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굴 마당바위 산신령

▲ 황상운 그림
"산신의 조화는 한이 없어 인간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야."
종친 어른의 산신의 무궁한 능력을 말하는 이야기가 계속된다.

"어르신, 그럼 어떻게 해야 산신령을 만나지요?"
"오라, 네가 산신령을 만나겠다고…."
"예, 틀림없이 만나야만 됩니다."

"그래, 네가 고조선 단군할아버지 신화에 나오는 웅녀처럼 지극정성 다하여 기도드리면 만날 수 있고 네가 바라는 소원도 이룰수 있지."
진섭은 그동안 가슴 속에 얽히고설킨 숱한 의심을 풀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마음이 벅차오른다.

지극정성이면 산신령을 만날 수 있다는 말에 용기가 생긴 것이다.

'온 정성을 다해 기도 올릴 곳을 찾아야지.'
다짐하며 노루목 앞마을 구호동을 향한다.

구호동은 낮에도 '어흥' 무서운 호랑이가 잘 나타나는 곳으로 그 뒷산은 나무가 울창하고 낮에도 산짐승의 울음소리가 그치질 않는 곳이다.

그러나 어려서 구렁이도 이긴 대담하고 용기 있는 진섭은 구호동 뒷산에서 산신을 보기로 작정한다.
"진섭아, 산신이 따로 있나? 호랑이가 변하여 된 거여."

"뭐? 호랑이가 변하여 된다고?"

"그래, 산신령이 가끔 호랑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그 까닭이다."
진섭이가 산신령을 마나겠다는 각오를 아는 또 다른 어른이 들려준 이야기다.

'어쨋든 산신령을 만나려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신령스러운 곳이야 된다'라고 생각하며 구호동 뒷산을 향한다.

울창한 숲 속 골짜기를 따라 오르는 데 산새들이 푸드득 날아가고 흐르는 맑은 물소리가 한결 부드럽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조각하늘이 옥빛으로 아름답다.

산꼭대기에 오르니 언덕위에는 넓다란 빈터가 보이고 그 옆에 탁 트인 너럭바위가 시원스럽게 누워있다.

'아, 이 언덕이 어른들이 말한 구수산 중턱에 있는 삼밭재인가?'

'이게 마당바위라고 불렀던 것이로구나!'
언제인가 마을 어른으로부터 들었던 삼밭재(삼령) 마당바위를 되새기면서 사방을 두리번 거린다.

'골짜기 물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 싱그럽고
숲 속 산비둘기
구구구 꾸르륵 구구구

노래 소리 젖어있는
인적 드문 삼밭재
마당바위!
명당 중에 명당이로다.'

신비로운 삼밭재 마당바위에 저절로 만족하는 진섭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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