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현송 교무·원불교기획실(논설위원)
교단에서 조선불교혁신론 이후 혁신이란 단어를 사용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원불교100년을 준비하는 현시점에서 교단혁신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95년에 걸쳐 성장해 오면서 알게 모르게 굳어지고 왜곡되어진 부분들이 있기도 하지만 미래지향적 교단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잘못된 것은 과감하게 고치고 털어낼 것은 털어낼 수 있는 결단으로 의식과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가장 크게 변해야 할 의식 중의 하나가 더 이상 출가위주의 교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대종사님께서는 남녀노소 선악귀천 출가 재가 구분없이 법을 전하셨고, 누구든지 신심 있고 공심 있는 이들이 주인이 되는 교단을 구상하셨다.

또한 자력양성 지자본위 타자녀 교육 공도자 숭배의 사요실천으로 인권평등 지식평등 교육평등 생활평등한 낙원세계 건설을 강조하셨다.

그동안 어려운 교단을 헤쳐 나오는데 있어 모든 것을 다 놓고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출가교역자, 그 중에서도 정녀들의 역할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와 사회가 달라진 현 시점에서는 그 장점들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헌신적인 출가의 길을 더 이상 함께 하려는 사람이 줄어 교단은 인재 가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는 출가만으로 교단발전을 이루어가기엔 한계에 도달했으며, 출가들의 희생을 담보로 교단성장을 꾀하는 것이 더 이상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차별을 다 철폐하되 지우의 차별을 인정하시고 지자를 본위하자는 교법정신을 실천하려면 재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 우선 중요하다. 원티스를 보면 교단 내 많은 부분이 전산으로 잘 확립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역자광장은 출가들만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불합리하다. 3년에 한 번씩 있는 교역자대회에는 출가 재가가 다 함께 참석하는데 말이다.

일을 하는데 있어서도 왜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이 일 그 자체에 매어 있는 점이나 일시적인 상황에 따라 선택되었던 일들이 관행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점들은 환경의 변화나 사회적 요구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단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 고질적인 교단의 문제는 집단 취사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과감하게 실천에 옮기지 못해서 오랫동안 답보 되어온 일들이 많다.
그러면 왜 집단취사력이 약한 것인가? 라는 질문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교단이 출가위주로 운영되면서 경직되어 있는 부문에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하려하면 부딪쳐야 될 난관이 많다. 그것을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고도의 역경지수를 요하게 된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발목을 잡게 되는 경우가 많고 총론에서는 합의하지만 각론에 가서는 너무나 다양한 면들이 맞물려 있어 진일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여건 속에 굴하지 않고 소신껏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 적을 수 밖에 없음이 우리 교단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된다 된다 하자 하자의 노래를 부르자. 교정원을 거쳐간 많은 사람들의 정말 힘들다, 아쉽다, 안된다는 좌절경험을 교훈삼아 교단혁신을 부르짖는 본 뜻을 이해하고 모두가 주체자가 되어야 한다.

지금 성공하지 않으면 교단의 미래는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으로 덤비자. 한 두 사람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서 부정적인 요소들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신화를 창조해가야 한다.
고도의 역경지수를 극복하며 우리 모두 성공의 경험을 쌓아갈 때 교단도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