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고락의 원리 알면 편안하다

원기13년 대종사께서 1개월간 경성에 머무르실 때에, 마침 조선 박람회가 개최되어 이를 관람하신 중 화재보험회사의 선전을 보시고 그 감상을 생사의 원리와 비유하여 말씀하셨다. 주산 송도성 종사께서 수필한 원제목은 '기틀을 알면 편안한 것이다'이다.

화재보험에 들지 않은 사람이 졸지에 화재를 당하여 모든 재산을 잃게 되었다면 그 암담한 심정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죽고 나면 끝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죽음에 임박하였다면 어떤 심경일까? 정들었던 모든 사람과 영원히 이별을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없어져 버린다고 생각하면 그 슬프고 초조한 심경이란 화재를 당한 정도에 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화재보험에 가입하여 그 보상비로 원상 복구할 수 있다면 어떨까? 비록 약간의 놀람과 섭섭함은 있을지라도 곧 편안해지고 다음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며 오히려 더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를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박람회에서는 그 현격한 차이를 대비시켜 보험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을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말하기를, 영원히 살고자 몸부림쳤던 진시황도 떠날 수밖에 없었듯 이 세상 모든 사람은 결국 죽기 마련이므로 이에 해탈을 하여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죽고 나면 끝이라고 믿는다면 어찌 그로부터 초연할 수 있겠는가! 생사의 원리를 모르고 생사에 해탈을 얻기란 어려울 것이다.

전국 교도님들의 지극한 정성이 모아진 건축 기금으로 영산선학대의 신축을 마쳤으나 건물에 금이 생겨 꿈에서도 걱정이더니, 어렵게 모신 전문가의 "문제없다"는 진단 한마디에 일천 근심이 사라지더라는 경산종법사님의 법문을 받든 적이 있다.

비록 어떤 일의 결과가 잘되었더라도 원리를 모르고 있으면 불안하지만, 잘못되었어도 원리를 알고 있으면 편안함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이치를 알고 모름에는 큰 차이가 있다.

모든 고락의 변화에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받고 있는 이 고통이 영원히 지속될 고통인지, 아니면 언젠가는 낙으로 변할 고통인지, 또는 현재 느끼는 이 즐거움이 영원히 지속될 행복인지, 아니면 미래의 고통을 장만할 행복인지, 그 원리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고락의 원리를 아는 사람은 비록 현재 괴롭더라도 미래의 행복을 준비할 것이며 희망이 있으므로 현재의 괴로움도 수용하기 쉽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은 희망이 없어 현재의 고통도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요 벗어날 길을 모르기 때문에 더욱 고통 속으로 빠져들기 쉽다.

<성지송학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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