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의 행복

▲ 청해진 다원 개척의 역사부터 함게 해온 주민들이 차를 열심히 따고 있다.

원광차 맛 좋아차 한잔 마실 수 있는 여유를 가진다는 것은 어찌보면 행복이다. 맑은 날, 차 밭 위로 둥실 떠다니는 흰 구름을 볼 수 있는 것도 역시 행복이다. 완도군 군외면 불목리에 위치한 청해진 다원 내에 지어진 4.95㎡의 누더기집 안에서 창밖을 통해 바라보는 산천초목은 한마디로 경이롭다. 스님이 바랑을 메고 잠을 자고 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전해지는 숙승봉을 마주할 수 있다. 고작 8만원을 들여 지었다는 누더기집에서 이런 행복을 누려도 되는 것일까?
자연은 그냥 그대로 있는데 그냥 그렇게 느꼈다.

7년전 부임한 오주은 교무는 "중앙여자원로수도원 소속인 이곳 다원처럼 맑고 깨끗한 곳은 없는 것 같다. 무농약, 무비료, 풀약을 하지 않는다. 그런 관계로 뽑을 만큼만 뽑고 풀과 같이 살고 있다. 풀에서 주는 에너지는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그의 말 속에는 자연과 함께하는 심경이 드러난다.

이내 오 교무는 다원에서 생산된 청심오룡발효차를 정성스럽게 따라준다. 자연으로부터 전해오는 느낌은 더욱 강해졌다.

다원 조성에 숨은 노력
차를 마신 후 오 교무와 함께 105,600㎡의 다원을 거닐었다. 은선동(隱仙洞)이라 불렸던 다원 곳곳에는 동백꽃과 산딸기 꽃이 어우러져 분위기를 연출했다. 마치 신선의 화현같다. 주변 경관 또한 모든 것을 품안에 안은 듯 평온했다. 차 나무가 있는 초입에 야생화가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 또한 정겹다.

오 교무는 "풀을 이길 수 있는 창포나 상사화, 옥잠화 등 야생화를 심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을 갖추는 데는 16년의 기나긴 준비 기간과 관리권 이전 등 인고의 세월이 있었음이 짐작된다.

1995년 3월 차밭 터닦기 공사에 이어 이듬해 4월 청해진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한 이후 대만에서 수입한 중엽종인 청심오룡차나무(사계춘)와 지리산 재래종 차나무에서 찻잎을 수확하기 까지 한 두 사람의 정성으로 된 것이 아니다. 이곳을 거쳐간 많은 인연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루어 졌다.

오 교무는 "다원 조성에 이어 녹차를 심고, 가꾸고 수확하기 까지 흘린 땀방울들이 오늘의 다원을 이루게 됐다. 이대광 교무님을 비롯한 역대 교무님들에게 감사드린다. 3년전에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여 다원을 알리는 일과 좋은 법문들을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교무는 가던 발길을 멈추고 청심오룡차밭으로 향했다. 그는 얼굴을 보시시 내민 찻잎을 살폈다. 다원에서 생산되는 것 중 효자 품목이라 눈길을 주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이것은 사단법인 초의학술문화원 이사장으로 있는 석용운 스님이 청심오룡차나무 삽목 7,400주를 수입해 비닐하우스에서 발아시킨 후 다음해에 1년생 묘목을 가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 교무는 "청심오룡차나무 밭은 몇 차례에 걸쳐 심고 심은 것이 6,600㎡에 이르고 있다. 어렵게 토착화 되었다. 99,000㎡에 이르는 재래종 차밭도 그 범위를 넓혀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다원의 초기 역사를 알고 있던 조은님(73)씨는 "초기 차밭 조성과 청심오룡차나무 삽목을 심는데도 참여했다. 저 건너는 차 씨로 심었다"고 밝혔다. 그가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니 무리진 차 잎들이 하늘을 우러러 보고 있었다.

