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법달 전문기자 평화의친구들 사무국장
남북 종교교류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 1980년대를 전후한 시기부터 남과 북의 종교인들이 서로의 만남을 모색하고, 접촉을 갖기 시작한 때로부터 계산하면 4반세기를 헤아리게 되기 때문에 상당히 긴 여정을 걸어 왔다고 볼 수 있다.

남북종교교류는 80년대 초 이후 일부 인사들이 해외에서 조우하는 단순한 만남의 형태로부터 시작하여 80년대 중반 이후 국제회의에서의 공식적인 참가와 만남, 90년대 후반 이후의 남한 종교계의 대북지원과 방북, 2001년 이후 진행된 남북민간교류에의 남북 종교계 참가와 교류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특히 2001년 이후 전개된 남북민간교류와 여기에서 이루어진 남북종교교류는 단순 종교교류의 차원을 넘어 종교인들이 민간통일운동의 주체 가운데 하나로 뚜렷이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남한의 종교계가 남북민간교류를 주도하는 역량을 과시함으로써 그동안 북측 종교인들이 주도하는 인상을 주던 남북종교교류의 비중이 남쪽으로 기울게 되었다.

이같은 남북종교교류는 이상과 같은 인적 교류의 측면 못지 않게 인도적 지원과 종교적 시설 관련 지원 등 물적 교류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큰 성과를 이루어 내고 있다. 불교는 복원사업을 비롯한 사찰복원사업등을 통해 개신교, 천주교는 북한지원사업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까지 실질적인 사회인프라를 형성해가는 단계로 진입해 있다.

교단에서도 조불련과 KCR을 통해 종교교류활동을 해오고 있다. 앞으로 교단의 북한교화와 지원사업 등도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보다 심층적인 북한교류를 준비해 나갈 시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올바른 남북종교교류에 대한 관점수립과 아울러 교단의 구체적 활동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종교계의 대북지원

남북종교교류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 종교에 대한 현실적 이해와 합리적 접근이 요구된다. 현재 남북종교교류의 또 한 축은 인도적 지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이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현 실정으로 볼 때 인도적 지원은 단기간에 종료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므로 구호(relief), 재건(rehabilitation), 발전(development)의 단계로 점차 진전시켜 나가는 연관성과 연속성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교단의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이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계획에 의해 추진될 수 있도록 목표를 조정하고, 교단내 여러단체들간의 연대 협력을 통한 효과 극대화 방안 모색에도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교단이 지닌 속성에 비추어 볼 때 북한교화나 새로운 진출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추동력 발휘에 필수적 요소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통한 남북화해의 도구 역할에 만족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자제력이 요구된다. 사실은 이런 자제력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그 이상의 성과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충분히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종교계가 처해 있는 현실과 그 어려움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종교계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힘을 보태는 정부의 지원노력이 보다 증대되어야만 한다. 예를 들면 동독의 마지막 수상이었던 드 메지에르 수상은 동독의 정치변혁과정에서 드러났던 서독 교회의 역할에 대해 "교회는 정치적 반대자들에게 보호처를 제공하고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자들을 변호하는데 기여하였다. 또한 교회는 폭력 사용 금지를 옹호함으로써 우리들로 하여금 정치적인 혁명을 평화롭게 완수케 하였다"고 말했는데, 이 말은 서독의 경우 동독에 대한 지원에 있어 서독 교회가 단순한 인도적 지원 이외에도 동독에 다각적으로 사회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서독 정부가 다양한 형태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서독정부가 막대한 통일기금을 투입하면서도 가능한 한 통일기금의 사용을 정부가 직접 담당하기보다 서독 교회 즉 종교계에 위탁했었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사회의 흐름

현재 북한사회는 그들이 원하던 원하지않던 변화의 흐름 속에 놓여있다. 60년 동안 이루어온 역사와 체제에 대한 근본을 바꿀 변화는 아직 오지 않았으나 지도부와 인민들의 의식과 생활태도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결정론적으로나 운명론적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라 바뀔 수 있고 변화할 수 있다는 인식 속에 문제가 무엇이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할 것인가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며 나아가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과거 사회주의권의 대전환과정에서 변화의 요인을 감안한다면 북한사회에는 변화를 촉진시킬 요인과 억제시키는 요인이 아직은 혼재되어 있으며 어떤 방향성을 확고히 잡은 상태는 아니라고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조짐이 과거 1년 전이나 5년 전보다 더욱 뚜렷하고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변화가 의미있는 변화로 특정 분야에서의 변화가 사회 전반으로의 변화로 심화 확대될 경우 그에 따르는 과도기적 정체성의 혼란과 권력 투쟁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원불교의 책임과 역할

