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호걸과 도사를 찾습니다

▲ · 황상운 그림
혼례를 치른 처화는 이듬해야 처가에 세배를 올리러 가게 된다.
처갓집 사랑방이 시끌벅적 야단법석이다.
"이놈! 발목에 밧줄을 메고 질끈 올려라!"
"아이고, 발목 빠지네!"
"이실직고 하렸다! 어찌 이 터줏대감 허락도 없이 마을 처녀를 도둑질 했는고!"
"도둑질 한 게 아니라…."
"뭐라, 도둑질을 안해! 다시 조여라."
"아이고, 살려주세요!"
"하하하."

상투를 올린 죄 아닌 죄로 처화가 처갓집 동네 젊은이들과 한바탕 웃는 소리다.

이어서 사랑방의 한 젊은이가 전우치의 신출귀몰한 무용담을 읽어나간다.
'한 선비가 고생 끝에 성공한다. 이를 시기한 간신이 역적의 누명을 씌워 처형당하게 되자. 그는 마지막 소원이라며 그림 1장을 그리게 해달라고 한다. 왕이 이를 허락하자 산수화 속에 나귀 1마리를 그리더니 나귀를 타고 그림 속으로 사라진다.'

'그뒤 전우치는 자신을 모해한 자를 도술로 골려주고 장난을 치며 돌아다닌다. 과부를 짝사랑해 상사병이 든 친구를 위해 그 과부를 구름에 태워오다가 강림도령에게 질책을 당한다.'

'그런 후 화담 서경덕의 도학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 화담의 도술에 굴복하고 제자가 되어 태백산에 들어가 도를 닦는다. 도술을 부리는 영웅을 내세워 잘못된 사회와 맞서게 한다.'

처화, 박중빈은 젊은이가 읽어 내려가는 책속의 영웅호걸 담에 무엇인가 풀릴 듯 한 예감을 받은 것이다
"와! 재미있다. 뭐? 도사의 신묘한 능력이라고…."
박중빈의 귀가 번쩍 트인다.

당시는 대동아를 손에 넣으려는 일본의 야욕으로 온 세상이 어려울 때다.
"2천만 한민족이 남의 노예가 되었도다.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을사보호조약으로 우리의 주권을 빼앗아간 일본에 대항하여 목숨을 끊으며 외친 민영환 열사의 목소리가 박중빈의 귀에 들린다.

'그렇다면 이 백성을 누가 구한단 말인가?'
늦은 밤 젊은이들과 사랑방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후 홀로 앉은 중빈은 이 나라를 구하고 이 세상을 구할 영웅호걸(?) 아니면, 도사 찾기에 들어간다.
백성은 가난하고 배우지 못하였다.
힘이 없어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다고 한탄하면서 막연히 구원의 손길이 뻗치기를 고대할 뿐이다.

중빈이 영웅호걸 이야기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어디선가 훌륭한 스승을 만나야지…. 나의 스승이 되어줄 사람을 찾자. 도사는 분명한 사람이다. 산신이 있다면 그렇게 정성을 드렸는데도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아직 산신령을 만나본 사람은 없다.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믿을 수가 없다. 내가 찾는 도사는 이 세상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 아닌가? 도사가 보통사람과는 달리 큰 재주를 갖고 있으니 찾을 수 있다.'

산신령에 실망한 박중빈에게 도사가 다가와 마음의 눈을 뜨게 한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