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물 관리는 교단의 미래와 연결

기록물은 교단의 정체성 확인할 수 있는 무형의 재산
시간과 인력 투자, 기록물 관리체계 확립해야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하종희(41) 특허청 기록연구관에게는 역사와 함께하는 '기록물'이 그러하다.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기록물관리연구의 영역을 펼쳐나가고 있는 그녀의 일이 궁금해 대전 정부청사 특허청을 찾았다. 3층 특허전자도서관에서 만난 그녀는 다소 똑부러지는 인상에 지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사람의 선입관이란 믿을 게 못된다. 기록관리연구에 입문하게 된 배경부터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그녀는 마치 어린 자녀를 대하듯 자상했다.

"1999년 우리나라에 기록관리법이 제정되어 당장 시행되는 상황이었어요. 공공기관에 최소한의 기록관리 전문가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문헌정보학, 역사학을 전공한 석·박사들을 대상으로 기록관리 교육을 급히 시켜 배치해야 했지요."

그녀는 대학에서 문헌정보를 전공하고 전업주부로 살아오며 한동안 평범한 일상을 갖기도 했다. 그러다 신문에서 보게 된 기록관리원 모집공고를 보고 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한 것이 기록연구원으로서의 첫 내디딤이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기록관리연구원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갔다.

그녀의 특이한 이력은 또 있다. 천주교 신자임에도 2004년 〈원불교 기록관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원불교 기록물에 관한 〈원불교 기록관리체제의 성립과 변천〉, 〈원불교 기록물 분류에 관한 연구〉, 〈원불교 기록물 현황과 성격〉 등 다수의 연구논문이 있었다. 이런 배경에는 원광대 사학과에서 기록관리학 박사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교단의 역사를 공부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신순철 교수님의 지도로 기록관리학 박사공부를 하면서 실무를 익히고자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문서정리를 하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류경주 교무님 등 총부에 근무하시는 교무님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개인적으로 종교 기록에 대해서는 남다른 관심도 있었고요. 이미 석사과정에서 한국 천주교 고문헌 연구로 졸업논문을 썼거든요."

이렇듯 원불교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그녀는 최근 '원불교중앙기록물관리소 설립(가칭)팀'에서 의뢰한 전문자문위원에 흔쾌히 수락했다.

"치열한 공직사회에서 몇 년 살다보니 여유가 없었어요. 어떤 방법으로든 원불교에서 입은 은혜에 보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자문위원 제의를 해 주셔서 오히려 감사해요."
그런 점에서 그녀는 우선 기록물의 중요성부터 생각해야 기록물관리소가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불교 교단의 운영 및 교리 등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무엇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요? 바로 기록이에요. 다행히 원불교는 초기부터 월보, 회보, 교보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간행물과 서류들이 끊임없이 생산되었어요. 이러한 기록이야말로 교단 운영의 투명성, 책임성, 신뢰성을 증거하고 후대에 교단의 역사를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가 될 거예요."

결국 기록관리를 통해 교단 자체를 보여주고 드러낼 수 있는 전시홍보물이 될 수 있다는 그녀는 교단의 정체성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무형의 재산관리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당연히 전문적으로 관리할 기록물관리소가 필요하지 않겠는냐는 주장이다. 그녀가 강조하는 원불교 기록물관리에 대한 소견도 분명했다.

"원불교 기록관리 역사를 보면 국가의 기록관리제도를 모본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타종교보다 우리나라 기록관리제도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 보면 원불교가 어느 조직보다도 지금의 기록관리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전문적으로 기록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녀의 조언대로 지금 우리 정부는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각 기관의 기록을 재평가하고 보존 기간을 전부 새로 책정하는 일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교단이 어떤 기록이 생산되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느 정도의 기간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 것인가부터 다시 짚어나가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 분야는 당장의 성과가 눈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성과주의를 앞세우는 우리 사회에서 눈엣가시가 되기 십상이다. 그나마 인력과 시간, 물질이 투자되어야 하는 개척분야이기에 남다른 사명감 없이는 해 낼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에게 기록물이란 '사람들이 언젠가는 보고 싶고, 알고 싶어 하는 것'으로 투명하고 책임있게 후손에게 전해야 할 의무인 셈이다. 이런 믿음이 하 박사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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