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보은, 공부의 요도와 인생의 요도 밟아야
현생적 차원에서 영생적 차원으로 승화시켜
효심, 윤리 차원에서 신앙차원으로 끌어 올려

부모님 마음이 곧 불심이요, 효심이 곧 신심

▲ 이종화 교무 / 부산교구 부산진교당

옛날에 아주 효심 장한 자녀를 둔 두 친구가 있었는데 하루는 어느 집 자녀가 더 효심이 장한지 시험을 해 보기로 했답니다. 그 시험 방법은 자녀들에게 '외양간에 있는 소를 끌어다 지붕 위에 올려라'라는 명령을 내리고 어떻게 그 명령을 받드는지 보기로 한 것이지요.

한 친구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명령을 받들고 그 동안에는 이렇게 무모한 일을 시키신 일이 없었는데 아마 우리 아버지께서 노망이 들었다며 그 명령을 무시하고 오히려 아버지를 비난 했고, 한 친구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명령을 받들고 필시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이라며 서로 상의를 하더니 짚단을 지붕 높이로 경사지게 차곡차곡 쌓아서 외양간에 있는 소를 지붕 위로 끌어 올렸다는 얘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떠올리며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하나는 이 두 가정은 효심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시험이다는 내역을 알고 나서는 결국 두 가정 모두 더욱 효심이 장한 행복한 가정으로 발전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는 오늘날 보편화된 핵가족 구조에 대한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현대사회의 흐름 속에서 이 구조는 어쩔 수 없는 면도 있겠지만 우리 원불교 법형제들은 가족 간에 함께하려는 노력을 공부삼아 해야겠고 또한 빠른 교통시설과 좋은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그 부족함을 채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태산대종사님께서는 없어서는 살 수 없는 네 가지 큰 은혜에 부모은(父母恩)을 밝혀 주셨습니다. 정전(正典) 교의편 부모은 조항을 보면 부모님께 은혜 입은 내역을 첫째 낳아주신 은혜와 둘째 길러주신 은혜, 셋째 가르쳐 주신 은혜로 밝혀 주셨으며, 보은의 방법에 대해서 부모님께 직접 보은하는 방법으로 심지의 안락과 육체의 봉양이라는 효행을 기본으로 밝히시고 그 보은의 대상을 자신의 부모에서 타인의 부모까지 확대시켜 주셨고, 나아가 무자력자까지 확대시켜 주셨습니다.

특히 첫째 보은 조목으로 '공부의 요도인 삼학팔조(三學八條)와 인생의 요도인 사은사요(四恩四要)를 빠짐없이 밟을 것이요'라고 가장 큰 효에 대해 밝히셨고 마지막 네 번째 조목에는 '부모가 열반하신 후에는 역사와 영상을 봉안하여 길이 기념할 것이니라'라고 밝혀 주셨습니다.

정전 부모은 장의 의의를 세 가지로 정리해 보면, 첫째 효심을 윤리적 차원에서 신앙적 차원으로 끌어 올려 주신점입니다. 이는 효심 장한 우리 민족만을 생각해서 공감하고 이해하기 좋게 내놓은 법문이 아니라, 진리의 속성을 보시고 인생의 요도로서 전 인류적 차원에서 내 놓으신 법문입니다. 또한 이 법문은 자녀들의 효심뿐 만이 아니라 부모의 자녀 사랑까지도 땅에 떨어지고 더 나아가 가족이 해체되는 등 가족 정신이 희미해지는 앞으로 시대인심을 예견하시고 윤리적 차원에서 신앙적 차원으로 끌어 올려 밝혀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즉 신앙문(信仰門)으로서 부모은을 밝혀 주신 것입니다.

둘째 개인적 차원의 신앙에서 전체 인류적 차원의 신앙으로 크게 넓혀 주셨습니다.

부모은에 대한 보은 조항을 보면 자신의 부모에게 효를 다함은 물론 타인의 부모에게도 내 부모와 같이 효를 다하라고 하셨고 또한 보은의 강령에서는 '무자력할 때에 피은된 도를 보아서 힘 미치는 대로 무자력한 사람에게 보호를 줄 것이니라'라고 밝혀 주셨습니다. 즉 각자 개인의 부모에 대한 효를 기본으로 하되 그 대상을 타인의 부모까지 넓혀주셨고 한 차원 더 높여서 '무자력자(無自力者) 보호'까지 넓혀 주셨습니다.

셋째 현생(現生)적 차원에서 영생(永生)적 차원으로 승화 시켜주셨습니다. 부모 보은의 조목 1조에는 '공부의 요도(要道) 삼학·팔조와 인생의 요도 사은·사요를 빠짐없이 밟을 것이요'라고 밝혀 주셨습니다. '공부의 요도'와 '인생의 요도'를 빠짐없이 밟는 삶, 즉 성인(聖人)의 인격을 갖추고 성인의 삶을 살아야 참으로 큰 보은이요 진정한 보은이 된다는 말씀입니다. 또한 부모 보은의 조목 중 마지막 조목에서는 '부모가 열반하신 후에는 역사와 영상을 봉안하여 길이 기념 할 것이니라'라고 밝혀 주셨습니다. 이는 앞에 말씀드린 최고 보은의 경지 측면과 함께 현생적 차원의 보은에서 영생적 차원의 보은으로 승화시켜 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보내며 또 한 가지 감상이 들었습니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불심(佛心)이요, 부모님께 올리는 효심(孝心)이 신심(信心)이다'라는 감상입니다. 또한 지난 6월1일 '육일대재'를 올리면서는 이 대재가 바로 불심과 효심과 신심을 하나로 연결시켜주는 의례라는 점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고 이런 의례를 제정해주신 대종사님께 더욱 감사를 올렸습니다.

대종사님을 비롯한 삼세의 모든 성현들과 부모 조상님을 한자리에 모시고 대재를 올리게 함으로써 불심과 효심과 신심을 하나로 연결시켜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대재의식이 바로 불심과 효심과 신심을 하나로 연결시켜 주신 의례입니다. 또한 조석심고(朝夕心告)도 다르지 않습니다. 소태산대종사님께서는 조석심고를 올릴 때에 각자 소원을 비는 기도를 올린 후에 반드시 대종사님을 비롯한 삼세의 제불제성과 삼세의 부모 조상에게 각각 한 번씩 경례를 올리도록 제정하여 주셨습니다.(〈예전〉 제3교례편 제2장 봉불 제4절 불전배례 및 신혼경례) 조석심고가 기도에 그치지 않고 대종사님을 비롯한 삼세의 제불제성과 삼세의 부모 조상에게 각각 한 번씩 경례를 올린다는 점을 꼭 유념해서 실행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다 같이 부모은 조항을 더욱 깊이 새기면서 신심과 효심으로 조석심고 생활을 잘하여 마침내 불심을 이루어 사가(私家)는 물론 도가(道家)의 큰 효자(孝子)들이 되시길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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