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구름을 타고

장다리 밭에 내려앉은 봄볕은 아이들의 키를 쑥쑥 자라게 한다.
영촌리 아이들이 기지개를 켜고 옥녀봉을 더 가까이 보며 꿈을 키운다.

"하늘아! 옥빛하늘아!
네 푸르름은 어디에서 온 것이며

구름아! 산 구름아!
네 포근한 솜이불은 언제 어디서 만들었느냐?"

진섭은 툇마루에 혼자 앉아 솜털구름 껴안고 있는 파란 하늘에 사로잡힌다.
새들이 푸드덕 날개를 치고 옹달샘에서 목을 축이던 아기 사슴이 진섭의 발걸음에 소리 없이 달아난다. 실바람에 흙냄새 실려 오고 봄꽃 향기 그윽하구나!

저절로 노래가 나오지만 무엇 하나 의문을 풀지 못하고 옥녀봉을 내려온다.
"어머니, 구름 잡으러 산 올라가?"
진섭의 요구를 잘 들어주는 어머니에게 옥녀봉에 걸려있는 구름을 잡겠다고 또 조른다.

'해는 조그만 것이 높이 떠서 온 누리를 비추는 구나! '
'호롱불은 입김으로도 꺼지는데 서산 너머로 넘어가서 꺼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달은 어찌하여 커졌다 작아지는가?'

'밤낮이 생기고, 추웠다가 더워지는 것은 무슨 조화인가?'
'땅속에는 무엇이 들어있기에 꽃이 피어나는가?'
'강물이 흘러 바다로 가는데, 바다는 얼마나 넓은가?'

자연현상이 이처럼 아름답고 신기함을 깨달은 일곱 살 진섭은 의문에 의문을 걸고 또 걸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
"이른 아침부터 어찌 아버지를 또 부르느냐?"
"저 작은 벌레 하고 나는 무엇이 다르죠?"
"진섭아, 아버지는 공부를 하지 못했어. 네 물음에 대답할 수 없구나."
"아버지, 그럼 나는 어찌해야 하나요?"
"글쎄다…."

"아버지, 어찌하여 세상이치를 모르고 살아갈 수 있나요? 말 못하는 짐승이라면 몰라도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으로 태어나서 말입니다."
들에 나가려던 아버지가 진섭의 물음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언젠가는 우리 진섭이가 스스로 깨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구나."
아버지는 진섭이 너무 어른스러운 것이 대견스러워 진다.
남들 보기에도 아들이 도량이 넓고 기상이 늠름한 것에 한결 믿음직스러운 것이다

'후- 후- 이를 어찌 할고?' 어린 진섭의 한숨이 길어진다.
"진섭아 걱정 말거라 너도 서당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면 네 의문은 저절로 풀릴 것이다."

이래서 진섭이 10살 되 던 해 아버지의 권유로 서당에 들어가 한문공부를 한다.
"하늘 천, 따지, 검을 현, 누루 황, 집우, 집주."
진섭의 천자문 읽는 소리가 제법 낭랑하게 들린다.

<황혜범 작 · 황상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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