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조상보다 더 높은 산신령?

▲ 황상운 그림
'삼밭재 마당바위 머루다래 차려놓고
동서남북 올리는 절 산신령 보고픈 건
의심풀고 싶어서라 천일기도 뜨겁네.'

1901년, 일본이 침략의 손길이 뻗쳐지는 추운 겨울이다.
진섭이 열한 살이 되어 온 세상의 돌아가는 이치들에 대한 마음속의 의심덩어리는 더욱 커간다.

'내 의심을 어느 누가 풀어준단 말인가?'
'시원하게 풀어 줄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서당 선생님, 아버지, 어머니….'
'답답하고 막막하기 이를 데 없구나!'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이른 아침이다.
"진섭아, 오늘은 7대조 할아버지 산제삿날이구나. 시제를 모시러 가자!"
"예! 산제사요?"
귀가 번뜩 틘다.

"그렇단다. 제사는 조상숭배의 예의니 경건하게 모시려면 옷을 단정하게 입느니라."
"예 알았습니다."
진섭이 아버지를 따라 처음으로 시오리 길을 걸어 조상의 묘를 찾아간다.
많은 종친들이 제사법도에 따라 차례 상을 차린다.

무슨 일이든지 무심코 넘기는 일이 없는 진섭이 자세히 살펴보니 유사(제사장)란 어른이 먼저 다른 곳에 제삿상을 차리지 않는가?

'왜, 선조의 산소부터 제물을 차리지 않는가?'
'산신령이 7대조 할아버지 보다 더 높은 분인가?'

진섭에게 의문의 꼬리 하나가 또 붙는다.

"어르신 님!"
"어찌 부르느냐?"
"오늘 제사는 선조님을 기리고, 선조를 위한 것인데 산신령은 누구시길래 선조님 보다 먼저 제물을 받으시나요?"

진섭은 제사가 끝난 후 학식이 많은 종친 어른께 질문을 한다.
"왜, 산신께 먼저 제사를 지내냐고 묻느냐?"
"예, 그렇습니다."

"잘 물어왔다. 산신은 산의 주인이시다. 선조님이 살고 있는 산을 지켜주시는 분이므로 먼저 제사를 올리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니라."

"그러면 산신은 어떠한 권능을 갖춘 분이십니까?"
"산신은 인간이 갖지 못하는 신비한 권능을 가지고 있지."
"예? 신비한 권능?"
진섭이 신비한 권능이란 말에 귀가 뻥 뚫린다.

"그래, 산신은 비와 구름과 바람을 마음대로 일으켜 풍년도 들게 하고 때로는 흉년도 들게 하신다."
"아하, 산신의 권능이 그렇게 센가요?"
진섭은 처음 들어보는 산신령의 권능에 놀라며 까만 눈동자를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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