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소리가 구수산 아흔아홉 구비 울려퍼져도

▲ 황상운 그림

진섭은 산신령을 보기위해 날이면 날마다 어머니가 마련하여 주는 깨끗한 음식을 제물로 바친다.
그래도 부족하다 싶으면 옥녀봉 다래, 머루, 산감, 알밤 등 산과일을 제물로 올리면서 기도한다.
해가 바다 멀리 들어가고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산에서 밤을 지새우며 기도할 때도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진섭의 기도는 그침이 없다.

"얘야, 오늘은 비가 많이 오는 구나 집에서 쉬어라."
어머니의 눈빛이 안타까움으로 흐려진다.

"쉬다니요. 아니 됩니다."
"눈보라 치는 추운 날씨에 감기라도 들면 어쩌려고…."
어머니는 아들 걱정에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바람도 몹시 불지 않느냐? 기도 정성도 좋지만 감기에 걸려 건강을 해쳐서는 안되느니라."
이제는 아버지께서 나서며 만류하는 것이다.

"아버지, 이런 비 때문에 이만한 추위에 기도를 쉰다면 아무도 나의 정성을 믿어주지 않을 것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효심이 지극한 진섭은 아들 걱정을 하는 부모님을 위로하고 먼저 내려가시라고 권하면서 다시 무릎을 꿇고 기도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기도의 정성이 1년 2년 3년 4년이 지나고 5년이 다 가는 날이다.

"거룩하신 산신령이시여!
신령스럽고 무한한 능력을 가지신 산신령이시여!

저의 정성을 굽어 살피시고 그 위대한 모습을 나타내소서. 그리하여 저의 가슴에 쌓인 의심의 덩어리를 풀어 주소서."

애절해지는 기도의 소리가 옥녀봉 꼭대기에 앉았다 노루목으로 건너가고 다시 구호동에 머물면서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진다.
진섭의 삼밭재 마당바위에서 터져 나오는 애절한 목소리가 구수산 아흔 아홉 굽이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한 해 두 해 어느덧 다섯 해 다 되어도 산신령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를 않는 것이다.

"산신령님! "
"어찌 대답이 없습니까?"
불러도, 불러도 대답이 없는 산신령이다.

'아니야, 나의 정성이 부족했어.'
진섭이 스스로를 뉘우친다.

삼밭재 마당바위에 머루 다래 차려 놓고 동서남북으로 손 모아 절을 한다.
"참으로 산신령을 만나 의심을 풀고 싶어라."

진섭의 기도의 노래 소리가 푸른 하늘에 맴돌고 있다.
그러나 삼밭재 마당바위 기도의 위력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소년, 진섭은 청년의 기골이 완연해진다.

5년이란 세월이 진섭을 의젓한 청년으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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