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구룡계곡의 푸른 이끼에 떨어져 누운 때죽나무 꽃

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춥고 눈이 많이 내려
삼한사온의 기상법칙이 깨지고
봄의 한 중간인 4월 중순까지
함박눈이 내리는 날들이었습니다.
그 눈바람 속에 산수유, 매화가 피고 지더니
진달래가 산을 물들이고
벚꽃이 세상을 가득 채웠습니다.
봄은 그렇게 오더니, 바람 부는 날,
화개천변에 십리 벚꽃길의 꽃잎은
눈송이처럼 흩날려 떨어졌습니다.
봄이 그렇게 가고 여름이 왔습니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다포(茶布)에 그려진 시(詩) 한 구절을 대하며
봄을 아쉬워했습니다.

꽃은 시들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슬픔과 불행으로 받아들입니다.
화려한 꽃잎 깊은 곳에서
열매를 볼 수 있어야합니다.
그게 인과의 법리(法理)이고
우주(宇宙)의 운행이 함께하는 것입니다.
기울어 가는 봄날의 따스함 속에서
가을의 결실을 보고, 가을 빈 들녘에서
새봄을 바라보는 슬기로운 눈을 가져야합니다.


꽃이 진 뒤에야 당신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은
계절이 계절같지 않은 세상탓인지요.

글·사진 / 황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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