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1995년 부터 시판, 기름값에 맞먹는 생수 될 터

▲ 강원도 남대천 풍경. 넘실대는 강물이 한없이 풍요롭다.
물의 여러 가지 특성 중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물의 밀도가 온도 4℃ 일 때 가장 크다는 것이다. 즉 가장 무겁다는 의미로 기온이 아무리 내려가도 바다나 호수의 깊은 곳은 4℃를 유지함으로써 생물체의 생존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의 중요한 성질은 지구상의 여러 무기물과 유기물을 용해시키는 아주 '휼륭한 용매'라는 것이다. 이 성질로 인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가 물을 통해 영양분을 흡수하고 생성된 체내의 노폐물을 배출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물의 높은 비열(1cal/g.℃)은 기온에 의한 생물체의 급격한 온도변화를 막아주며 또한 높은 기화열( 539.6cal/g)은 생물체의 체온조절을 쉽게 가능토록 함으로써 생물체의 생명유지에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의 이러한 특징적 성질에 대하여 현존하는 모든 생물체는 물의 고마움을 알고나 있을까 모르겠다. 천지의 은혜에 항상 고마움을 가지는 우리들은 물의 이러한 오묘한 성질에 전율이 느껴지지 않는가.

사용 가능한 물의 양, 지표수 0.01%
물은 우리에게 가장 친근하며 풍부한 자원의 하나로 지구의 71%를 점유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 우리가 바로 사용하기 어려운 바닷물이 97.5%이고 나머지 2.5%에서 남극, 북극지역의 빙하와 고산지대의 만년설이 1.74%, 지하수가 0.75%로 존재하며 우리들이 가장 쉽게 사용하는 지표수인 하천, 댐, 호수의 물은 0.01%에 불과하다. 우리 인간들이 사용하기엔 충분하지 못한 0.01%의 지표수를 보충하기 위한 방법으로 바닷물의 담수화, 빙하, 만년설의 이용 및 지하수의 이용 등이 있다.

바닷물을 담수로 사용하는 방법은 담수화의 시설과 운영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고, 또한 빙하와 만년설의 사용은 바닷물 수위의 상승이라는 재앙이 염려되어 활용하기 어려우므로 지구촌 60억 인구가 눈여겨 볼 수자원은 지하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하수는 오염에 취약하고 한번 오염되면 원상복구가 어려우며, 과다로 사용할 경우 수원고갈, 지반침하 및 수질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다음 세대를 생각하여 무분별한 개발은 지양하고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을 하여야 한다.

물부족 국가
OECD는 '2020년 글로벌시대의 개막'이라는 보고서에서 2000년대에 진입하여 산업화와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25개 국가가 물부족을 겪고 있으며 2025년에는 52개국 30억 명이 물 부족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가인가, 아니면 댐건설과 4대강 사업을 위한 과장된 홍보인가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한국이 물 부족국가로 언급되는 것은 1993년 미국의 사설연구소인 인구행동연구소(PAI)가 내놓은 수치로 한 국가의 연평균 강수량을 그 나라의 인구수로 나누어 단순 계산한 국민 1인당 연간 '물이용 가능량'에 의해서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토질, 산림, 물의 집약적 사용 등의 국가적 특성을 배제한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를 상정해 통계를 낸 단편적인 자료로 보여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45mm로 세계평균 880mm보다 1.4배 많으나, 1인당 연 강수총량은 2,591㎥로 세계평균 19,635㎥의 12.5%로 인구 개인당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은 매우 적은 편이며, 또한 우리나라의 연 강수량의 26% 정도가 지하수, 댐 용수, 하천수 등으로 사용되는 실정이므로 사용률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친환경적 댐건설, 중수도 개발, 빗물 이용 및 지하수 개발 등을 중점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지금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도 매우 중요한 대책 중의 하나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 4대강 사업은 좀 더 숙고, 보완하고 조정하여 많은 국민의 이해와 호응속에 세대를 이어가는 장기적인 사업으로 승화시켰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을 많이 느끼게 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적으로나 국민 개인적으로 물을 절약하고 물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부족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예로 우리나라의 일인당 하루 물사용량은 365ℓ로 독일의 132ℓ보다 약2.8배나 많이 사용함으로써 이탈리아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물소비 국가에 속하며, 2009년 봄 가뭄에 의한 태백시의 물부족 사태는 태백시의 노후 상수관 누수율이 46.7%(2007년말 기준, 전국평균 13%)에 달하는 것이 절대적인 원인이라고 판단되므로 이는 물의 절약과 관리의 문제점이란 것을 알 수 있으며, 또한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인 상수도 물 값(생산원가의 80% 수준)도 이제 현실화 시킬 시점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의 시대 도래
아주 헤프게 쓸 때의 '물쓰듯 한다'는 말이 이제는 쉽게 나오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지천에 널린 물을 돈을 주고 사 먹을 것이라고는 상상이나 하였겠는가. 적어도 물만은 수질도 최고요, 수량도 걱정 없이 살아온 나라인데, 갑자기 이렇게 부끄러운 모습으로 변했는지 아쉽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에서 사서 마시는 생수가 처음 등장한 것은 주한미군을 위해서였으며 1976년 미군부대에 납품된 다이아몬드 샘물이 그 시초이고, 시중에서 생수를 공식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였다. 서울올림픽이 끝나자 근거 법률을 폐지해 생수 제조·판매는 불법이 됐지만 1995년에 먹는물 관리법이 제정됨으로써 생수 시판이 다시 허용되었다.

이제는 기름 값에 맞먹는 물이 슈퍼마켓에서 팔리고 있으며 빙하수, 탄산수, 암반수, 미네랄워터도 모자라 바다 깊은 곳에서 건져 올린 물인 해양심층수까지 등장했고, 2009년 생수시장의 매출액 규모가 무려 5,000억원을 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산업시대의 근간이 되었던 석유의 시대는 가고 인간 행복과 존엄의 시대를 맞이하여 물의 중요성이 인식되는 '물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생물체의 생존에 대한 물의 오묘한 특성을 깊이 인식하고 아울러 물에 대한 고마움을 가지며 자연생태계의 보존, 수질환경 오염의 예방과 환경개선 활동을 통한 천지은에 보답하기를 다짐하며 '우리가 물을 보호하면 물이 우리를 보호합니다'라는 마음에 와 닿는 표어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 박정배 전문기자 / 창원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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