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커져가는 요구에 신뢰 회복 필요
교화 성공 좌우 할 수도

2012년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제조업계 B기업. B기업은 어느날 해외 수입업체로부터 거래중단을 통보받았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 26000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이다. 제품이 아닌 사회적 책임의 이행 유무에 의해 거래가 결정된 것이다.

물론 이것은 가상의 상황이다. 하지만 11월 사회적 책임의 국제표준인 ISO26000의 제정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우리나라 기업이 곧 실제로 부딪힐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걱정은 기업들에게만 해당될까?

ISO26000은 강제성을 띄고 있지는 않지만 그 대상은 기업을 비롯해 정부와 NGO뿐 아니라 종교단체 등을 포함해 상당히 포괄적이다.

종교는 사회적 책임 무풍지대?

지금까지의 분위기는 종교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그리 크지 않다. 대부분의 종교가 사랑과 자비 등 자신의 교리에 바탕해 구호와 복지활동 등의 분야에서 사회적 공헌을 지향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면서 종교계도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영역에서까지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ISO 26000은 환경, 인권, 노동, 지배구조 등 7개 조항에 대해 표준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아동노동 및 강제, 의무노동, 고용의 다양성 및 평등기회, 고객 건강 및 안전 등 세부적인 내용까지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의 사회적 책임이 기부와 일정수준의 공익사업 등으로 인식됐다면 이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고 기후변화와 빈곤, 질병 등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으로까지 그 범위가 점차 확산되고 세분화 되는 추세이고, 종교 또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 책임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원불교만의 ISO26000 마련해야

원불교 교리는 개교의 동기를 비롯해 사은과 사요 등의 교리에 이미 사회적 책임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그 사실에 안도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교리의 내용이 포괄적이고 선언적 의미만을 담고 실제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세부적인 규정은 마련돼 있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기독교판 ISO 26000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윤실측은 "한국교회를 위해 내놓는 프로젝트로 사회적 책임이 시대적 과제가 된 상황에서 국제 기준에 맞는 교회 운영 표준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사회혁신 기업가 아카데미'와 '재생종이 사용 캠페인'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사회적 책임의 이행여부가 교단의 이미지를 결정하고 이에 따라 교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개인의 사회적 책임을 실행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테이블'이란 모임을 조직한 민효선 교도는 "교단적으로 원기100년을 맞아 대자비교단과 주세교단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만큼 그에 합당한 제도적 장치 또한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원불교만의 ISO26000을 만들어 교당과 교도들이 이를 실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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