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서 마음 일깨우는 경연대회

▲ 제16회 경기 환경 백일장이 오산시민회관에서 열렸다.
인간은 탄생이나 죽음, 혼인 같은 강렬한 감동 등에서 특별한 언어활동이 필요하다.
또한 농사 등의 집단작업에서 그 리듬을 외쳐 끊임없이 공동체 의식을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문자의 발명 이전에는 각각의 공동체의 존재이유·역사·습관·규율 등을 전승시킬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기억하기에 편리하고 듣는 이들에게도 감동을 주는 운율형태를 갖춘 시가 등장하고 그것을 반복해서 사용해오던 중 점차 그 가사가 정해지고, 특별한 제의나 궁정행사 등을 중심으로 전문적인 낭송자가 생겨났고 오늘날 전문적인 문학가도 탄생했다.

지방 유생들의 학업 장려 백일장

조선시대에 지방 문교진흥책의 하나로 유생들을 모아 시문으로써 시험한 일이었으나 오늘날에는 '글짓기 대회'라고 표현 할 수 있는 백일장. 각 초·중·고등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그날 발표하는 주제에 따라 글을 쓰는 백일장은 오늘날 국가나 단체 대학 등에서 여러 형태로 이어져 오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에서 관리를 선발하기 위해 과거제도인 문과, 무과, 잡과를 시행했다.

문과는 문관을 선발하는 과거제도로 사서오경의 경학, 특정 형식의 글을 짓는 문예적 소양, 대책 등의 시험과목으로 시험을 치렀다. 문과는 3년마다 치르는 정기시인 식년시에 초시, 복시, 전시 순으로 초시서 각도의 인구비례에 맞게 뽑아, 복시에서 33인을 선발하고, 왕 앞에서 치르는 전시에서 순위를 결정하였다. 과거는 양인 이상이면 누구나 응시가 가능하였으나 문과에서는 탐관오리의 자제나 재가한 여자의 아들 그리고 서얼의 응시를 금하였다.

무과는 무관을 선발하는 과거제도로 활쏘기, 말타기, 창쏘기 등의 무예를 시험과 유교경전과 무경의 일부 구두시험으로 시험을 치렀으며, 잡과에서는 양반의 서자와 중인 계급의 자제가 응시하여 의과, 음양과, 율과, 역과의 네 분야에서 시험을 치렀다.

식년시 외에 비정규 시험이라 하여 증광시, 알성시, 백일장, 별시등 주로 국가의 경사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시행했는데, 백일장은 조선시대에 지방 유생의 학업을 장려하기 위해 시문으로 시험을 봤던 것이다.

백일장은 과거 형식을 본떠 시험관이 참석한 가운데 시제(詩題)를 내걸고 즉석에서 시문을 짓도록 해 성적이 우수한 자를 장원(壯元)으로 뽑아 표창했다.

달밤에 주로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친목을 도모하고 시재를 서로 견주어보기도 하는 망월장(望月場)과 대조적인 의미로 대낮(白 日)에 시재를 겨룬다하여 백일장이라는 말이 생겨났을듯하나 그 확실한 유래는 찾을 길이 없다. 다만, 1414년(태종 14) 7월17일 태종이 성균관 명륜당에서 성균관 유생 500여 명에게 시무책(時務策)을 물어 시험을 본 데서 비롯한 백일장은 관리임용과는 무관하게 과거지망생·낙방생들의 학업을 장려하고, 유생들이 글재주를 겨루어 명예를 얻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준 것이어서 지방에서 널리 시행됐다.

서당 교육을 통한 백일장

조선시대에는 전통교육기관인 서당에서 강독, 제술, 습자로 세 가지로 교육을 시켰다.

강독에는 천자문·동몽선습·통감, 소학·사서삼경·사기·당송문·당율 등을 익히게 했고, 제술은 오언절구·칠언절구·사율·고풍·십팔구시·작문으로, 습자는 해서와 초서이었으나 자획이 성양이 되면 책초(冊抄)와 서찰체(書札體)의 연습으로 실용적인 면에 힘쓰는 것이 보통이었다.

조선시대의 서당의 제술은 시작(詩作)이 주가 되었고 대체로 서당에서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제술은 시회, 야유회, 백일장의 특별행사 때에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시회(詩會)는 시작(詩作)과 시읊기가 있었는데 시작은 시제(詩題)와 운(韻)을 훈장이 직접 내기도 하고 내방인사에게 청하기도 하였으나 때로는 향교에서 시제를 받아오기도 하였다. 시작은 야간 또는 여름에 많이 이루어졌다. 정기적인 행사로 이루어진 시작은 시회, 시낭송회, 경시회, 규모가 큰 것으로는 경시대회, 백일장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어졌다. 백일장은 개별 서당에서 하는 경우도 있었고, 인접 서당과 연합하여 학술 경연대회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백일장에 참가하여 장원하는 것은 서당의 명예였기 때문에 서당마다 이에 대비하여 특별 지도를 하기도 했다.

현재의 백일장
지금의 백일장은 대학이나 단체 등에서 어린이, 학생, 주부들을 대상으로 개최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국기기록원에서 실시한 '기록사랑 백일장'을 보면 ▷국가 기록원 이해하기 ▷기록의 중요성 ▷생활속의 기록 등을 통해 시(산문시, 시조), 산문(콩트, 수필, 기행문, 연설문), 만화(스케치, 캐리커처)로 백일장을 개최하고 있다. 또한 경기도 환경보전협회에서 제15회 '환경의 날'을 맞이하여 환경보전 의식고취와 친환경적인 생활태도의 함양 및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일깨우기 위해 동시·수필·그림 부분으로 백일장을 개최했다. 백일장 본래의 뜻을 기려 지금도 국가나 여러 단체에서 시·시조·산문 등의 백일장을 열고 있다. 또한 어린이·학생·주부 백일장 등처럼 전문 문인이 아닌 사람들의 문예활동을 장려하는 구실을 한다.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 연변이나 몽골에서도 한글 보급에 앞장서기 위해 한글 백일장이 열리고 있으며, 한글날을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취지로 1992년부터 시작된 '외국인 한글 백일장'은 외국인과 해외교포들이 참여한다.

특히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글 백일장은 프랑스 전국에 있는 대학 내 한국학과 (파리, 리옹, 루앙,르아브르, 라로쉘, 보르도, 엑상프로방스 등) 수강생 및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열렸다. 이처럼 해외에서 백일장은 우리 말, 우리 글의 위상을 높이며,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백일장에 참가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그늘 곳곳에 자리를 잡고 앉은 채 원고지에 한 줄 한줄 글을 완성해 가는 그들은 이미 문학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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