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사람에게만

대종사님은 새로운 회상을 펴시는 동기를 '파란고해의 일체 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려 함'(〈정전〉, '개교의 동기'중에서) 이라고 직접 글로 또박 또박 밝혀주셨습니다.

생각해보면 사량으로 헤아릴 수 없이 넓고 큰 서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동참하는 우리의 과제입니다.

부처님과 같은 원대한 서원에 함께 하고자 하지만 어떤 때는 참 막막하고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은 현애상(懸崖相)에 사로잡힙니다. 인류만 해도 수십억인데 도대체 이들을 어떻게 구원해야 할 것인지 막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공부심이 살아날 때는 대종사님의 거룩한 서원에 동참한다는 것이 참으로 기쁘기 한량없지만, 신심과 공부심이 가라앉을 때는 내 한 마음도 어쩌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에 한 숨이 절로 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끔은 성불제중이라는 서원이 너무 크게 느껴지고 짐스럽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대종사님께서는 우리에게 한 가지 실행하기 쉬운 방법을 일러주셨습니다. 바로 '교화단법'입니다. '이 법은 오직 한 스승의 가르침으로 모든 사람을 고루 훈련할 빠른 방법이니, 몇 억만의 많은 수라도 가히 지도할 수 있으나 그 공력은 항상 아홉 사람에게만 드리면 되는 간이한 조직'(〈대종경〉, 서품 6장 중에서)이라고 말입니다.

나는 내 단장님이나 스승님에게 법맥을 대고 나는 오직 내 단원 아홉 사람에게만 공을 들이면 되는 것입니다. 일체 생령을, 창생을, 인류를 구원하고 싶다면 오직 아홉 사람에게만 공을 들이라는 주문을 대종사님께서 우리에게 하고 계십니다.

어쩌면 냉정한 듯한 법문인 것 같지만 가만히 본의를 생각해보면 그 간절하신 자비 경륜을 알 것도 같습니다. 아홉 사람에게'만' 공들이라는 뜻을 좀 더 깊이 마음에 새겨야겠습니다.

<교화연구소장>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