구조적인 전환점을 맞이하는 이시점에서 원불교의 책임과 역할이 있을 것이다. 교단은 남북관계가 불안정하고 북한사회가 변화 조짐을 보이지 않던 때부터 북쪽을 향해 문을 두드려왔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접근하는 수많은 민간단체가 있었지만 그동안 교단은 민간단체이면서 종교단체로서 나름대로 기여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북한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구호사업을 소박하지만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전개해왔고 이 점은 북측도 인정하고 있다.
변화하는 북한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교단에서는 스스로 설정한 원칙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할 시점에 왔다.
첫째, 북한 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구호사업은 당분간 계속되어야 할것이다. 현재 대북지원사업을 하는 민간단체는 식량지원을 비롯하여 의료보건 및 교육과 농업개발부분에 걸쳐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교단 또한 제반여건이 갖추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역량에서 아직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극심한 식량난 등 경제난을 벗어나 새로운 경제발전을 모색하고 있는 북한의 실정을 감안한 효과적인 지원 사업을 찾아 눈높이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원사업을 보다 전문화하여 전문NGO 성격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교단내 단체들간의 의사소통, 분야별협력과 조정, 인적네트워크 확보등을 위한 협의기구의 활성화와 기능강화가 이루어져야 할것이며 병원, 관광, 학교 건설 등에 대한 포괄적 협력 사업에 대한 밑그림도 그려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화부 한민족한삶운동, 모려회, 교화부 남북교류팀을 비롯한 북한교화,연구단체와 한민족평화통일연대를 비롯한 외부관련 단체들간의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북한의 변화가 가속화된다면 발생할 수 있는 과도기적 현상에 대한 준비와 대비책을 마련해 접근해야 할 것이다. 북한체제는 60년 동안 자기만의 역사와 정당성에 기초하여 사회를 지탱해왔다. 변화는 우선 가시적인 측면에서의 물적변화가 선행하지만 이에 따라 정신적 변화가 반드시 수반될 것이다. 북한은 자체 사상교육을 통해 가능한 변화의 속도를 늦추려하겠지만 가치변화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과도기 북한사회는 사회 전체의 가치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에도 혼란을 초래할 것이며 신앙은 이러한 북한주민들에게 새로운 선택으로 제시될 것이다. 이러한 것과 관련해서 통일교학준비, 북한교화지원교무연수, 북한교화출, 재가 모임, 북한교화에 대한 프로그램 개발 등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통일에 대비하여 북한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해 왔다. 청년회 통일학교 당시 남북관계가 단절되고 북한사회의 변화가 불투명한 시점에서 민족의 화해를 위해 우리 내부 역량을 축적한다는 의미에서 시작한 교육사업이었다. 그동안 이를 통해 비록 숫자는 많지 않으나 우리 내부에서 관심을 유발시키고 사명감을 고취하는데 일조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제 변화하는 북한사회를 상정한 보다 현실적이고 현장감 있는 우리 내부의 교육도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 과거보다 문호도 개방되고 자료도 많아졌다. 추상적이고 당위론보다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현안을 다룰만큼 변화하였다. 화해를 넘어 변화로, 변화를 넘어 통일로 나아가는 준비작업을 체계적으로 재정비해야 할 것 같다. 통일아카데미, 갈등해결 설교안, 온라인 교육, 동아시아 평화프로그램 등을 할수 있다.

마지막으로 변화하는 북한사회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키고 변화의 가속화를 유도하기 위해 우리 남한사회의 내부 준비와 역량을 꾸준히 발전시켜야 한다. 북한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인식과 함께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하는 가치에 입각한 문제들은 냉철한 시각 못지않게 따뜻한 가슴이 필요한 부분이다. 북한이 변화하고 남북관계가 변화하는 과도기에 우리 사회내부에서 격화되기 시작한 소위 남남갈등은 이러한 변화의 속도와 내용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의 혼란에 기인한 바 크다. 다양한 의견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다원화된 남한사회를 차원높게 결집시키는 역할은 정부나 언론, 정치인도 책임이 있지만 종교인으로서 담당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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