣개'를 구르고 손으로 동아줄을 잡고 몸을 새처럼 날린다. 이처럼 인간의 한계를 넘어 공중을 나는 꿈은 고대 북방계 유목민족이나 이제 갓 걷기 시작한 이웃집 아기나 모두 같은 꿈이며 현실이며 신화이다. 그것은 놀이가 가진 영원한 창조성이며 새로움이며 인간을 소름 끼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 박현국
현 류코쿠대학
국제문화학부
준교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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