찻잎 따는 시기
다원 산책길을 돌아서 한참을 가다 보니 불목리에 거주하는 동네 아낙들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모두 합쳐 6명이다. 찻잎 따는 손길이 바빴다. 이들은 10년 이상되는 베테랑들이다. 작업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5월15일까지 계속된다.

그러나 올해 다원의 찻잎 따는 시기는 예년에 비해 늦은 편이다. 작년에는 4월23일 시작했으나 며칠 늦은 29일에 찻잎을 따기 시작했다. 날씨가 춥고 비가 오는 관계로 늦어졌다.

차 잎 따기에 열중하고 있던 조은님씨는 "처음 차나무를 심을 때는 살아 생전에 찻잎을 못 딸줄 알았는데 오랫동안 찻잎을 따고 있다"고 말했다.

박예진(75)씨는 "아직 잎이 덜 피어서 많이 따지를 못했다. 양을 더 해보려고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다"며 웃음 짓는다.
동네 아낙 한 사람이 하루에 따는 양은 보통 1.5㎏. 생엽을 모아 6시까지 원광 제다공장에서 작업을 한다. 이들도 함께 참여한다.

▲ 오주은 교무.
원광차 맛 좋아
김덕순(77)씨는 "몇 사람이 순천 승주까지 차 비비는 것을 배우러 다녔다. 우리들은 찻잎 비비는 작업을 오후 5시부터 한다. 덖는 작업은 덕무님이 하고 교무님이 마무리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햇차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한마디로 예술이다. 전부 손 동작으로 이뤄진다. 그런만큼 오직 일심집중이다. 어린 생엽을 딴 후 가마솥에 넣고 덖어 꺼낸 후 비비고 털어서 채반에 자연건조를 시키는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을 다시 걷어 구들에다 완전 건조 시킨 후 가마솥에 넣고 미지근한 불로 마무리 작업을 해야 상품가치가 있다. 그다음 봉지에 넣어야 완제품이 된다.

오 교무는 "작년에 700통 주문이 들어 왔으나 올해는 현재까지 300통 정도가 주문이 됐다" 고 말했다.
원광차는 야생차인 관계로 맛도 향기롭고 부담이 없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는 다원에서 생산되는 청심오룡발효차와 우전, 세작을 이르는 말이다. 산을 넘어 들어오는 해풍과 불목 저수지 물안개가 차 맛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오 교무는 "서울에 사는 여자 한의원 의사 한 분이 원광차 맛을 보고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저수지가 있느냐고 물어 왔다. 차 맛을 아는 사람은 원광차만을 먹는다. 서울 고촌화랑 관장도 다른 곳에서는 이 맛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고 강조했다.

원광차를 찾는 고객은 주로 교무와 교도를 비롯 스님,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자연의 오묘한 맛을 알고 있다. 흙에서 나오는 무한에너지와 차에서 나오는 무한 에너지를 마시는 사람들이다.

오 교무는 "원광차는 계속 애용하는 사람들이 찾고 있다. 적은 수라도 원광차를 애용해 주고 있어 기쁘다. 환경이 좋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차는 절대 비싼 것이 아니다.

원광차를 마심으로 인해 좋은 에너지를 듬뿍 받았으면 한다. 특히 발효차는 카테킨, 우롱산이 풍부해 일상적으로 드시면 건강에 이롭다"고 말했다.

다석(茶石)이란 아호를 갖고 있는 오 교무는 매일 차를 애용하고 있다. 그는 당뇨나 혈압약을 먹지 않는다. 좋은 환경은 곧 건강과 직결된다는 것이 증명이 된다. 오 교무를 따라 차를 열심히 마시며 식당일에 조력하고 있는 조인숙(75)교도는 14㎏ 체중이 감소됐다.

한참을 이야기 하다 보니 점심 공양을 알리는 목탁소리가 들렸다. 점심반찬은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였다. 참빗살나무새순으로 데친 나물과 미나리, 참나물, 머위, 된장국이었다.

마시는 물은 당연히 청심오룡 찻물이다. 차 한잔의 여유로움을 가지며 넓고 넓은 차밭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차밭에서 불어온 산들바람 한 조각 어깨위에 내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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