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외로운 농촌 교화 현장에서 묵묵히 교화사업하며 근검절약으로 일생을 살아온 박인숙 원로교무가 교단에 육영장학금 1억 원을 쾌척했다.(본보 1516호, 95.4.9일자 기사 참조)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인재양성의 가치를 알고 무소유 이상의 아름다운 비움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또한 박 원로교무는 원불교100년기념성업을 위해서 후생복지금을 절약하여 따로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속세를 떠나 출가한 스님이 입적하면 스님의 재산은 상식적으로 문도나 종단에 상속되는 것이 타당하겠지만, 현행 법체계로는 속가의 친족이 상속권을 갖는다. 민법의 상속권 행사를 막을 제도적인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계종은 소속 스님들이 입적한 뒤 사유재산을 종단에 의무적으로 귀속하게 하는 내용의 '승려 개인명의 재산의 종단 출연에 관한 령'을 마련해 올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 규정이 시행되면 조계종 스님들은 구족계(정식 승려의 자격을 인정하는 계)를 받을 때, 분한신고(10년 주기의 승적 변동 확인) 때, 주지로 임명될 때, 각급 승가고시에 응시할 때마다 개인명의 재산을 종단에 출연하겠다는 유언장과 증여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스님들이 갑자기 입적할 경우 속가로 재산이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법인은 농지를 취득할 수 없다는 법체계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개인명의 재산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총무원은 이번 종령 시행의 이유가 '승가공동체 본연의 정신 계승'임을 밝히고 있다. 일반 신도들도 승가노후복지 등 대승적인 목적불사를 위한 기반을 닦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다만, 일부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측에서 "삼보정재의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승려들이 이 귀속령 시행에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노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현실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무소유를 실천하는 높은 뜻은 다른 종단에 비해 본 교단이 월등하다. 사무여한의 창립정신이 맥맥히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교단에도 개인명의의 교산이 있다. 물론 재산의 형성과정이 조계종과는 다르지만 관리의 문제는 비슷하다. 교단의 정재가 본인의 뜻과 관계없이 흘러가지 않고 바르게 관리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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