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것부터 단계적으로 접근, 합의 도출
현장과소통

교구자치제의 핵심은 현장 교화의 활성화에 있다. 과연 교구자치제가 교화 활성화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까. 오히려 교구자치제가 복잡한 절차와 교당, 교구, 중앙이 서로 불편해하는 방식의 분화는 기우일까. 아마 교화 현장에서는 가지 않았던 길을 떠나는 심정처럼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교정원에서도 어느 정도 마찬가지다.

현 교정원의 핵심정책인 교구자치화의 실행은 분권을 통해 중앙의 장악력을 오히려 강화시키고 있다. 이것을 통해 현장은 현장대로, 중앙은 더욱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원심력과 구심력이 조화된 교단 조직으로 교화 활성화에 꽃을 피우고, 원불교100년을 맞이하자는 교정원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하지만 14일 중앙총부에서 열린 '교구자치화 세미나'에서 양명일 경남교구 사무국장은 "교구자치제에 대한 교구와 중앙총부와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전제한 후 "교구자치제의 로드맵이 없는 상태에서 하겠다는 의지만 가지고 일을 추진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교구편제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기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정원 기획실에서 향후 '교구편제에 대한 세미나'를 추진 중이다.

교구 인사권에 대해 성도종 서울교구장은 "독립된 인사기구가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교구로 갔던 일부 인사권도 100% 중앙이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에 대해 성 교구장은 "현장으로 인사권을 내려 보내면 결국 자기 인사를 자기가 하게 된다"며 "목소리 크고 힘센 사람 위주의 인사는 나눠 먹기식으로 변질 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지금의 교구체제에서 독립된 인사기구를 둘 정도로 인적 자원이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중앙의 인사권을 이관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현장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

교구자치제 추진이 주춤한 이유에 대해 법인사무국 최명덕 교무는 "교구 법인설립이 안된 상황에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다보니 진척이 너무 더디다"며 "부동산이나 현금 10억이면 교구법인 설립이 가능하며 법인설립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한달 안에도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법인설립 등의 행정적 시행착오는 어느 정도 겪어도 된다는 주장이다. 교구자치화 추진을 위해서는 쉬운 것부터 단계별로 접근해 수위단 결의사항을 집행하자는 것이다.

바람직한 교구자치화 정착을 위해서는 현재 '재단법인 원불교'가 사무적 뒷받침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단법에 따라 실질적인 정책결정과 집행이 이뤄지는 이중구조를 극복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교구법인 또한 분리되면 법인과 교구와 관계 설정을 기존 관행처럼 이중적 구조로 나갈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