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모 탤런트가 3천9백만원짜리 시계를 결혼 예물로 하였다는 네이버 인터넷 기사(2010.4.17)가 주목을 끌었다. 시계가 시간을 알리는 것에 더하여 보통 사람으로서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보물로 등장한 것이다. 물론 돈이 많은 사람들의 소비습관에 대하여 일일이 시비할 것은 없지만, 청정 가치를 추구하는 수도인들에게 세간의 일들이 깨우침의 스승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세간의 과분한 일들이 미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에 불타는 말한다. "나는 금은 보패 보기를 자갈같이 하며, 좋은 비단 보기를 헌 걸레같이 하노라"〈사십이장경 42장〉. 노자도 "얻기 어려운 보물(難得之貨)은 사람들로 하여금 행동을 비뚤어지게 한다"고 했다.

여기에서 금은보패는 무엇인가? 금은보패란 금이나 은과 같은 귀중품으로 현금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는 면에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 우리가 의식주를 향유하며 살아가는 이상, 금전의 상징물인 금은보패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금은보패를 아무리 간직하려 해도 인간의 소유욕에 만족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그것은 우리의 무한욕심 때문인 것이다. 인간들이 금은보패에 혈안이 되고 광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오욕(五欲)에 의한 부귀영화에 탐닉하기 때문이다. 금은보패가 죄의 근본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따라서 금은보패는 인간의 삶에서 참 실상이 아니라 허상일 따름이며, 탐욕을 불러일으키는 유혹의 대상이다. 이에 불교의 십사(十事)에 금은정(金銀淨)이 있어 출가자에게 금은을 받는 것을 엄금하여 청정 수행이 강조되고 있다.

소태산대종사는 특신급 3조에서 "금은보패 구하는데 정신을 뺏기지 말라"고 하였다. 정산종사도 큰 보배란 옥이나 금으로 견줄 수 없는 것으로 일생동안 닦은 '복덕'이며, 나아가 '최후일념 청정'이라고 하였다.

대종사와 정산종사의 가르침은 탐욕의 세간락에 초연히 하여 맑고 조촐한 도락(道樂)을 유도하고 있다. 유한한 보패를 대신하여 무한 가치의 허공을 소유하라 〈대종경, 성리품 26〉는 가르침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삼세의 불보살들은 허공법계를 자기 소유로 내는 데에 공을 들였으므로 형상 있는 천지 만물도 자기의 소유로 수용하지만, 범부 중생들은 형상있는 것만을 소유하려 탐착하므로 그것이 영구히 제 소유가 되지도 못할 뿐 아니라 허송세월을 보내므로 허망한 일이라는 뜻이다.

이제 우리는 걷잡을 수 없는 탐욕을 극복하는 일이 과제이다. 〈수양연구요론〉 〈정정요론〉의 연원서인 〈영보국정정편〉에서 정정(定靜) 수양을 밝히면서, 부귀영화도 내 마음을 유혹할 수 없고 금은보패도 내 뜻을 빼앗아갈 수 없어서 한 뜻이 세워져 정함에 오욕이 동하지 않는다고 하였음을 참조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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