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아이  진섭아!

새 하얀 찔레꽃이 옥녀봉 햇살에 활짝 웃는 초여름이다.
"아버지, 내 밥."

네 살 박이 진섭이 후닥닥 자기 밥그릇을 비우더니 아버지 밥그릇에서 밥 한 숟갈을 덥석 덜어다 입에 넣는다.
"아니, 이게 무슨 버릇이더냐?"

아버지가 아들의 무례한 짓에 야단을 친다.
"배고픈데……."
배가 고프다는 말만 하지 그의 얼굴에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

"아무리 배가 고프기로 허락도 없이 아버지 밥그릇에 손을 대!"
"그럼, 아버지 놀라게 할 거야."
아버지의 큰 소리에 눈썹하나 까닥하지 않고 맞선다.

"뭐, 날 놀라게 해?"
아버지의 눈빛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아이야, 어서 아버지한테 잘못을 빌어야지."
보릿고개에 오죽하면 아버지 밥을 덜어갈까 싶은 생각이 들은 어머니의 너그러운 목소리다.

"어머니, 배가고파서 그랬어."
"허허, 별난 놈이로구나. 지게도 못 지는 어린 녀석이…."
아버지는 셋째아들 진섭이 별난 아이란 생각만 하고 밥상에서 일어나 들로 나간다.

들에서 농사일에 지친 아버지가 잠시 집에 들어와 낮잠을 자고 있을 때다.
"동학군이다.! 동학군! 노루목에 동학군들이 나타났어요!"
"아이고머니! 무서워라, 동학군이라고!"

아버지가 진섭의 동학군이라는 소리에 헐레벌떡 뛰쳐나오며 대나무 숲속으로 달아나 숨는다.
"진섭아, 동학군이 보이지 않는데 어디 있단 말이냐?"

어머니가 밖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더니 별 기척이 없자 진섭에게 묻는다.
"어머니, 아침에 내가 아버지를 놀라게 한다고 말했잖아요?"
"아무리 약속이라 하더라도 일에 지쳐 주무시는 아버지를 깨다니…."

어머니와 진섭의 대화를 숨죽이며 듣고 있던 아버지가 대나무 숲에서 뛰쳐나오며
"에라 이놈! 그렇다고 네 아비 간을 떨어지게 만들다니."
"헤헤헤, 아버지 나는요. 내 입으로 한 말은 꼭 실천 한 다니까요."
"허허허, 참으로 별난 녀석이로구나!"

아버지는 '이 별난 아들을 어떻게 가르칠까?' 하는 생각으로 걱정도 되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 번 마음먹은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해내고 마는 별난 아이가 기특했다.

진섭의 성품이 뿌듯하고 자랑스럽기만 하다.

*동학군-정읍 고부에서 일어나 처음에는 외국 세력을 몰아내고 백성을 구제하려고 세웠지만 그 중에는 폭도가 있어 백성이 무서워했다.

황혜범 작가
■ 연재동화를 쓰면서

경산종법사의 신년법문은 나에게 은혜의 삶을 깨닫게 했다. 원불교100년 기념성업을 맞으며 교화대불공이 무언가를 일깨웠다. 작은 능력이지만 '성업봉찬 교화대불공'에 보탬이 되는 소망을 갖고 새 시대 새 부처님으로 오신 대종사님의 10상을 어린이들에게 재미있고 쉽게 알리는 것도 큰 스승을 닮아가는 기회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종사님 10상을 동화로 엮어가게 됐다.

연재되는 글들은 창작을 떠나 원불교교사와 선진들이 이미 써준 10상에 대한 글들이 바탕이 된다는 것을 밝혀 둔다. 독자들이 원불교를 사랑하며 즐겁고 재미있게 읽는 것이 내 소망이다.

황혜범 작가 
1991년 월간아동문학 동화 당선/2009년 동화<청대골아이들>로 한국아동문학작가상 수상
현 월명교당 교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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