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동화
구렁이를 이긴 용감한 아이
동산에 떠오른 해님이 산과 들을 초록으로 물들이고 있다.
영촌리 사람들을 배고픔으로 몰고 가던 보릿고개가 한 풀 꺾이더니 아이들이 마을 앞 개울가로 모여든다.
"아가야, 밥 먹은 것 배 꺼질라."
부모들의 가난한 소리를 뒤로하고 아이들의 첨벙 첨벙 물장구치는 소리가 구호동에 메아리친다.
또래들 중 눈이 또렷하고 몸집이 장대하며 말 타기 놀이를 잘하는 아이가 돋보인다. 노는 것도 제 또래들보다 너 댓 살은 더 먹어 보이는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이다.
"저- 저 저 저 뱀이다!"
좀 떨어진 돌담에서 겁에 질린 어떤 소년의 목소리가 들린다.
"뭐, 어디?"
겁 없는 아이, 진섭이 뱀 있는 둑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아이들이 무서워 가슴을 조이며 뱀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다.
진섭이 돌담에서 나와 있는 뱀을 보니 그 길이가 아버지 지게 작대기 보다 훨씬 길고 아버지 굵은 팔뚝 보다 더 큰 구렁이다.
아이들이 징그럽고 무서운 구렁이에 숨죽이고 있다.
이 때 진섭이 구렁이에게 눈싸움을 건다. 뱀도 지지 않을세라 째진 눈으로 대항하며 혀를 날름거리고 고개를 치겨세운다.
"물러서지 못할까? 썩 물러가거라!"
진섭의 목소리가 어떻게 큰지 옥녀봉 절벽을 쩌렁쩌렁 울리고 있다. 진섭의 호령에 기세등등하던 구렁이가 서서히 움직이더니 나왔던 돌 틈으로 들어간다.
"와, 와!"
"진섭이가 구렁이를 물리쳤다!"
진섭의 용기와 기백을 본 아이들이 구렁이를 이긴 진섭을 마치 전쟁터에서 이기고 돌아온 개선장군처럼 우러러 본다.
"하찮은 미물이 감히 사람을 헤치려하다니…."
진섭이 의젓한 목소리로 뱀을 꾸짖는다. 이 소문은 두 발에 자전거 바퀴를 달고 온 마을에 퍼진다.
그 일이 있고부터 마을 사람들은 개울가에서 노는 진섭을 볼 때 마다
"자기보다 두 배나 큰 구렁이를 쫓다니 대단한 녀석이야."
"누가 아니래. 그렇지만 산골에서 땅이나 파먹고 살 팔자가 아닌가?"
"사람팔자 알 수 없다고, 전봉준 장군처럼 개천에서 용 나온다는 말도 모르는가?"
어른들은 구렁이를 이긴 진섭을 큰 인물이 될 대단한 녀석이라 칭찬을 하는 이도 있고 일본이 우리나라를 빼앗으려는 어려운 시기 때문에 평범한 농사꾼이 될 거라는 사람들도 있어 생각들이 분분하다.
이러한 때 일곱 살 난 용감한 아이, 진섭이 봄 향기 속에서 노는 일에 흥미를 잃고 툇마루에 홀로 앉아 있는 일은 무슨 까닭일까? 궁금하기만 하다.
〈교무님 손은 약손〉〈은혜편지〉
〈옷깃을 스치는 인연〉〈월간원광〉 등에 그림작업을 했다.
coon24@naver.com
〈약 력〉
2004 이화여자대학교 섬유예술과 졸업
2008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섬유디자인 졸업
현 아트웨어브랜드 '덤'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